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기습 ‘기자 간담회’가 헌법을 위배한 행위라며 재차 간담회를 강행할 경우 고발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기자단에 대해서도 위법적인 간담회에 한 번 더 참석한다면 기자단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언론시국회의)는 5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청와대 기자단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해체하라>란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김종철 위원장,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박석운 공동대표 등이 참석, 기습 기자간담회를 연 박근혜 대통령과 참석한 청와대 기자단을 비판했다.

▲5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주관으로 열린 <청와대 기자단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해체하라> 기자회견 모습. (사진=미디어스)

박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청와대 측은 "정식 기자간담회가 아니다"라면서 기자들이 노트북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녹음이나 사진 촬영도 할 수 없다고 사실상 ‘통보’했다. 문제는 청와대 출입 기자단이 이런 조건들을 다 수용했다는 점이다.

동아투위 김종철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기자들은 박근혜를 둘러싸고 병풍처럼 서있었다”면서 “왜 (기자들이) 청와대만 들어가면 기자의 본분을 잃어버리고 아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각 있는 기자들이라면 ‘직무 정지된 박근혜가 부르는 간담회에 갈 것인지’ 논의를 하고 거부를 했어야 한다”면서 “(청와대 기자들이) 박근혜의 들러리를 선 꼴”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 박석운 공동대표는 헌법 제65조 제3항에 명시된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규정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는 형식적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2004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결정문을 통해 정지되는 직무 행위에 대해 ‘방송에 출연해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행위, 기자회견에 응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라고 규정했다.

박 대표는 청와대 기자단에 대해서는 “옛날에 엉터리 기자들을 일컬어 ‘받아쓰기’한다고 비판했다”면서 “요즘 방송과 언론에서는 받아쓰기 수준이 아니라 (박 대통령 말을) 복창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방송 뉴스와 지면 기사는) 전파와 지면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면서 “(청와대 기자단은) 최소한 박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결정될 때까지 청와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당시 모습에 대해 “기자 간담회의 그림을 만들어주려고 박 대통령을 둘러 서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면서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민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기자단 간사 MBC 박성준 기자가 기자단에게 ‘노트북, 카메라, 녹음 이런 것 없다’라고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그렇게 일방적으로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우습고 놀라운 것이고, 기자들이 그 말에 따라간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가 직접 취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박 대통령이 40분 동안 변명을 하는 동안 기자들이 기다리고 서서 보고 있었다는 것은 (기자들이) 박 대통령의 작전에 말려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 기자단을 향해 “다시는 기자간담회에 응해선 안 된다”면서 “그것이 기자의 기본적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해 필요에 따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새해 기습 ‘기자 간담회’와 유사한 형식으로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 적극 반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시국회의는 이날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재차 강행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 고발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 기자단이 박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에 응한다면 참석한 기자단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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