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야당 이사진(유기철·이완기·최강욱)이 제출한 ‘김세의 기자 인터뷰 조작 의혹, 감사 자료 제출의 건’이 다수의 여당 이사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야당 이사진이 감사 절차와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감사 결과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사회 표결에서 6대3으로 수적인 우위를 갖고 있는 여당 이사진의 반대로 무산됐다.

MBC의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는 9일 오전 10시 여의도 사무실에서 임시이사회를 개최, 야당 이사진이 제출한 해당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방송문화진흥회ⓒ미디어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안건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 “이번 감사보고가 (김세의 인터뷰 조작 의혹) 사안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보다는 더 많은 의혹들을 증폭시켰다고 판단된다”며 “MBC의 뉴스 경쟁력과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현실에서 이 사안마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공영방송 MBC의 공신력은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이사진은 감사국에 ▲‘인터뷰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원본 ▲1차, 2차 성문분석 자료 일체 ▲1차, 2차 성문분석을 행한 음성파일의 제목 및 내용 ▲인터뷰이 대면조사 날짜, 당시 감사국 참석자, 방식 및 결과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여당 이사진은 이 같은 야당 이사진들의 요구에 반발했다.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한 언론노조 MBC본부(제1노조)에 대해 “MBC노동조합(제3노조)를 음해하기 위한 공격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며 “이를 방문진이 거들어야 하나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야당 이사진의 감사 보고서 제출 요구에 대해 “감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사 내용 공개 요청은 수사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완기 이사는 이에 대해 “(음성 파일 분석 결과)1,2차 결과가 다르게 나왔는데 (감사국은)2차 분석 결과만 채택했다”며 “또 1차 분석에서는 3개의 음성파일을 전부 분석했는데, 2차에서는 2개만 분석했다”고 지적했다.

야당 추천 최상욱 이사는 노조 간의 갈등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문제의 본질은 MBC의 기자가 인터뷰를 따오면서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하지 않고 중복된 인터뷰를 녹음해서 다른 기사에 쓴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반박했다.

최 이사는 김재철 전 사장이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고발당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공개를 주장했다. 그는 “당시 MBC 감사가 여러 차례 감사를 하고 보고도 했지만 (방문진은) 감사 결과에 대해 별다른 시비도 걸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 사장은 처벌 받고 회사는 망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진이 (김 전 사장 사건을) 방기했던 책임과 역사가 있다”면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김세의 기자 인터뷰 조작 의혹’에 대해 “방송사 기자가 저널리즘의 본령을 준수했느냐 하는 문제”라며 “음성 파일 3개가 아니라 30개라도 조사해야지 2개만 특정해서 분석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 이사진 간에 논쟁이 지속되자 여당 추천 고영주 이사장은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여당 추천 이사진 4명이 반대해 무산됐다.

▲'인터뷰 조작 의혹'에 당사자인 MBC 김세의 기자.

한편 김상철 MBC 감사는 지난달 22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출석해 ‘김세의 인터뷰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방송 원본을 음성 분석한 결과 ‘동일일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조작없음’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는 “사측의 성문 분석에 따르더라도 방송분 A·B 조차 동일인으로 나왔었던 것인데, 감사 보고를 미루더니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며 “무엇이 두려워 의혹이 제기된 3명 전부에 대한 성문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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