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만 해도 한국에서 열리는 대중음악페스티벌은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정도가 유일했다. 야심차게 해외 록스타를 불러모았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폭우 속에서 전설적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해외 록스타를 보는 일은 불가능한 작전처럼 여겨졌고 한동안 쌈사페 정도가 대중음악전문축제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음악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이 음악팬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성공리에 이어지며 지자체와 전문 기획사가 주축이 된 대중음악페스티벌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제 2009년 현재 한국에서 열리는 대중음악페스티벌은 대략 20여개에 달한다. 그 축제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대중음악페스티벌을 한번 훑어보기로 하자. 한번쯤 꼭 가볼만한,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여러번 다녀왔을 축제의 이름들이 여기에 있다.

1.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http://www.pentaportrock.com)

▲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06년에 시작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한국에서 본격적인 대중음악페스티벌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매년 인천 송도의 대우자동차판매부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첫해 쏟아지는 빗속에서 온통 진흙탕이 되고 말았지만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 플라시보(Placebo) 등의 스타 뮤지션들을 헤드라이너로 배치, 대형음악페스티벌에 목말랐던 음악팬들의 관심을 일시에 집중시켰다. 그 후 뮤즈(Muse), 트래비스(Travis)등의 대중적인 록스타를 계속 섭외해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3년만에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페스티벌로 자리잡았다. 넒은 공간에서 많은 공연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 특히 만나기 힘든 해외 록스타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단순한 페스티벌이 아니라 대중음악팬들의 여름 휴가로 공식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그동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함께 진행해왔던 두 기획사가 갈라서 같은 기간에 동시에 다른 록 페스티벌을 열면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지명도는 상당히 떨어지고 말았다. 앞으로 펜타포크가 어떻게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2.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http://www.valleyrockfestival.com/)

▲ 지산밸리록페스티발ⓒ포스터홈페이지 캡쳐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함께 진행해오던 전문기획사 옐로우나인이 올해부터 별도로 독립해서 열기 시작한 록 페스티벌이다. 올해 단 한번의 페스티벌을 열었을 뿐이지만 인천 송도의 진흙탕과 모래밭에 지친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지산리조트의 넓은 잔디밭은 그 자체로 평화롭고 행복한 공간이었다. 게다가 펜타포트의 라인업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대중적인 라인업은 비록 록 페스티벌로서의 지향성과 완결성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소구력이 강했다. 결국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같은 날 열렸음에도 많은 음악팬들은 기꺼이 초행의 지산으로 향했고 지산을 찾은 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자연속에서 편안하게 펼쳐지는 대중음악페스티벌이라는 흐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발전하는지가 앞으로 한국 대중음악페스티벌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리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3.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http://www.jarasumjazz.com/)

2004년부터 시작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한국에서 재즈페스티벌이 가능하겠느냐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의 불신을 깨고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음악페스티벌이다. 가평군의 자라섬이라는 편안한 공간을 활용해 펼쳐지는 재즈 공연은 공연 이전에 자연스러운 풍경에 취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한적하고 넓은 잔디밭 곳곳에 자리를 펴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한번 찾은 이들을 중독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들은 국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수준높은 재즈뮤지션들의 공연이었고 대중적인 감성을 배려했기 때문에 축제의 매력은 더욱 배가 되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지난해부터 공연무대를 시내 곳곳으로 확장하며 축제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고 캠핑 프로그램과도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떠나기 가장 좋은 음악페스티벌이 아닐까 싶다.

▲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발ⓒ홈페이지 캡쳐
4. 그랜드민트페스티벌(http://www.mintpaper.com/)

2007년에 시작한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가장 정확하게 현재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축제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페스티벌들이 남성관객을 중심으로 한 설정이었던데 반해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현재 대중음악의 소비자들이 대부분 여성임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라인업과 장소를 기획해 축제를 연 것이다. 그래서 축제의 출연진들은 대부분 음악적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팝적인 감성이 강한 팀들이다. 록이나 헤비메탈 같은 센 음악보다는 부드럽고 감성적 접근이 용이한 팀들을 주로 배치하고 서울 시내에서 공연을 진행하면서도 잔디밭에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한 이같은 접근은 이른바 30대 언니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 축제는 드물게 흑자로 페스티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올해의 경우에는 수많은 뮤지션들이 출연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 화제가 되었다. 커플들의 데이트용으로도 가장 만족도가 높은 축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 그랜드민트페스티발2009 ⓒ홈페이지 캡쳐
5. 제천국제음악영화제(http://www.jimff.org/)

몇몇의 영화제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중단되거나 혼란을 겪을 때 후발주자로 출발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초기의 무관심을 극복하고 성장하고 있는, 음악과 영화가 아주 행복하게 만나고 있는 페스티벌이다. 소박하고 한적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는 제천에서 펼쳐지는 국제음악영화제는 음악을 통해 삶과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영화들과 수준높은 음악공연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여느 페스티벌과는 달리 도심의 복잡함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휴가 같은 편안함을 주며 매력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어디론가 쉬러 가고 싶을 때 가장 좋은 음악페스티벌로 꼽는 이들이 많다.

▲ 제천국제음악영화제ⓒ홈페이지 캡쳐
이밖에도 관록의 쌈지사운드페스티벌과 월드DJ페스티벌, ETPFEST,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 전주세계소리축제 역시 한번쯤 꼭 가볼만한 라인업과 기획력을 갖춘 괜찮은 음악페스티벌이다. 더 많은 음악과 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열광하고 즐기고 쉴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페스티벌의 매력. 그러니 각기 다른 그 음악페스티벌의 매력속으로 기꺼이 달려가보시기를. 잃는 것은 쌓인 스트레스, 얻는 것은 무한한 기쁨과 활력일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