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016년 이주노동운동에서 굵직굵직했던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 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해 3월 2일 국회에서는 테러방지법과 함께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이 통과되었다. 통과된 개악안은 이주민들을 강제 추방할 수 있는 요건을 확대하고, 관련 사항들의 처벌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이주 제단체에서는 항의 성명과 기자회견 등을 열고 제대로 된 출입국관리법을 만들기 위한 모임을 따로 구성하여 대응활동을 하고 있다.

같은 달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맞이하여 <인종차별적 법과 제도를 바꿔라!>라는 제목으로 이주 인권 노동 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국제연대 기자회견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였다. 출입국관리법 개악, 테러방지법 제정 등 억압적 법제도의 문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 난민, 이주아동 등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이 지속되고 있고 무슬림 혐오도 조장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주 당사자들의 발언을 통해 한국사회에 인종차별이 중단되어야 함을 알리고자 하였다.

그 직후 법무부에서는 ‘자진출국 불법체류외국인 입국금지 면제’ 보도자료를 통해, 4월부터 9월까지 미등록체류자가 자진출국하면 입국금지 조치를 한시적으로 전면 면제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어느 해보다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미등록체류자가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오로지 당근과 채찍을 통해 미등록체류 숫자만 줄이고 보자는 이러한 방침에 대해 이주단체에서는 즉각적인 규탄행동에 돌입했다.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의 항의 기자회견과 면담, 1인 시위, 집회 등을 통해 이주노동자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 합법화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같은 달 4월 18일,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어 있던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코밀(MAMADIEVKOMIL)씨가 오후 1시 30분 보호실 내 2m 이상 높이의 문고리에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응급조치를 통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자살 시도의 이유가 청주외국인보호소 직원 3명이 권총으로 위협을 하는 등의 폭행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밝혀져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여수보호소 화재참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단속과정 또는 보호소에서 수감되어 있는 동안 목숨을 잃거나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런 사실들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은폐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주단체들은 보호소 및 출입국관리사무소 항의면담 등을 통해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시정조치가 이루어질 것을 약속받았고 실제로 시행된 부분도 있으나, 강제적인 단속과 추방이 매해 지속되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5월 1일 노동절에는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렸고 수도권에서는 3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보신각에 모여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는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8월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페지!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 수도권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서도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주당사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2016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집회

바로 얼마 전이었던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이하여 광화문에서 열렸던 집회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됐다.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는 추모제와 결의대회가 집회 당일 함께 진행되었는데,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으러 한국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외치는 이주노동자들의 분노가 더욱 뜨겁게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시야를 조금 넓혀보자면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이역만리의 한국 땅까지 밟은 시리아 난민 28명이 반 년이 넘게 인천공항에 구금되어 있음을 폭로했던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 경계에 갇힌 난민들에게 문을 열어라! > 기자회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공항과 항만에서부터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아 국내에 입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아갈 곳도 없는 신세가 되어 송환대기실에 갇혀버린다. 겨우겨우 자신의 사정을 외부에 알리고 소송을 통해 승소할 때까지, 침구와 세면도구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전등이 켜진 폐쇄된 곳에서 기약 없는 집단 구금 생활을 하게 된다.

다행히 인천지방법원(행정2부)은 2016년 6월 17일, 19명의 시리아 난민신청자들을 6개월이 넘도록 공항에 구금한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의 위법함을 인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가 적법하지 않게 난민신청자들을 불회부시켰음은 법원에서도 점차 인정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국가 최초로 난민법이 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난민 인정율은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러있고, 난민들의 처우개선 역시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이주운동진영이 2016년 365일 내내 투쟁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이주노동운동의 현 단계 진단과 향후 도약을 위한 모색> 토론회가 열려, 전국적으로 60여 명의 이주당사자 및 지원활동가들이 모여 이주운동의 미래를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9월에는 <전국이주활동가 상담학교>가 열려서 새롭게 이주노동상담을 시작하거나 준비 중인 활동가들이 모여서 기초적인 현황부터 구체적인 상담사례까지 1박2일 동안 배울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올해로 5회째 개최되고 있는 <이주민 예술제>와 10회를 맞은 <이주민 영화제>에서는 이주민 당사자들의 공연과 영화, 토크쇼 등이 풍부하게 열렸는데, 이런 행사는 보다 쉽게 이주문제에 대해 접근할 수 있고 이주민과 정주민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사업장변경지침 개악, 출국만기보험 개악, 테러방지법 제정 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탄압하는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그때마다 이주노동자 당사자들과 지원단체들은 쏟아지는 현안을 막기 위해 전력투구해왔다. 이 때문에 정작 한 발짝 더 나가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 마련을 위한 토론과 연대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이주노동운동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2012년 9월 사업장변경지침 개악을 막기 위해 천여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서울역광장을 가득 메운 이후 집회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이주단체들도 각 사안별로 고군분투하면서 각개약진하고 있는 상태를 넘어서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고용허가제 철폐의 날,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등에 맞춰 가능한 수준에서의 공동투쟁을 만들어가기 위한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명확한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렵더라도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기 위한 워크샵이나 토론이 계속 열리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에 그 안에서 다가오는 2017년의 희망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마지막 기고글을 마무리하면서 소개하고자 하는 노래는 김호철 동지가 작사 작곡하고 류금신 동지가 부른 <희망의 노래>이다. 2017년에는 이주운동이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는 희망의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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