"시청자 주권을 말 하면서 이미 다 결정하고 따라오라고 하는 건 시청자를 배려하는 것도 권익을 고려하는 것도 아니다."

14일 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 주관으로 열린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범위 확대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는 예상대로 중간광고 허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팽팽했고 특히 의견수렴 절차가 빠진 '졸속 추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 방송위원회는 11월 14일 오후 3시부터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범위 확대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서정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방송환경 변화에 대한 고려는 분명히 해야 하지만 시청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중요 사항을 결정하면서 시민단체쪽에 의견 한번 묻지 않고 통보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간광고에 대해서도 원칙적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공청회 제목인 '허용범위 확대방안'에 대한 의견은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이 무료보편 서비스와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 재원확보를 위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지만 중간광고 도입시 파생될 문제에 대한 대책없이 '지상파가 어려우니 중간광고를 하겠다'는 논리로는 시청자를 설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공공서비스 위기가 지상파 재원의 위기인지, 재원 위기를 해소하는 방안이 중간광고인지, 중간광고를 하면 공공서비스의 위기를 치유할 수 있는지,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먼저 논의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며 "중간광고는 시청권 훼손이 틀림없고 또 현재의 논의는 절차적 과정이 생략된 보류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역시 "방송위가 중요한 부분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오늘 공청회가 중간광고 허용을 확대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모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안됐는데도 세부 시행방안으로 논의를 몰아가려고 하는 방송위는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간광고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각 매체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서정은
이들이 방송위원회의 절차적 비민주성과 졸속 처리를 지적하고 지상파방송의 역할과 무료보편서비스 강화라는 큰 틀에서 중간광고 도입 문제를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면 김택환 한국신문협회 정책기획자문위원과 방효선 CJ미디어 영업본부장은 업계의 입장에서 강한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

김 위원은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성급하게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미디어의 양극화가 심화돼 다른 매체는 죽을 수 밖에 없다. 졸속처리 하지 말고 차기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박원기 한국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 박현수 단국대 언론홍보학 전공 교수, 주영호 한국방송협회 정책특별위원회 위원은 디지털 전환 등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중간광고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전환 사업도 해야 하고 한미 FTA 등으로 방송시장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이는 시청자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선결 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객석을 가둔 채운 방청객들도 공청회가 진행되는 3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한쪽에선 취재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서정은
이날 공청회에서 유일하게 합의가 이뤄진 것은 중간광고 시행 세부방안이었다. 물론 중간광고 도입에 찬성한 토론자에 한해서다. 김상훈 인하대 교수와 박원기 한국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 박현수 단국대 교수, 주영호 한국방송협회 위원 등 중간광고 도입에 찬성한 4명은 공·민영 구분없이 어린이와 뉴스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시간대에 45분 이상 프로그램에서 1분 이내, 3건 이내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부 토론자는 중간광고를 하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출연하는 광고는 시청자 혼란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공청회 시작에 앞서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방송의 무료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익적 과제라는 것을 염두에 뒀다"며 "개인적으로도 광고 없이 방송을 보고 싶지만 재원이 있어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수신료든 광고든 재원마련 문제를 깊이 고민할 때 시청자 주권도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14일 오후 3시 중간광고 공청회가 열린 방송회관 3층 회견장은 언론사 관계자들과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 없었다. 자료집은 공청회 시작 전에 모두 동이 났고 방청객들도 3시간 내내 거의 자리를 뜨지 않는 등 중간광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토론자들도 각각 입장은 달랐으나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찬반'으로 갈려 각축을 벌임으로써 이를 지켜보는 객석의 열기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방송위는 애초에 의도한 '허용범위 확대방안 마련'이라는 취지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지 궁금하다. 중간광고 도입 자체에 대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생략한 '원죄'를 이번 공청회 한번으로 두루뭉실 넘겨보려는 속셈이 아닌가 해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최현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원론적 수준의 찬반 논의는 피해달라"고 시작부터 거듭 당부했지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건너뛴 채 세부방안으로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었다.

다음은 공청회에서 첨예하게 맞붙은 쟁점과 논란을 토론자들의 핵심 발언을 중심으로 간추린 것이다.

광고제도 '글로벌 스탠다드'?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학계) "해외에선 방송 프로그램에 광고가 삽입돼 노출되고 있다. 광고 제도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문은 기사대비 광고량의 규제가 없다. 메이저 신문의 경우 광고가 지면대비 60%까지 되고 기사형 광고와 기획광고 등 형식도 다양하다. 이에 비해 지상파방송의 규제는 지나치다."

김택환 한국신문협회 정책기획자문위원(신문) "한국 방송환경과 미국 방송환경은 다르다. 그럼 우리도 외국처럼 상업방송 체제로 가자는 건가? 사람은 한국식인데 음식은 외국식으로 먹으란 소리인가? OECD 국가 가운데 신문방송 겸영이 안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우리나라처럼 간섭하는 나라는 없다."

중간광고 시행하면 매체균형 발전 저해한다?

김택환 위원 "중간광고 도입은 매체간 균형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미디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여론형성 기능과 다원주의에 심각한 피해가 생긴다. 10개 신문사 매출액과 방송사 매출액은 10배 차이다. 그런데 광고까지 하려고 든다. 한국 광고시장은 한정돼 있다. 방송사가 중간광고까지 하면 다른 매체는 죽는다. 디지털전환특별법이 국회에 상정중이니 성급하게 중간광고만 논의할 필요는 없다. 졸속 처리하지 말고 차기 정권에서 논의하자."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시민단체) "중간광고 반대 이유로 매체균형발전 저해와 시청자주권 훼손을 말하는데 전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모든 매체가 동일한 수준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제는 아니다. 매체가 각각의 특성에 맞게 부여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와 진흥이 필요할 뿐이다."

