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사장 체제가 내놓은 보도와 경영정책에 대해 KBS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보수 논객의 막무가내 발언들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부 구성원들은 경영진이 출연자 선정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 사장이 추진하는 인사발령 제도가 ‘조직의 분열과 반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규재 패널 선정, 내외부 입김 없었나

지난 8일 오전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 보수 논객 대표로 출연한 정규재 한국경제주필의 발언들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정 주필은 "DJ도 연평해전 때 월드컵 축구를 관람했지만 탄핵당하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정유라가 왜 적색 수배냐, 빈 라덴이냐"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했다. 또 제작진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프로그램 내내 비상식적인 언행을 일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8일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KBS 화면 캡처

정 주필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전 대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등과 함께 최순실 태플릿PC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는 10일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위원회’ 발족식의 축사를 맡은 인물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9일 성명을 내고 “이런 인물이 ‘공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논하는 공영방송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앞으로는 ‘박근혜·최순실’ 일당에 맹종하는 집단의 핵심적인 인물들은 공영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과거 길환전 사장 시절부터 끊임없이 KBS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경영진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수차례 제기한 바 있다”며 “지금도 그런 의혹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차기환 KBS 이사는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조작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이사회 자리에서 태블릿PC의 진위를 보도할 것을 주문했다고 알려졌다”면서 “패널 선정 과정에서 내외부의 입김은 없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잡포스팅제는 "KBS 망칠 망사"

언론노조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이 내놓은 ‘자율형 직무선택제’(잡포스팅)에 대해서도 “악마의 인사발령”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잡포스팅’이란 내부공모제라고도 불리는데, 결원이 발생할 경우 외부가 아닌 사내에서 인재를 모집하는 제도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KBS가 추진 중인 잡포스팅제는 ‘직무공고와 지원, 인력풀, 직권배치’ 등을 골자로 한다.

(사진=KBS, 미디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분열과 반목, 맹종을 가져와 KBS를 망칠 망사가 될 것”이라며 “새 인사제도는 시행을 멈추고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는 잡포스팅을 시행함으로써 본사로 유출된 지역국 결원을 본사 인력을 발령 내 메울 방침”이라면서 “그러나 지역국 결원을 메울 만큼 지역으로 이동을 원하는 본사 인원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결국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른바 ‘인력풀’에 강제 등록된 인력들 가운데 일부를 지역국에 강제 배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이 잡포스팅을 적용하려는 의도에 대해 “이른바 경영진과 부서장 눈 밖에 나면 지역으로 혹은 인력풀로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을 온 직원에 각인시켜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인사 제도를 바꿔서라도 언제든지 맘에 들지 않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복 인사를 가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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