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는 신화다. 연기력 논란을 달고 다니면서도 드라마에서 대박을 친 연기자로서, 드라마 불패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궁>,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 등 그녀의 출연작들은 매번 성공했고, 그녀는 1급 스타가 되었다.

윤은혜는 연기자라기보다는 유명 연예인의 느낌이 강하다. 연기라는 것에 대단한 애착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연기력이 불안하며, 발전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흥행은 불패라니, 천운을 타고난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연기에 열정도 있고, 능력도 있는 배우들 중에 흥행운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사람들이 보면 윤은혜의 경우는 땅을 치게 불공평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런 게 세상의 이치인 것을.

현재 수목드라마엔 걸그룹 출신의 연기력 논란 3인방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혼>에선 핑클 출신의 이진이, <태양을 삼켜라>에선 역시 핑클 출신의 성유리가 출연중이고, 새로 시작된 <아가씨를 부탁해>는 베이비복스 윤은혜의 복귀작이다. 이들 중에서 윤은혜만 드라마의 원톱으로 성공했으니, 확실히 그녀는 복을 타고 났다.

윤은혜는 <태양을 삼켜라> 이완과 함께 수목드라마 불안한 발음 2인방에도 등극할 전망이다. 왕석현군까지 끼면 3인방이 되겠지만, 이건 좀 심한 비교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가씨를 부탁해>에서도 윤은혜 연기력 논란이 터졌다. 익숙한 윤은혜 드라마의 패턴이다. 윤은혜 드라마는 이런 식으로 화제를 끌다가 대박으로 끝나곤 했다. 그때쯤 되면 윤은혜는 연기력과 상관없는 기이한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곤 했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천운을 타고난 여배우 명랑발랄 윤은혜

일단 조건은 좋다. 수목드라마는 현재 무주공산과도 같다. 경쟁작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태양을 삼켜라>도 <혼>도 모두 고만고만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수목드라마는 그간 20% 미만의 시청률로도 동시간대 1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강자부재의 상황이었다.

반면에 월화드라마에선 <내조의 여왕>과 <선덕여왕>이라는 괴물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며 경쟁작들을 무덤으로 보내고 있다. 수목에 터를 잡은 <아가씨를 부탁해>는 대단히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게다가 허무맹랑한 로맨틱 코미디다. 경쟁작인 <태양을 삼켜라>와 <혼>은 모두 무거운 느낌의 드라마들이다. 컨셉에서도 확연히 차별된다. 가벼운 웃음과 화사한 그림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시청자가 과연 언제까지 윤은혜의 연기를 기쁜 마음으로 봐주려 할까? 이건 의문이다. 연기력과 상관없이 언제나 시청자들을 매료시켜왔던 윤은혜의 특별한 매력은 이번에도 나타날 수 있을까?

윤은혜에겐 기이한 존재감이 있었고 포토제닉한 표정이 있었다. 그리고 윤은혜는 건강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귀엽기도 했다. 대체로 윤은혜는 명랑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는데, 연기력과 상관없이 그런 캐릭터들은 윤은혜에게 맞춤옷처럼 어울렸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이번에 윤은혜는 절대 재벌 상속녀로 등장했다. 이전까진 천방지축 서민의 딸이었다. <포도밭 그 사나이>에선 돈 문제로 오만석 앞에서 유세를 떨긴 했으나 그래봤자 도시서민에 농부의 손녀딸일 뿐이었다. 그런 캐릭터들은 윤은혜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하지만 <아가씨를 부탁해> 1편에서 절대 재벌 상속녀가 되어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 웬지 어울리지가 않았다. 뭐랄까, 생동감보다는 답답함이 더 많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이 대목은 불안하다. 윤은혜가 살기 위해선 좀 더 고생하는 모습이 그려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일한 반복은 안 된다

가장 불안한 지점은 너무나 도식적으로 이전 드라마들을 베끼고 있지 않은가 하는 데 있다. 하도 익숙한 그림과 전개여서 1편은 마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패러디 코너 같았다. 특히 <꽃보다 남자>와 똑같은 그림은 이 드라마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했다.

공주님이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거스르는 사람을 자르고, 사고를 낸 다음 돈을 내밀고, 추격전이 이어지는 설정은 너무 뻔해서 모두 예측이 가능했다. 윤상현이 윤은혜의 차를 가로막았을 때도, ‘저거 윤은혜가 들이 받겠군’했는데 그대로 됐다. 모두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안일한 설정이었다.

물론 하늘 아래 무에 그리 새로운 게 있으랴. 근본적으로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는 것은 오직 신만의 영역일지 모른다. 인간이 만든 것은 어디서 봤던 것들을 조합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중요한 건 정도다. 비록 어디서 봤던 것 같은 설정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변주할 때 보는 사람은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된다. 기존에 익숙했던 구도를 그대로 베끼다시피 하는 것은 지루함만 줄 뿐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아가씨를 부탁해> 1회는 지나치게 안일해보였다. 윤은혜가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들은 모두 신선한 느낌을 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엔 ‘식상함‘으로 시작했다. 이러면 불안하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도식적인 표현들을 피해가야 한다. 윤은혜 연기력 논란보다 이 부분이 작품의 성공여부에 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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