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함께 ‘청와대 비선실세’로 알려진 차은택 감독이 대머리인 것을 희화화하고 조롱한 TV조선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법정제재를 받게 됐다.

방통심의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4일 목동 방송회관 19층에서 2017년 제1차 소위원회의를 열고,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작년 11월10일 방송분)에 대한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방송소위는 방송에서 개인의 특정 부위를 희화화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고 품격을 떨어뜨리는 방송이라고 판단,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 요인이 되는 ‘주의’(-1점)를 결정했다.

▲작년 11월10일 TV조선<윤슬기의 시사Q> 방송 화면 캡쳐.

해당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차 감독이 대머리였단 사실이 검찰 출석 과정에서 드러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을 인용해 전달했다. 네티즌들이 SNS에 올린 글들은 ‘차은택 충격의 민머리’, ‘트랜스포머급 변신’, ‘전두환 전 태통령인 줄’ 등으로 방송에 나가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민원인의 지적이었다. 방송소위는 해당 방송분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3조 5항(대담프로그램)과 21조(인권보호)에 위배됐는지 심의했다.

의견진술인으로 참석한 TV조선 안정용 시사제작국 PD는 “제작진은 인권침해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네티즌의 반응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했다”면서 “(제작진의 입장에서는)블랙코미디를 염두하고, 풍자적인 접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시청자에게는 불쾌감을 안겨드렸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하며 우회적으로 접근했다고 하지만, 방송에서 인터넷 댓글을 여과 없이 반영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차은택씨가 국정농단의 주역이긴 하지만 방송에서 개인의 특정 부위를 희화화하며 소비적인 행태로 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훈열 심의위원은 “방송은 인쇄매체와 보다 절제되고 품위가 있어야 된다”며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한 개인을 희화화시키고 낙인찍는 모습이 상당히 정제되지 않은 채 방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선이라는 국가적인 중대 사안이 예정돼 있는데, 유력 대선 후보들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황색 저널리즘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면서 “향후 방심위에서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안 PD는 “특정 사안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다수의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에 대해 제작진도 경계하고 있다”면서 “2차, 3차 데스킹을 거치면서 방송에 나가기 과한 부분들은 걸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남신 심의위원은 “차은택이 피의자이지만 방송에서 외모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면서 “인권침해도 문제지만 방송 자체의 품격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법정제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컸던 시점이고, 차은택이 사건 초기에 귀국해서 뉴스가 들끓던 시점에서 매체들이 보도 경쟁을 벌였던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주의’ 의견을 냈다.

장낙인 위원은 “차은택 대머리 이슈는 국정농단의 핵심이 아닌 가십거리다. 해당 방송에서 이와 관련해 6분 가까운 시간을 할애해서 조롱하는 식으로 보도했다”면서 ‘경고’ 의견을 냈다. 윤훈열 위원은 “연예오락프로도 아닌 시사보도제작 프로그램에서 이랬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면서 경고 의견을 냈고, 김성묵 위원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을 대변한 네티즌의 말들을 인용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주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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