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쓰나미다. 다름 아닌 80만 팬클럽을 확보한 동방신기란 말이다.

다 알다시피 동방신기 세 명의 멤버 믹키유천, 영웅재중, 시아준수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13년 전속 계약은 사실상 종신계약을 의미한다”는 그들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일정으로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쳤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소속사였던 SM의 ‘속박’을 폭로하였다.

SM은 동방신기 3인의 입장에 반박하며 “법무법인을 선정,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사건 장기화로 인한 해외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3명의 멤버들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동방신기 ⓒ 동방신기 공식 홈페이지
동방신기 3인의 멤버와 SM 사이의 법적 공방을 둘러싸고 ‘해체설’은 진즉 등장하였고, 팬들은 조마조마하다. 거대 기획사 SM의 횡포인가, 계약을 지키지 않는 젊은 가수들의 억지인가. 네티즌 사이에서도 설왕설래다. 더욱이 ‘13년 전속 계약’ 조건은 동방신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에 주목한다. 물론 ‘13년’이라는 시간이 아이돌 가수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의 미래라며 연예계에 끊이지 않는 전속 계약 분쟁에 대해 걱정한다. 하긴, 최근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SM 소속 아이돌 그룹의 전속 계약기간이 근 5년~13년이라고 하니, 기우가 아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 13년이란 말이다. 동방신기 3인의 멤버가 ‘종신계약’이라 주장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심지어 박찬종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동방신기가 소속사인 SM과 체결한 계약은 '노예계약'이 명백하다” “SM의 행위는 형법상 부당이득죄 및 준사기죄”라고 단언했다. 상호간 사인이 오간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13년이라는 전속계약 기간은 연예인의 활동 수명에 본다면, 평생 고용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전속 계약을 해제할 경우 총 투자금의 3배, 일실 수익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이건 ‘속박’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상황이다.

뇌관은 손도 못댄 공정위의 연예기획사 전속계약서 실태조사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중문화예술인(연예인)들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연예산업에서 불공정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하여 ‘표준전속계약서’를 심사하여 공시하였다. 지난하게 이어졌던 연예인의 ‘노예계약’이라는 전속계약서에 ‘표준’을 마련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해 11월 10개 대형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전속계약서상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약관을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한 바 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19개사의 연예기획사에 대해서도 2차 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연예인에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에 대해 자진시정하거나 제정 예정이었던 표준 약관을 도입하도록 조치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동방신기의 소속사 SM의 경우, 대형연예기획사로 분리 지난 해 11월 이미 전속계약서에 담긴 문제의 조항을 삭제 혹은 시정하도록 공정위가 조치하였다. 헌데 동방신기 3인이 제기한 전속계약서의 부당함이 어찌 당시 공정위 실태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까. 독소조항인 계약기간과 위약금 조항, 수익분배 조항 등은 전혀 언급이 없었단 말이다.

* 미발표곡에 대한 권리를 연예기획사에게 귀속하는 조항
-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미발표곡에 대한 모든 권리는 갑에게 있으며, 갑은 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
→ 자진시정 후 : 계약기간 중에 제작한 앨범 및 녹음한 곡(미발표곡 포함)의 소유권은 갑에게 있다. 계약기간 종료한 이후의 수익분배에 관하여는 본 전속계약에서 정한 분배율에 의한다.

* 홍보활동에 대해 강제 및 무상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조항
- SM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는 갑의 요구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출연하며, 이에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 자진시정 후 : SM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 을은 갑의 요구가 있는 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출연해야 하며, 갑은 이에 대한 출연료를 지급한다. 단 본인의 음반 등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 연예활동에 대한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
- 본 계약기간 중 을이 전조의 국내외 연예활동과 관련된 일체의 권리 및 결과물에 대한 모든 소유권, 저작권, 저작인접권, 초상권, 상표권 등 모든 권리는 본 계약기간 만료 이후에도 갑에게 귀속되며, 을은 갑에게 동 권리에 관한 일체의 주장 내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 자진시정 후 : "을은 갑에게 동 권리를 관한 일체의 주장 내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부분을 삭제

* 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연예인의 이의제기를 금지시키는 조항
- 갑은 을의 연예활동의 안전사고 및 재난 등에 대한 예방 및 구제를 위해 각종 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을은 이에 적극 협조함과 아울러 일체 이의를 제기치 않는다.
: 갑은 을의 연예활동의 안전사고 및 재난 등에 대한 예방 및 구제를 위해 각종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을은 이에 적극 협조한다.

