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의 신년 첫 방송분은 <나 혼자 '먹고' 산다>이다. <나 혼자 산다>의 다큐편일까? 왜 신년 벽두부터 혼자 사는 이야기를 다루었을까? 다 이유가 있다.

거리에 '집' 미니어처를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 집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살 것 같냐고? 그래도 세상이 많이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식구가 줄었으니 하면서, 두 명이나 세 명을 미니어처 집의 가족으로 셈한다. 여전히 사람들 머릿속에 '집'에는 '가족'이 사는 것이다.

신년특집 대한민국 신인류보고서, 나 혼자 ‘먹고’ 산다 편

그도 그럴 것이 TV만 틀면 나오는 드라마들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대가족이 등장한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한데 살면서 생기는 세대 간 갈등과 화해가 '가족' 드라마들의 주 내용이다. 여전히 '가족'이 대세인 양 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실상은 대한민국 가구의 가장 보편적 형태는 이제 1인 가구이다. 520만 1인 가구 시대, 어느덧 우리는 인생의 과정에서 젊은 시절 교육과 구직부터 시작하여 이혼, 사별 등의 이유로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번 그 이상 홀로 사는 시기를 '필연적'으로 경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여전히 사회에선 1인 이상의 다인 가족이 사회의 기본 단위로 작동하는데, 대세가 되어버린 1인 가구. 이 언밸러스한 사회 구성이 낳은 문제를 신년 벽두의 <MBC 스페셜>은 '한 끼'를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미래에 알약 하나로 식사를 대신하는 날이 온다면
당연히 그것을 선택할 거예요”
- 혼자 살기 5년 차 돌싱남 김성현

홀로 때우는 한 끼

신년특집 대한민국 신인류보고서, 나 혼자 ‘먹고’ 산다 편

'혼밥'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이와 관련된 내용의 드라마가 만들어질 정도로 홀로 먹는 한 끼가 낯설지 않은 시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주말 부부 6년차인 강대문 씨는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에서는 바비큐 장인 포스를 지녔지만, 정작 홀로 돌아온 숙소에서 그의 한 끼는 맥주 한 캔과 약간의 견과류 안주이다. 그의 싱크대를 채운 것은 3분 즉석밥들. 그만이 아니다. 다큐가 따라간 다수의 1인 가구들에게 식사란 한 끼를 '때우는 것'이다. 라면 등의 인스턴트 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시켜먹는 경우가 대부분인 1인 가구들. 홀로 음식을 해먹으려 장을 봐놨다가 버리는 게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이들은 어느 샌가, 고민스런 한 끼대신 '알약'을 소원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때우는 게 되어버린 1인 가구의 한 끼는 필연적으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전국 대부분의 1인 가구주들은 2인 이상의 가구들에 비해 영양이 결핍되어 있거나, 불균형적이다. 대세가 되어버린 1인 가구, 그들의 불균형적인 한 끼 식사. 이는 결국 전 국민 건강의 적신호로 이어진다. 결국 <나 혼자 ‘먹고’ 산다>가 둘러보는 1인 가구의 한 끼는 이제는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이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영양 부족이나 결핍에 대한 대안을 위해, 다큐는 여러 가지 방식의 홀로 한 끼 식사 방안을 찾아본다.

신년특집 대한민국 신인류보고서, 나 혼자 ‘먹고’ 산다 편

우선은 혼자서도 잘해먹는 방법. 서른 초반, 이제 막 1인 가구 생활을 시작한 가구주는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엄마의 도움 없이 홀로 된장찌개를 끓여본다. 하지만 결과물은 홀로 식사라기엔 너무도 풍성한, 서넛이 먹어도 남을 만한 양의 찌개. 과연 대안은 없을까? 일찍이 이십대 초반 홀로 살기 시작하여 서른 중반이 넘은 자취생활 십몇 년차에 이른 고수를 찾아가 본다. 오랜 자취 생활의 경험 끝에 '살기 위해' 스스로 음식을 해먹기 시작했다는 고수는 근처 재래시장을 활용한 한 사람의 먹거리에 걸맞은 장보기부터, 있는 재료를 활용한 요리 팁, 그리고 마른 재료 등의 적절한 재료 찾기까지 유용한 팁들을 제시한다.

