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붙이긴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정준하의 대상 수상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올해 12년차를 맞은 <무한도전>의 미래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요즘 들어 부쩍 <무한도전> 김태호PD는 시즌제 필요성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MBC에서 <무한도전> 시즌제를 허락할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무한도전>이 휴식기에 들어가게 되면 그를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시청률과 화제도면에서 <무한도전>에 버금갈 만한 프로그램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라디오스타>, <일밤-복면가왕> 등 기존 프로그램으로 연명하고 있는 현 MBC 상황에서는 <무한도전>의 존재가 절실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편

12년 동안 예능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한 상황에서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쥐어짜내야 하는 <무한도전> 제작진 입장에서는 휴식이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시즌제를 허락하지 않는 현 MBC 체제에서 <무한도전> 제작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떻게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 그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어떻게 하면 (방송연예)대상을 받을 수 있지?”라는 정준하의 푸념이 들려온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는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내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로 정준하의 궁금증에 화답한다.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지난 7일 공개된 ‘정준하 대상 6대 아이템’은 <무한도전>에서만 할 수 있는 생고생 특집이다. 그 중 ‘베어 그릴스와 생존대결’, ‘메시와 족구대결’ 등 실현가능성이 쉽지 않아 보이는 프로젝트도 있다. 하지만 성사되기만 하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박 아이템임은 틀림없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편

한때 열풍이었던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저무는 요즘,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스케일을 키우는 <무한도전>의 행보는 그만큼 <무한도전>이 웬만한 걸 해서는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함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역사와 힙합의 콜라보레이션도 <무한도전>이니까 가능한 특집이었다. 하지만 매주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무한도전>이 허구한 날 유명 가수들과 노래만 부를 수 없다. 프로그램 시작부터 특별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무한도전>의 도전과 변화는 오늘날 <무한도전>을 12년 동안 유지시킨 비결이지만, 제작진에게는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이 프로젝트들이 모두 성사된다고 해서 과연 정준하가 2017 MBC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당사자 정준하 포함 <무한도전> 제작진, 출연진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정준하가 대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준하 대상 수상을 빌미로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템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들고 높은 시청률과 화제도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편

정준하가 베어 그릴스와 생존대결을 펼치고, 이스터 섬에 가서 모아이상과 머리크기 대결을 펼치지 않아도 <무한도전>은 이미 많은 것을 보여주었으며, 예능의 영역을 확장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베어 그릴스와 생존 대결을 펼치는 것을 시작으로, 뗏목타고 한강 종주, 아프리카에서 메기잡이 등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상천외 대결의 청사진을 펼쳐나간다. ‘역시 무한도전!’이란 찬사가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무한도전>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시즌제로 제작하면 지금보다 더 정돈되고 안정감 있는 에피소드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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