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 모습.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심판의 증거조사가 형사재판처럼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과 형사소송은 다르다"고 일축했다. 헌재가 빠른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거조사 절차와 증거 채택 등은 철저하게 형사소송법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을 위반한 부분에 관해서는 민사소송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지만, 형사법 위반 사유는 형사소송법의 증거법칙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법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탄핵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증거법칙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에서는 전문증거 형태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전문증거는 사실인정의 기초가 되는 경험적 사실을 경험자가 직접 진술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간접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증거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당사자 모두를 소환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탄핵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증거자료로 제출된 각종 기사나 진술녹취 등에 대한 재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탄핵심판 주심 강일권 재판관은 "이 재판은 탄핵심판이지 형사소송이 아니다"라면서 "법원의 형사재판과 이 사건을 혼동해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게 협조해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는 계속됐다. 증거조사 중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 기록을 다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하기도 했다.

강일권 재판관은 "시간이 부족한 것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혼자서 한 번 읽었다"고 빠른 검토를 촉구했고. 박근혜 대통령 측은 오는 10일 3차 변론기일까지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빠른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 탄핵심판이 조기 인용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탄핵심판은 정치적 책임을 지워서 징계를 하는 것"이라면서 "조금이라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무죄 판결을 내리는 형사재판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상 전문증거법칙을 준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 또한 헌재의 재량에 따라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라면서 "전문증거법칙을 100% 준용하자는 것은 시간 끌기 작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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