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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변론에 예수·소크라테스까지 등장"촛불 민심은 통진당이 주도" 주장…어디까지 망가지나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1.05 12:23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안쓰러운 기분이 들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여전히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전면 부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거듭된 무리수는 일부 보수적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오겠지만, 결국 국민 여론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5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강요하였다는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은 이미 합병이 완료되고 나서이므로 의혹 제기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미르 K스포츠 재단의 기업 출연과 관련한 제3자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 문화와 스포츠 부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고 최순실 씨의 전횡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런 주장은 언론 보도를 볼 때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어떤 논리적 방어라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이날 나온 주장 중 가장 들어봄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주장한 것들 중 나머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거의 억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촛불민심은 국민 민심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광화문 촛불집회의 주도세력이 민주노총이고 여기서 불려진 노래 등은 과거 김일성 찬양 노래를 만든 사람이 작곡 작사하였으며 일부 ‘이석기 석방’ 등의 구호가 등장한 것으로 볼 때 결국 촛불시위의 주도세력은 구 통합진보당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촛불시위의 진행 양상을 보면 완전한 억지임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촛불집회에 구 통합진보당 세력이 일부 참여하여 자신들이 선호하는 내용의 주장을 외쳤을 수는 있지만 이들을 촛불시위 전체를 좌우한 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그야말로 침소봉대이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날고 기는 조직이라도 200만에 달하는 인파를 동원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 조합원 숫자는 5~60만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대다수의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수는 저 수준에서 10%도 되지 않는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무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순실 씨의 의견은 단지 참고만 했을 뿐 비선조직을 운영하는 등 국정농단 행위를 한 걸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의 보도는 아무런 근거가 없이 이뤄진 게 아니다. 4일 방송 뉴스 보도와 5일 언론 지면만 봐도 최순실 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 내용을 좌지우지 했다거나 해외 순방 연설에서의 발언 내용 등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새로운 의혹 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의혹들의 근거는 대다수가 검찰이 수사한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내용을 두고 “아무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였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의 직접 조사를 거부하고 ‘중립적 특검’의 조사에 응하겠다는 논리였는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 측은 특검의 중립성도 문제 삼고 있다. 이날도 특검 수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수사 내용을 증거로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재차 내놨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특검의 중립성을 문제삼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박영수 특검을 야당이 추천했다는 점인데, 특검법 자체는 어쨌든 국회가 합의해 결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회 구성도 잘못됐고 4·13 총선 결과도 잘못됐다고 하지 않을 바에야 대통령 측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중환 변호사 등 피청구인측 법률대리인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기일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억지는 없는 것을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나오는 걸로 보인다. 억지의 화룡점정은 박근혜 대통령을 소크라테스와 예수에 비유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소크라테스가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았고 예수도 같은 맥락에서 십자가를 지게 됐다며 “다수결의 함정을 선동하는 언론 때문에 민주주의가 대단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쯤되면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변론에 과연 무슨 성의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생길 정도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여론의 악화를 감수하고 이런 행위를 감행하는 것의 근본적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죄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리해야 하는 대리인단도 억지를 부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죄가 없다고 믿는 구체적인 사고 과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날 한겨레 등은 미르 K스포츠 재단 문제 등이 처음 언론에 보도될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률검토를 마치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참모들의 이런 행위들이 대통령의 잘못된 믿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주장의 정치적 효과를 셈해볼 필요도 있다. 이런 억지가 계속되면 어쨌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일정은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박근혜 대통령 골수 지지층들이 대통령 대리인단 측 논리를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포하며 세력 결집에 나서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환경에서 대선 일정이 최대한 늦춰져야 그나마 보수정치의 정권재창출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

새누리당의 내분이 격화되는 양상인 것도 이런 문제와 연관이 있다. 4일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며 장성택을 숙청한 김정은 등에 비유할 정도였다. 그러나 합리적 잣대로 보면 누가 봐도 서청원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서청원 의원이 이렇게까지 나설 수 있는 것은 망하더라도 ‘TK 자민련’의 형태로 새누리당의 유산을 존속시켜야 하고, 이후 기회를 봐서 국회 최다선인 자신이 어떤 역할이든 맡아야 한다는 개인의 욕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당연히 보수층의 결집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말도 안 되는 억지와 논리는 이들이 뭉칠 수 있는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자기중심적 상황 인식, 억지를 쓰며 이를 충실히 대리하는 대리인단, 새누리당 내 친박계 핵심들의 몽니를 종합해보면 결국 이 정권이 이 나라의 입법, 행정, 사법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보수정치는 1997년에 경제를 망쳤는데, 2017년에는 체제 그 자체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판국에도 뼈를 깎는 쇄신을 선택할 마음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놀랍다. 하긴 그걸 믿어주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나라를 망치는 선택을 반복하는 이 정권을 역사가 분명히 기록해야 한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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