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장이 ‘보도참사’ 책임자의 사퇴와 해직·징계 기자 복귀를 요구하는 영상을 올린 막내 기자 3명에 대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MBC내부에서는 “‘보도참사’의 책임당사자인 국장이 막내기자들의 충정에 경위서 운운하고 겁박이나 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이호찬 간사는 6일 “(MBC 보도국) 아침 편집회의에서 최기화 보도국장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막내 기자 3명에 대해 다음 주 수요일(11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최기화 국장이 이 자리에서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MBC '막내기자' 3명이 '보도 참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책임자 사퇴 등을 요구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왼족부터 이덕영, 곽동건, 전예지 기자.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등 MBC 기자 3명은 지난 4일 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올렸다. 이들은 약 4분가량의 영상에 MBC 보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시청자의 식지 않은 관심을 호소했다. 3명의 기자는 2013년 12월에 입사해 3년차에 접어들었으나 MBC는 그 뒤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아직 ‘막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중요한 증거가 된 최순실씨 소유 추정 태블릿PC에 대한 MBC 보도 태도를 비판했고,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공정방송 쟁취 투쟁으로 해고나 인사발령을 받은 선배 기자·PD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상의 말미에는 “보도 정상화를 위해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 해직·징계 기자의 복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6일 상암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가 '보도참사'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피케팅을 진행한 모습. 오른쪽부터 MBC 최기화 보도국장과 오정환 취재센터 센터장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보도참사’가 불거진 이후 MBC 내부 구성원들은 보도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과 반성을 촉구하는 시위 등을 벌여왔다. 이제는 막내 기자까지 나서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보도국의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보도참사’의 책임당사자인 MBC 최기화 보도국장은 이들에 대해 격노하며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실위 이호찬 간사는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직도 태블릿PC 보도에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인데, 보도국장 눈엔 오로지 청와대와 박근혜만 보이는 건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도참사의 책임당사자인 국장이 지금껏 단 한번의 유감 표명도 안 해놓고 막내기자들의 충정에 경위서를 운운하며 겁박이나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면서 “청와대 하수인일 뿐 국장이라 인정하기 어렵다. 사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상암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MBC기자협회 및 영상회 소속 직원 60여명은 피케팅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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