“1인 가구에게 해물찜이란?
과도한 허세!”
- 우야TV 애청자 조아연

이렇게 요리에 도전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손쉬운 팁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시장 판매의 저하로 고민하는 망원시장 상인들은 역시나 우야TV라는 먹방을 주도하는 1인 가구 세 청년 셰프와 함께 먹거리 꾸러미를 준비한다. 시장에서 파는 신선한 재료들로 음식 쓰레기를 남길 여지도 없이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낸 덮밥, 찌개들의 소분 꾸러미. 이 덕분에 해물찜이란 1인 가구의 허세가 현실이 된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법

1인 독거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남성 독거노인을 위한 요리 교실을 운영한다. 시금치 다듬기, 콩나물 데치기 등 가장 기본적인 요리 방법을 가르쳐 준다. 여성 어르신들과 달리, 홀로 남겨진 남성 어르신들이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색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밥 해먹기가 번거로운 이들이라면 1인을 위한 식당을 찾아가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관악구의 한 식당은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는 대신 인터폰을 눌러야 한다. 직원의 허가를 얻어 들어간 식당은 일반 식당과 달리 요리공간을 둘러싼 ㄷ자의 식탁이 삥 둘러싼 공간. 그곳에서 홀로 식사하는 사람들은 일반 식당에서의 소외감 없이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연인조차도 나란히 앉아 사랑의 밀어를 자중해야 하는 처지다.

신년특집 대한민국 신인류보고서, 나 혼자 ‘먹고’ 산다 편

조금 더 대안적 방식으로 등장한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알려진 소셜 다이닝이다. 금천구의 한 빌딩, 오로지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모인 열 댓 명의 청년들은 풍성한 해물찜을 앞에 놓고 모처럼의 호사를 누린다. 한 끼의 호사만이 아니다. 일이 아니고서는 일주일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일이 별로 없는 1인 가구가 모처럼 가족처럼 속을 터놓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 사회 1인 가구의 한 끼 식사를 모색해보던 다큐는 시선을 덴마크로 옮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가게, 우리나라의 식료품 가게와 같은 곳이지만 파는 방식이 다르다. 비누 한 개도 반으로 잘라 살 수 있는 곳, 모든 식재료가 유리 용기에 담겨 있어 필요한 만큼 살 수 있는 곳, 코펜하겐 과반수에 해당하는 1인 가구를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가게다. 심지어 장바구니를 가져오지 않으면 가게에 구비된 주머니에 물건을 담아갈 수 있는 곳. 1인 가구 = 인스턴트와 음식물 쓰레기로 대변되는 우리네 현실과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소셜 다이닝이 승화된 형태도 등장한다. 90대 노인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30명 15가구의 가족들이 어울려 사는 덴마크의 코하우징. 한 달에 한두 번 돌아오는 식사 당번, 매일 저녁 함께 하는 식사. 자유롭지만 의무는 아닌, 함께하는 덴마크의 삶의 방식을 제시하며 다큐는 궁핍한 우리의 홀로 한 끼 식사에 대한 탐험을 마무리한다.

<나 혼자 ‘먹고’ 산다>가 1인 가구의 식생활에 주목한 것은 그간 다큐가 우리 사회 주도적 생활 방식이 된 1인 가구에 대한 관심을 넘어선 시도이다. 또한 그들의 영양이 궁핍한 현실과 그 대안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은 <나 혼자 산다>의 현실판으로, 또한 우리 시대의 현실에 대한 생생한 접근으로 새해 첫 다큐로서의 의미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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