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송환, 한방 될까 헛방 될까.

오늘자(15일) 서울신문이 그렇게 물었다. 한방이 될 수도 있고 헛방이 될 수도 있다. 그걸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김경준씨 송환 자체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가의 최대 소용돌이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자(15일) 대다수 아침신문들이 1면과 관련기사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동아 조선을 제외한 대다수 신문, ‘김경준 송환’ 1면 보도

▲ 중앙일보 11월15일자 1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은 LA공항에 파견된 국내 취재진의 규모에서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김경준씨의 신병 인도를 포착하기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취재진은 대략 30여명 정도. 이 30여명의 취재진이 LA 공항에서 ‘열심히’ 하는 일은 김씨의 이름이 한국 국적기의 탑승객 명단에 올랐는지, 출발 항공기에 김씨가 탑승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일부 신문사의 경우 김씨의 탑승 여부 확인을 위해 ‘올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 한겨레 11월15일자 1면.
현지 취재진의 ‘열기’와 지면배치를 보면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문제가 당분간 이 사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좀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이 ‘열기’로부터 한발짝 떨어진 신문사가 두 곳 있으니 다름 아닌 동아와 조선일보다.

대다수 신문이 1면과 관련기사 등을 통해 김경준씨가 언제 국내로 귀국하는지 그리고 김씨의 송환이 가져올 파장 등에 대해 다각도로 짚고 있는 반면 동아 조선일보는 각각 2·6면(3단)과 6면(2단 상자기사)에서 ‘간단히’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기사의 방향도 다른 신문과 참 다르고 튄다. 일부를 인용한다.

▲ 동아일보 11월15일자 2면.
조선 “LA현지 반대시위 열려 긴장감 고조”

“BBK 투자자문 대표를 지낸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김씨가 수감돼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는 김씨의 귀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조선일보 11월15일자 6면.
13일(현지시각) 오전 LA 주재 한국 총영사관 앞에 ‘공작정치 반대 범해외동포연합회’ 소속이라고 밝힌 10여 명이 모여 “4년여간 안 간다고 버티던 김경준씨가 갑자기 귀국하는 것은 배후가 의심스럽다. 김경준을 제2의 김대업으로 만들려고 하느냐”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후원조직 미주본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조선일보 6면 <“김경준, 서울행 비행기 탔나” / LA공항 취재진 24시간 대기> 중 인용)

동아는 2면에서 3단으로 이 소식을 전한 뒤 6면 관련기사에서 정치권 공방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 제목이 이렇다. <김경준 귀국임박 정치권 공방가열 / 한나라 “김경준측 협상제의 거절해” 신당 “김씨 단독범행 주장은 틀려>.

김경준씨 송환 자체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가의 최대 소용돌이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 조선의 오늘자(15일) 지면은 좀 한가한 편이다. 조선일보를 보면 마치 현지 분위기가 김경준씨 송환반대 여론이 ‘들끓는’ 것처럼 비춰질 소지(사진까지 게재했다)가 있고, 동아일보는 전가의 보도인 ‘정치권 공방’ 수준으로 이 문제를 격하시키는 양상이다.

김경준 ‘입’만 바라보는 언론들 … 본질이 뒤바뀌었다

김경준씨 송환에 대한 동아 조선의 보도태도가 ‘튀기는’ 하지만 LA 현지로 취재진을 30여명이나 보낸 언론사들의 태도는 더 ‘튄다’.

▲ 한국일보 11월15일자 8면.
경향과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이 BBK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해 김경준씨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연관성’ 여부를 비중 있게 보도했을 때 대다수 언론이 취한 태도는 ‘모르쇠’였다. 이랬던 언론이 김씨가 언제 송환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 정도 규모의 취재진을 파견한다? 튀어도 한참 튀는 행동이고, 본말이 전도된 행태다. 의혹제기를 할 때는 모른 척 하더니 김씨가 송환된다니까 그의 ‘입’과 ‘모습’을 ‘찍기’ 위해 대규모 취재진을 파견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취재진을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파헤치는데 ‘올인’시킨다면 충분히 정리가 될 법도 한데 대다수 언론,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LA 현지에서 취재진과 송환팀 간에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대다수 취재진이 김경준씨의 모습을 카메라나 화면에 담기 위해 현지에 가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보기에 참 '거시기' 하다.

한국 언론의 저널리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김경준씨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