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시사판 ‘라스’가 나타났다 <외부자들> (12월 27일 방송)

채널A 시사예능프로그램 <외부자들>

사실 ‘채널A’라는 선입견에 가려져 <외부자들>에 대한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다. JTBC <썰전>에 버금가는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설마 채널A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출연진 명단을 보고 조금 흔들렸다. 진중권, 정봉주, 전여옥, 안형환. 좀 센데? 첫 회 방송을 보고 나서 깨달았다. <썰전>과의 비교가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썰전>이 전원책과 유시민의 1:1 맞불토크라면, 지난 27일 첫 방송한 <외부자들>은 1명의 진행자와 4명의 패널로 구성된 집단 토크쇼에 가깝다. 내용은 시사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을 포장하는 건 예능이다. 그래서 거칠게 표현하자면, 시사판 ‘라디오스타’ 정도.

녹화장에는 별다른 소품이 없다. 검은색 배경에 검은색 테이블. 시청자들의 눈에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들어오는 건 출연자들뿐이다. 그들의 입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세트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잘 알면서 과거 최순실도 만난 적이 있다는 전여옥, 냉철한 진보 인사인 진중권, 그리고 진지한 패널들 사이에서 양념처럼 예능을 담당하는 정봉주까지. 까만 녹화장은 출연자 라인업에 대한 제작진의 무한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첫 회 주제는 ‘최순실 게이트’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향이나 의도에 대해 잘 간파하고 있는 전여옥 패널이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전여옥은 박근혜 대통령의 ‘피눈물 발언’에 대해 “지극히 정치적인 용어다. 자신의 5% 지지자들에게 ‘내가 피눈물이 나니까 행동하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의 옷차림에서도 정치적 함의를 발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대 결단을 내릴 때 깃 세운 짙은 남색 재킷 바지 정장을 입는다”며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팩트들을 툭툭 꺼내놓았다.

채널A 시사예능프로그램 <외부자들>

전여옥이 박근혜 대통령 관련 팩트를 내놓으면, 정봉주는 이를 탁월한 비유로 포장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유아적 사고방식을 자장면에 비유한 것이 발군이었다. 과거 신촌 유세 피습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병상에서 꺼낸 첫 마디는 “대전은요?”였다. 정봉주 패널은 여기서 정치적 승부사 기질과 함께 유아적 미성숙 자아가 공존한다고 봤다. “‘아이가 엄마 손 잡고 자장면 먹으러 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졌다. 이 아이 머릿속에는 당장 먹고 싶은 자장면 밖에 없는 거다. 엄마가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자장면은요?”라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유했다. 진중권을 빵 터지게 한 멘트였다.

어떤 방송이든 첫 회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다소 자극적이거나 공격적인 방송을 준비할 수 있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는 충분히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이슈였다. 그러나 <외부자들>은 대놓고 자극적인 방송을 만들지 않았다. 팩트를 기반으로 비판하되, 굉장히 속 시원한 정리와 빵 터지는 비유까지 적절히 배합했다. ‘채널A가 그렇지 뭐’라는 선입견을 ‘채널A가 정말?’이라는 놀라움으로 바꿔주는 첫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이 주의 Worst: 저녁 한 끼보다 웃음 좀 줍쇼! <한끼줍쇼> (12월 28일 방송)

JTBC 예능프로그램 <한끼줍쇼>

지난 21일 JTBC <한끼줍쇼>는 걸그룹 IOI의 세정을 게스트로 섭외했다. 일주일 후 28일 방송에서 강호동은 “이경규와 강호동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추측했다. 그래서 이날 섭외한 게스트는 이윤석과 이수근.

식상하다는 말조차 식상한 조합이었다. 제작진은 이수근과 이윤석에 대해 각각 ‘강호동의 공식 오른팔’과 ‘이경규의 공식 오른팔’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만큼 방송에서 많이 봐왔던 투샷인 데다 방송을 보지 않아도 앞으로의 전개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이윤석과 이수근은 이경규와 강호동의 지시에 따라 아바타처럼 저녁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 여기저기 초인종을 누를 것이고, 그때마다 이경규와 강호동으로부터 온갖 구박과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이윤석은 체력의 한계를 느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등장과 동시에 이윤석은 ‘국민 약골’ 이미지를 내세우며 7겹이나 껴입은 옷차림을 보여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윤석은 첫 번째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가장 뒤로 쳐져서 무릎을 잡고 잠시 주저앉았다. 강호동과 이경규는 한 발 물러나 이윤석과 이수근을 떠밀어 초인종을 누르게 했고, 뒤에서 온갖 훈수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한끼줍쇼>

물론 이날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한 과정은 그야말로 고군분투였다. 문을 열어준 주민들은 많았지만, 이미 식사를 했거나 방송 출연을 부담스러워하는 등의 이유로 거듭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감 15분 전에 한 끼를 대접받았다. 제작진은 이를 놓고 ‘드라마틱한 성공’이라고 자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묻고 싶다. 그 과정 속에서 이윤석과 이수근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이경규와 강호동이 게스트 없이 진행했을 때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저 두 사람이 누르던 초인종을 네 사람이 누르고, 두 사람이 하던 자기소개를 네 사람이 했다는 차이 정도? 강호동은 “제작진이 이경규와 강호동으로는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게스트를 섭외한다고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게스트를 데려와도 답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 강호동과 이경규 조합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