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의 불법 정치 사찰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도 재야, 노동 단체에 대한 사찰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일 평택역 앞에서 불법 사찰 중이었던 기무사 직원이 적발된 현장에서 국정원 직원도 불법 사찰을 하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들통난 사실이 13일 뒤늦게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달 초 쌍용자동차 강제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평택역 앞에서 열린 집회를 카메라로 채증하던 한 남자를 수상하게 여긴 노동자들이 몸싸움 끝에 채증 카메라와 신분증 등을 빼앗았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이 채증요원이 국정원 직원임을 확인했다.

또 노동자들이 입수한 채증 카메라 1대에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범민련 남측본부)가 참여한 집회시위 현장과 노동조합의 기자회견 등을 찍은 사진 140여 장이 들어있었고, 또 다른 카메라에는 메모리 카드가 들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와 신분증 등은 그 이후 민주노총 관계자 등을 거쳐, 현재는 국정원측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문제는 국정원측이 민주노총 관계자에게 "카메라와 신분증을 뺏은 사람들의 신원을 다 알고 있다"며 "돌려주지 않으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고발할 것"이라고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불법적인 행동을 감추기 위해 '협박'을 한 셈이다.

▲ 국정원 홈페이지 캡처.
막나가는 공안기관들

국정원이 집회시위 현장을 채증하는 것은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로 직무를 한정시키고 있는 국정원법3조를 위반한 위법행위라는 지적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국정원법3조를 보면 군이나 국정원 같은 정부기관에서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사찰하지 못하도록 업무범위를 정해놓았다"며 "국정원 직원이 집회나 시위현장을 사진 채증했다면 직무범위를 넘어선 정보수집이자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특수공무집행 방해'를 주장하는 것도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과잉진압' 시비에 이은 기무사, 국정원의 민간사찰 의혹은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의 허울을 쓰고 실제로는 반대 세력에 대한 '뿌리뽑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