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조선일보는 11일 ‘트럼프는 일자리 전쟁, 우리는 대기업과 전쟁’ 제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업들에게 투자를 종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선주자가 내건 공약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1월11일자 캡쳐)

우리나라에도 국가 원수가 재벌에게 투자를 종용한 사례가 있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고 진행중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직전까지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를 만나 투자를 종용하고 이 같은 만남이 정경유착으로 이어지는 일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어울릴만한 이야기였다.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하는 작금의 상황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정기관 총동원하겠다는 문재인의 재벌개혁’ 제하 사설에서 “한국 경제가 단기간에 고도성장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기여한 공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성장의 과실이 재벌에 집중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까지 드러났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내건 '4대 재벌 개혁'을 골자로 한 경제 공약을 비판했지만 근거는 다르다.

조선일보는 트럼프에 빗대어 “대중 정서에 올라타 4대 재벌만 두들겨 팬다”고 표현했고 동아일보는 “몇몇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개혁안은 정치적으로 통할 수는 있지만 근본 문제를 방치하는 임시방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같은 결론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재벌 총수 비리가 있으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재벌 경영이 불투명하면 기업의 감시견 역할을 하는 금융시장과 기업 관련 제도를 더 선진화해 경제 논리대로 풀면 된다”라며 문 전 대표의 개혁안에 전면 비판을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해소해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문 전 대표의 주장은 시장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라며 일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하지만 개혁안의 각론을 보면 무리수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1월11일자 캡쳐)

물론 개별적 사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선거철이 가까울수록 여·야당을 막론하고 ‘표심 잡기용’ 공약이 이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치명적 고질병인 것은 맞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내놓은 ‘4대 재벌 개혁’ 공약이 헌정사상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은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의 적극적 경제 개입이 정경유착의 고리로 이어진 극단적인 사례 앞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빗대어 기업에 정치적 힘을 실어주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동아일보 사설이 말하고 있는 “우리나라 재벌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외국의 대기업과 달리 총수 일가가 기업을 소유하면서 경영까지 장악하는 한국 특유의 경영 모델”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국회 청문회에 소환하는 사태를 야기시켰다는 점을 생각하면 ‘근본적 해결책’이 뭔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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