* 연예기획사가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양도할 수 있도록 한 조항
- 갑은 계약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회사로 이관하여 사용할 수 있다.
→ 자진시정 후 : 갑은 을에게 사전에 통지한 후 계약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회사로 이관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을이 사전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분쟁발생시 재판관할을 연예기획사의 소재지 관할법원으로 한 조항
- 본계약에 관한 소송 관할은 서울 민사 지방법원으로 한다.
→ 자진시정 후 : 본 계약과 관련된 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할로 한다. 다만, 을은 관할의 합의가 을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갑에게 관할 법원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으며, 갑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용하여 관할법원을 변경하여야 한다.

2008년 11월, 공정위가 SM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전속계약서의 불공정 조항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SM은 자진시정을 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동방신기 전속계약서의 문제의 핵심이었던 13년 계약기간과 수익 배분 비율 및 방식, 과도한 액수의 위약금 조항 등은 빠져 있다.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전속계약서의 핵심이 왜 당시 실태조사에서 빠져있는지에 대해서. 담당자는 “계약기간, 수익 배분 등과 같은 경우는 민사상의 법적 다툼이 많은 예민한 조항이다.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배제하였고, 당시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답하였다. “상호간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표준약관으로 정비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는 것이다. 그러니 연예인의 전속계약서의 뇌관은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생활침해 및 계약의 일방적 양도 등과 같은 불공정한 조항을 적발하고 시정했다 한 점도 의미는 있지만, ‘장기계약’과 ‘수익금 배분’ 등과 같은 조항이 빠졌다면 이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금번 실태조사는 소위 전속계약서상 ”노예계약“ 조항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는 공정위의 발표가 무색할 뿐이다.

게다가 당시 공정위 실태조사와 이에 대한 시정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

* 홍보활동에 대해 강제 및 무상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조항
- SM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는 갑의 요구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출연하며, 이에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 자진시정 후 : SM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 을은 갑의 요구가 있는 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출연해야 하며, 갑은 이에 대한 출연료를 지급한다. 단 본인의 음반 등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분명 인터넷방송 출연과 관련한 조항의 경우 11월 당시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있었고, 이에 대해 SM측은 수정 시정했다. 공정위 담당자는 “당시 실태조사 결과는 해당 소속사의 시정 결과를 확인한 이후 발표하였다. 해당 소속사는 수정한 계약서의 사본을 공정위에 제출하였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동방신기 3인이 제출한 전속계약서 일부에서 확인해본 결과 인터넷방송 출연과 관련한 조항은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제9조(이익금의 분배-음반)
 4. 피신청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 언제든지 출연하여, 인터넷 방송은 신청인의 홍보로 해석하며, 이에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기술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본인의 음반 등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 인터넷방송에 출연할 경우 출연료를 지급하는 조항은, 인터넷 방송은 해당 연예인의 홍보로 해석한다고 되어 있다. 분명 다르다. 동방신기 3인이 제출한 전속계약서가 지난 해 11월 이전에 작성된 것이라면 최근 계약서를 확인해야 풀릴 문제다.(동방신기 3인의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들이 제출한 전속계약서의 최근 수정 시점을 문의하였지만, 여전히 답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그들이 제출한 전속계약서 일부에는 부속합의가 있던 시점을 주석을 통해 명시하고 있는 점을 볼 때 SM에서 자진시정 했다는 당시 공정위의 발표는 석연찮을 수밖에 없다.

동방신기 3인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에 담긴 전속계약 전문은 법정으로 향했다. 계약기간, 위약금 조항, 수익 분배 조항 등에 대한 법원 판결에 대해 일단은 기다려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제기한 전속계약서의 부당함과 문제점이 이제야 터진 것은 유감이다. 분명 공정위는 연예기획사의 전속계약서 실태조사에 나섰고, SM 역시 실태조사 해당 기획사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SM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서를 점검했음에도 불구하고, 13년 장기계약은 물론 수익 배분율과 방식, 위약금 조항 등과 같은 핵심적 문제는 일단 회피하였다. 더욱이 자진시정 절차에 대해 향후 점검도 미흡하였다.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동방신기 3인이 제출한 전속계약서가 지난 해 11월, SM 측에서 자진 수정했다고 밝힌 이후의 계약서라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표준약관 제정 이후 연예기획사와 해당 연예인과의 법적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곪아 터질 때는 이미 지났다. 따라서 줄소송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연예계의 쓰나미가 몰아친다 하더라도 당황해하지는 말자.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썩어 빠진 싹은 확실하게 도려내야 할 일 아닌가. 잔혹한 아이돌의 참사를 이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비단 동방신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방신기 3인이 제출한 전속계약서가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은 계약서 그 자체로, 그리고 공정위의 안일했던 실태조사까지도 모두 까발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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