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규탄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전병헌 의원과 미디어행동이 공동 주최했다. 주최측의 표정에 곤혹스러움이 역력했다. 모법(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 원천무효인데, 방통위가 내놓은 시행령을 검토하는 토론을 하자니 아귀가 맞지 않아서이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할 수만도 없는 일,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우격다짐으로 일을 벌이는 방통위에 대한 분노와 함께 시행령 자체의 완성도조차 함량미달이라는 논평을 쏟아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유영주)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이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8가지 문제점을 짚었다.

우선, 지상파의 허가 및 승인 유효기간이 3년인데 비해, 종합유선방송, 중계유선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홈쇼핑채널은 5년으로 연장한 것은 특혜라고 규정했다.

둘째로 심의제재 불이행, 소유규제 위반 등의 경우 허가 및 승인 유효기간이 2년 한도에서 단축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이는 대구 MBC의 사례처럼 방송뉴스채널에 대한 일상적인 위협과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로, 의무편성(의무송신), 방송구역, 광고를 포함한 편성 규제 등에서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규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의 시행령에서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일간신문의 범위 획정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모법이 전국 종합일간지, 지역 종합일간지, 스포츠지, 경제지, 무료신문 등 소유할 수 있는 일간신문의 범위를 규정하지 않은 채 시행령에 떠넘겼는데, 시행령에서도 구체화하지 않아 돈만 있으면 누구든 방송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신문 가구구독율과 텔레비전 시청점유율은 셈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신문 발행부수(또는 유가부수)에서 차지하는 특정 신문의 발행부수(또는 유가부수) 비율로 신문시장 점유율을 계산하지 않아 조중동이 발행부수(또는 유가부수)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도 방송 진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줬다는 지적이다.

여섯 번째 문제로 지상파 방송과 종합유선방송의 겸영 한도를 33%로 정한 것도 논란이다. 모법에 반영돼 있지 않은 조항으로 뒤늦게 시행령에 반영한 것으로 추측된다. '왜 33%인지의 기준은 알 수 없으나, 지역 MBC 광역화 과정이나 지역 지상파방송 인수.합병 허용 과정에 유선방송과 지상파방송의 겸영을 유도해 신문과 대기업의 우회 장악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 구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이 임명하도록 해 사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무 내용은 △신문구독률의 시청점유율 환산 △방송 종사자에 대한 미디어다양성 교육 △여론 다양성 증진을 위해 방통위원장이 요청하는 사항 등이다.

김경환 교수는 “여론 다양성을 미디어법에서 보장하고, 어느 정도 독과점을 막기 위해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한다면, 방통위보다는 현실적으로 국회 소속이 되는 게 생산적이고 국민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소장은 특수관계인을 8촌 이내에서 6촌 이내로 축소하는 것과 관련해, '언론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일반 기업과 달리 엄격한 규정을 존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는 국회 소속이 바람직

조준상 소장은 “종편을 3개까지 승인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세제혜택까지 거론한 건 조중동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방통위가 지상파방송이 KBS, MBC, SBS 등 3개가 유효경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종편을 3개 승인해 유효경쟁을 벌이도록 한다는 이야기는 무식의 발로가 아니면 군색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종편은 종편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는 지상파와 종편 전체가 경쟁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준상 소장은 방통위가 시행령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 대해 “정부가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2012년 총선에서 효과를 본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상파 방송의 재편과 조중동 및 재벌의 종편 진출이 이뤄지면 압도적인 여론 독과점이 가능하고, 선거 시기 친정부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은 69조 2,3항 등을 들어 모법에서 시행령으로 떠넘긴 부분을 시행령에서 담지 않았다면 모법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으로 등장하게 될 종편이 어떤 형태의 제휴 및 컨소시엄으로 되느냐에 따라 대규모미디어복합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모법과 시행령에 대해 “여당의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과 여론 다양성 실현 논리가 귀착되는 것이 지역 지상파 방송이고, 지역 여론을 운영하는 지상파 방송을 타겟으로 하는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채수현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작년 IPTV법 제정 과정에서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을 상기하며 모법과 시행령 개정안 추진에 우려를 표명했다. 채수현 정책위원은 “방송법이 독이 잔뜩 묻은 건데 거기서 나오는 행동지침은 독수독과”라고 짚고, 특히 시행령에 들어간 지상파 방송과 유선방송 겸영 33% 기준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공서비스가 목적인 지상파와 이윤 추구가 목적인 상업방송이 결합하면 '지상파가 파괴되기 마련'이라는 우려를 덧붙였다.

한편 최근 정부가 언론소비자주권 캠페인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 “캠페인이 건재하면 대기업이 조중동과 손잡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 초장부터 악착같이 탄압해온 것”이라며 언론소비자운동이 종편 진출 기업 불매운동으로 번질 것을 예방하는 차원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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