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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이 개헌이냐에 대한 반론기본권 강화․국민발안제 등 국민투표와 대선 병행해야
자유기고가 G.I-JO | 승인 2017.01.09 08:48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전부인 듯한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촛불 민심이 개헌이냐?’라는 비아냥이 그렇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게이트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목청을 높이는 정치인들에 대한 반발 때문에 그렇겠지만, 뜯어보면 역시 ‘개헌=권력구조 개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더민주 부설 민주연구원 안에서 작성된 개헌 전략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며 발생한 논란이 터졌다. 문건의 포장지는 ‘국민 중심 개헌’이지만, 결론은 미루자는 것이다. 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가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권력구조 개편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 이유일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전 대표의 입에서는 2018년 6월 지방자치선거일에 개헌을 국민투표에 함께 부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청와대, 검찰, 국정원의 적폐청산과 대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줄곧 ‘지금은 개헌이 아닌 개혁의 골든 타임’이라고 했다. 쪼개지기 전 새누리당의 사사건건 반대로 좌절됐던 개혁입법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으니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개혁의 골든 타임’,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야3당을 중심으로 가급적 개혁보수신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동의하는 재벌개혁이나 검찰개혁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합의해 처리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헌이 아닌’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여기에도 개헌을 권력구조 개편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 깔려 있기 때문이다. 

목도하고 있듯이,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적극적인 정당과 소극적인 정당이 있는가 하면, 하나의 정당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를테면(편의상 존칭 생략) 더민주 대선후보군에서는 문재인과 김부겸, 박원순 등이 갈린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와 호남계 지도부가 의견을 달리 하는 듯하다. 선출되는 대통령의 정당성을 높이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해온 그 역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권력구조 개편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듯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다수 의견은 ‘현행 대통령제를 손질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제 손질보다는 선거구제 개편이 문제의 핵심에 더 접근하는 것이라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의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에도 복합한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할까? 개헌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된다. 촛불 민주주의 국면에서 국민 기본권 강화,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도입 등 합의에 큰 어려움이 없는 개헌안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60일 이내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일에 맞춰 국민투표를 붙이자는 것이다. 대선과 개헌의 동시 병행이다. 안철수식 표현을 빌리면 ‘지금은 개헌과 개혁입법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고, 논란을 빚은 민주연구원 문건식 표현을 빌리자면 이야말로 ‘국민 중심 개헌’(물론 이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단 한 문장도 없지만)이다.

국민 기본권 강화는 생명권, 환경권 강화 등을 포함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가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하는 국민발안제 도입도 합의하기가 어렵지 않다. 국민발안 유권자 수는 지역구 획정 인구 하한선인 10만5천명을 기준으로 하여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만 18살 미만 비중(약 16~18%)을 뺀 8만5천~8만7천명 선으로 설정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국민소환제 도입 역시 개혁보수신당마저 동의하고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다.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장이 5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리적인 시간상으로 대선과 국민투표의 병행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이 나올 법하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2월3일 이뤄진다고 해보자. 대선은 그로부터 60일인 4월5일 치러진다고 해자. 국회 개헌특위의 가동시간이 1월1일부터 6월말까지 6개월이다. 개헌특위가 기본권 강화와 국민발안․국민소환제 도입을 뼈대로 한 개헌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국회는 2월 15일 재적 과반수로 이를 발의한다. 발의안(최소 20일 공고)은 20일 동안 공고한다고 하자. 그러면 3월 초순이다. 국회는 60일 안에 의결하게 돼 있으니, 3월 중순께 재적 3분의 2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된다. 그리고 조기대선일인 4월5일에 맞춰 국민투표에 부의하면 된다.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을 뒤로 하고 치러지는 대선에서 대통령을 뽑는 동시에 국민기본권과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개헌을 함께 하는 것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하면 개헌을 위한 별도 국민투표를 치르는 비용(국회 입법조사처 추정 약 1천억원)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개헌의 1단계다. 2단계는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기본권 강화 사안들, 권력구조 개편, 이와 맞물린 비례대표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선거구제 개편, 경제민주주의 보완 등을 마련하면 된다. 2단계 개헌은 여러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듯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병행하면 된다.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발상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 권력구조 개편은 대다수 정치권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개헌의 핵심 내용인 것은 맞다. ‘국민 중심 개헌’이라고 치장을 하든 ‘개헌 아닌 개혁의 골든 타임’이라고 주장을 하든, 개헌을 통째로 미뤄 놓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시민들이 기본권 강화를 챙기고, 직접민주주의를 챙기기 위한 ‘골든 타임’이다. 이게 개헌의 1단계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 개헌 특위는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소모적인 6개월을 보낼 게 분명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촛불은 개헌으로 완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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