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월 중순 귀국을 앞두고 각종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반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보도에 이어, 신천지 관련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이승헌 총장. (사진=코리안스피릿 보도 캡처)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반기문 총장이 또 다시 특정단체와 접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천지에 이어 이번에는 '단월드'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반기문 총장은 단월드의 창시자인 이승헌 총장을 최소 4차례 이상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7월 반기문 총장은 이승헌 총장와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이승헌 총장을 홍보하고 있는 공식사이트와 단월드 공식카페에서는 "2007년 7월 말 반기문 총장과의 만남은 그로 하여금 더욱 현실적인 유엔 후원 방안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면서 "이 총장은 뇌교육을 통해 인간성 회복, 지구시민양성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반기문 총장과 유엔의 활동을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이승헌 총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국제뇌교육협회는 2008년 6월 뉴욕 유엔본부 100개국 협회 창립식을 하고, 비영리국제단체로 등록됐다.

2009년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연례각료급회의에서도 반 총장과 이 총장이 만났고, 뇌교육협회는 2010년 6월 유엔공보국 정식지위NGO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6년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 유엔 NGO 컨퍼런스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이승헌 총장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이승헌 총장 블로그)

2010년 11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또한 반기문 총장과 이승헌 총장은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해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 유엔NGO 컨퍼런스에서도 반 총장은 이 총장을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월드는 과거 단학선원으로 불리던 단체로 종교보다는 기체조, 호흡, 명상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단월드는 사이비 종교라는 의견과 순수한 명상수련단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각종 연구에서 단월드를 '신종교'로 분류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연합은 단월드를 이단 연구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1993년 6월 4일자 한국일보 보도.

이승헌 총장은 단월드 회원들 사이에서 '스승님'으로 불린다. 단월드에서 이승헌 총장이 깨달음을 얻은 날로 얘기하는 1980년 7월 15일은 '대통천일(하늘과 크게 통한 날)'이라는 날로, 하늘로부터 사명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1980년 8월 8일은 '대각일(크게 깨달은 날)'이라고 부르며 기념하고 있다.

이승헌 총장은 지난 1993년 6월 2일 건강보조식품 불법제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는데, 단월드에서는 이 날을 '역천일(하늘을 거스른 날)'로 지정하고 있다. 2009년 5월 20일 단월드 전직 지도자 27명이 이 총장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일은 '제2의 역천일'로 지정돼있다.

또한 단월드는 연회비로 내는 헌금의 액수에 따라 천군, 마고성 천, 마고성 지, 마고성 인 등으로 회원들의 등급을 나누고 있기도 하다. 과거 언론을 통해 이승헌 총장을 비롯한 단월드 측은 '종교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여전히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장 문하의 제자인 손정은 씨가 만든 종교인 선불교와 관련이 깊다는 의혹도 계속되고 있다.

손정은 씨는 단월드 '대선사'에 올랐던 인물로 이 총장을 대신해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과거 언론보도에서 이 총장은 "단월드 회원관리를 위해 만든 것이 선불교"라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더한다.

▲2010년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화면. (사진=유투브 캡처)

2010년 1월 신동아는 단월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대해부 단월드-한상진 기자> 기사를 통해 심층보도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단월드에 대해 심층보도한 바 있다.

단월드 관련 의혹에 대해 허태선 단월드대책위원장은 "단월드가 과거 공공장소에 단군상을 세우려고 했는데, 우리가 반대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가 단군상을 반대했던 이유는 전통적인 단군상이 아닌 이승헌 총재의 얼굴을 넣으려고 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승헌 총재는 단월드를 비롯한 120여 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데, 정부나 정치인 등의 힘을 업고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단월드 관계자는 "단월드 전직 지도자 27명이 이승헌 총장을 상대로 냈던 소송은 이유없음으로 기각된 사안"이라면서 "또한 선불교와 단월드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월드에는 대선사라는 직급이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일부 인사들도 단월드와 접촉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012년 11월 7일 열린 이승헌 총장의 출판 기념회에서 축사로 나서 "저도 단학가족이다"라며 "시청 대회의실에 단학교실을 만들어 놓고 아침마다 시민들과 함께 참여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박근혜 후보도 단학을 계속 해 오셔서 정말 어렵고 힘들 때라도 자신이 흔들림 없이 신념을 지키는 것이 단학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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