박현수 단국대 언론홍보학전공 교수(광고) "매체균형발전을 말하는데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다. 광고주는 10번이던 100번이던 얼마나 광고가 잘 도달되는지와 필요한 노출을 위해 활동한다. 매체환경 자체가 변하고 있고 따라서 광고도달율과 효율성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중간광고 하면 앞뒤 광고는 줄게 된다. 중간광고가 매체균형발전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방효선 CJ미디어 영업본부장 (케이블) "지상파 중간광고의 효율성은 클 것이다. 광고주들이 좋은 방송시간대를 사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의 이미지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닌가. 막강한 시청률이 나오는 프로그램의 경우 광고 패키지가 등장하면 광고주들은 당연히 그쪽으로 간다. 지상파로 재원이 다 간다고 보면 된다. 지금도 지상파 계열 PP가 수입 다 가져간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시민단체) "케이블 전체 수입 6~7천억원 가운데 지상파 계열 PP가 가져가는 돈은 450억원인데 지상파가 다 가져간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 이것을 지상파의 문제인양 떠넘기면 곤란하다. PP들은 지상파 중간광고를 견제하기 전에 현재 SO가 걷는 전체 시청료 중에 15% 수준만 지급되는 콘텐츠료부터 당당하게 받아내야 한다."

주영호 한국방송협회 정책특별위원회 위원 (지상파) "여론 다원화? 매체 빈익빈 부익부? 과연 그런가. 특정 매체의 관점 때문은 아닌가. 디지털전환특별법 논의하면서 다른 정책적 수단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해야할 일이 많으니 논의해 달라는 것인데 광고제도 개선마저 안된다면 유료화하라는 것인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신문의 시청자 애정, 이 정도 수준인지 몰랐다

노영란 운영위원장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을 위한 문제인데 신문들은 이를 중간광고와 패키지로 묶어서 지상파 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신문들이 시청자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갖고 있는지 몰랐다. 만약 정말 순수한 의도이고 시청자 권리를 강조한다면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을 보도해야 맞는 것이다. 중간광고의 경우는 차라리 '우리 시장이 작아져서 반대한다'고 솔직하게 말해라. 중간광고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모두 시청자를 위해서라고 한다. 방송과 신문도 모두 제각각 보도한다. 시청자는 혼란스럽다. 뭘 어떻게 판단하란 말인가?"

양문석 사무총장 "시청자를 우롱하지 마라. 신문이 언제부터 시청자 걱정했나. 우리가 이런 패싸움에 동원되는 사람들인가. 아전인수격으로 보도하려면 차라리 쓰지를 마라. 대선미디어연대에서 모니터보고서 나와도 조중동에서 이를 보도한 적이 있나? 그리고 오늘 취재진들 많이 왔는데 여기 기자들 가운데 삼성 비자금 보도 누가 했나. 그마나 보도하는 곳이 지상파방송이다. 그리고 신문은 한달 구독료가 1만5천원, 2만원이지만 지상파방송은 정보와 오락을 무료로 제공하는 유일한 매체다. 차상위계층 850만 가구에 유일하게 제공되는 무료서비스다. 중간광고 반대에 있어서 신문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지상파를 공격해선 안된다. 중간광고에만 국한하지 말고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와 필요성 등 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학계) "중간광고와 관련해 언론마다 유리한 정보를 왜곡해 보도한다. 신문은 지면을 사유화하고 방송은 유리한 보도만 한다. 오늘 공청회도 유리한 부분만 뽑아서 기사를 쓰는 일은 없길 바란다. 우리를 업계 싸움의 대변자로 이용하지도 말라."

중간광고 추가매출 400억? 5300억? "이것도 통계냐?"

양문석 사무총장 "중간광고 허용시 시장효과를 각각 조사해 밝혔는데 지상파 광고매출액 증가가 어디는 400억원이고 어디는 5천억원이다. 이것이 무슨 통계인가. 그런데 신문은 5300억원이라고 보도하더라. 제발 시장효과 조사의 '공식'을 발표하고 그 '변수'들을 밝혀라. 그리고 그 변수가 타당한지를 검토해라."

"앞으로 시민단체에 결제라도 받을까요?"

노영란 운영위원장 "중간광고 도입시 시청자에게 나타나는 효과에 대한 연구는 왜 없는가? 이미 다 결정하고 나서 따라오라는 것은 시청자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결정 전에 시민단체에 의견을 물어온 적도 없다."

박현수 교수 "오늘 공청회 인원 구성이 놀랍다. 정연우 교수 포함하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3명이나 된다. 제가 광고계 대표로 나왔지만 광고주들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들이 돈 내고 구매하는 사람들인데 광고활동의 주체인 광고주들이 이 논의에서도 소외돼 있는 것 같다. 그리고 NGO에 물어보지도 않았다는데 그럼 앞으로 결제라도 받아야 하나? NGO가 정책결정에 많은 포션을 차지하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견제와 감시를 하는 것이 NGO의 역할 아닌가?"

양문석 사무총장 "신문과 방송, 광고 등 업계쪽에서도 3명 나오지 않았나. 학계만 전문가인가. 시민단체가 많이 나와서 불쾌하다는 건가. 인원으로 매도하는 것은 논의를 하지 말자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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