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다음달 2월1일부로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옴부즈맨 제도(감찰관제도)를 도입한다. 왜곡·막말·편파 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서 심의 및 제재의 단골 대상으로 분류됐던 TV조선 프로그램들이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TV조선의 '옴부즈맨 도입'은 공영방송 KBS가 지난해 자사의 모니터링 프로그램 3개 중 2개를 폐지하며 언론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과는 상반된 행보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문제를 제기했던 TV조선 프로그램들 화면 캡쳐.

TV조선 손형기 전문위원(시사제작팀 시사제작에디터)은 11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의에 의견진술을 위해 참석, “TV조선이 2월1일부터 옴부즈맨 제도를 실시한다”면서 “앞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 전문위원은 “(옴부즈맨 위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TV조선) 방송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지상파에서 방송심의를 담당했던 분들을 4명 모셨다”고 밝혔다.

TV조선의 제작자들은 그동안 방통심의위에 의견진술을 위해 자주 불려나와야 했다. TV조선의 프로그램이 객관성·공정성 등에 어긋나는 방송을 했다는 시청자들의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BS와 KBS에서 PD로 근무했던 손 전문위원은 이날 “지상파에서 근무할 때는 방통심위 구경도 못했는데, 종편에 와서 한 달에 몇 번씩 들락날락거리니까. 위원님들 볼 낯도 없다”면서 “회사 경영진도 자사 PD들이 (방통심위에) 나오는 걸 가급적으로 줄이기 위해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문위원은 4명의 옴부즈맨이 어떤 사람인지 밝혀달라는 윤훈열 심의위원의 요구에 “구체적으로 이름은 기억하지 못 하겠다”면서 “(지상파에서 근무했던) 저도 잘 모르는 분”이라고 답했다. 윤훈열 위원은 손 전문위원에게 “혹시 썩은 생선으로 파리를 쫓는다는 말 들어보셨냐”면서 “혹시 하나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윤 위원은 이날 소위가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나 “TV조선이 옴부즈맨을 도입한다는 것은 개선의 의지가 담긴 것이고 좋은 취지”라면서도 “4명의 옴부즈맨이 누구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모니터링 위원들을 선별해 뽑아야 한다는 것이 윤 위원의 주장이다.

▲지난해 종영된 KBS

TV조선이 방송 공정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과는 달리, 공영방송 KBS는 지난해 자사 3개의 방송 비평프로그램 가운데 2개를 폐지했다. 당초 KBS는 <KBS뉴스 옴부즈맨>, <미디어 인사이드>,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등 3개의 방송 비평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미디어 인사이드>는 지난해 4월에, <KBS뉴스 옴부즈맨>은 6월에 폐지됐다.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KBS가 시청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방송, 돈 되는 콘텐츠만 담아내는 방송이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KBS가 비평 프로그램들의 폐지는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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