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표들이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후반기 내내 안팎에서 ‘보도참사’란 지적을 받았던 언론사 대표들이 신년사에서 보도 쇄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일부 언론사 대표는 ‘공정보도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쇄신 필요성이 제기되는 언론사의 대표들이 의지를 표명하지 않아, 내부로부터 비판이 제기됐다.

고대영 KBS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공정방송’이란 단어를 거론했다. 하지만 보도 쇄신을 추진하겠다는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나온 언급이었다. 고대영 KBS 사장은 “KBS의 모든 뉴스와 프로그램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면서 “KBS의 모든 뉴스와 프로그램 제작자는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작자들도 책임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 제작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고대영 KBS 사장이 작년 1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1.29 scoop@yna.co.kr(끝)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정수영 간사는 고 사장의 신년사에 대해 “최악의 무능 불통 경영에다 ‘최순실 보도 참사’에 ‘정권 비호 수단’으로 전락시켜 시청자들을 떠나게 만든 책임에 대한 성찰은 눈꼽만큼도 없는 적반하장 신년사”라며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조준희 YTN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어느 채널을 보나 패널들이 둘러앉아 정파적, 자극적으로 흐르기 쉬운 이른바 ‘패널 방송’을 하는 게 요즘 뉴스의 일반적 보도행태가 돼 버렸다”면서 “다른 방송사들이 한다고 그냥 따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가 있는 해 일어나기 쉬운 ‘편 가르기’와 ‘내 생각과 다르면 적’ 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이분법은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YTN이 사회통합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내에서부터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함께 손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의 신년사에 대한 YTN 내부 반응은 비판적이다.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2일 성명을 내고 “YTN의 새해 첫 인사에서 보도국의 개혁과 변화는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뒷북 보도와 공정성 하락에 대한 반성도 없고 책임 또한 아무도 지지 않았다”며 “보도국 경쟁력 강화와 공정언론을 만들기 위한 사장의 최소한의 의지 표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준희 YTN 사장.(사진=YTN)

언론노조 YTN지부는 “(조 사장이) 신년사에서 '융화'와 '소통'을 얘기했지만 역시 허상”이라며 “진정한 소통은 생색내기식 사원 면담이 아니라 보도국의 민주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조 사장이 신년사에서 ‘상식, 정의, 원칙 – 바로서는 대한민국’을 올해의 아젠다로 발표한 것과 관련, “'언론의 상식, 언론의 정의, 언론의 원칙이 바로 서는 YTN'이 되길 노동조합은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민 SBS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흔들림 없이 공정 방송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앞서 SBS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측이 권력감시에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를 지적해온 노조에 사과했고, 보도책임자를 교체하는 등의 인사 쇄신도 추진했다. 윤 부회장은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혁신하자”면서 “공급자 사고에서 벗어나 시청자 중심으로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으로 우리의 생각을 Turn Around 하자”고 요청했다.

작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시민들로부터 비판 받으며 취재기자가 마이크에서 자사 로고를 떼고 리포트를 하는 수모를 겪었던 공영방송 MBC의 안광한 사장은 신년사를 아직 내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MBC 시청자미디어센터 관계자는 3일 <미디어스>와의 통과에서 “회사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신년사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MBC 한 관계자는 “매년 신년사가 게시된 것은 아니다”라며 “안광한 사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한 얘기는 주간 MBC에 실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