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내부에서 ‘박 대통령 올림머리 의혹’ 리포트 앵커멘트 수정을 두고, 보도국 간부와 라디오뉴스 PD가 고성으로 언쟁을 벌이는 등 한 차례 소동이 일은 것으로 확인됐다. PD가 앵커멘트에 추가로 의혹 제기된 부분을 실은 것에 대해 간부가 지적을 하며 언쟁이 격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도국장이 해당 피디에게 경위서 제출까지 요구하며 파장이 불거졌다. MBC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원하는 해명만 담아 보도하는 것이 MBC인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조능희)가 29일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MBC 보도국에서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호철 정치부장이 아침 7시 라디오 뉴스가 끝난 뒤 당일 아침 라디오 뉴스 PD였던 박장호 기자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이다. 박 기자는 해당 리포트의 송고본을 확인한 뒤 앵커멘트 일부를 수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가 29일 발행한 노보 자료.

박 기자는 앵커멘트에 “(박 대통령은) 머리가 헝클어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오전에 불렀던 미용사를 오후에 다시 불렀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측은) 머리 연출 의혹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부분을 추가로 넣었다. 해당 내용은 ‘올림머리’ 관련 <한겨레>의 첫 보도 이후 SBS가 추가로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다. 박 기자는 추가로 제기된 의혹 내용과 청와대가 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까지 포함, 앵커멘트를 수정한 것이다.

문 부장은 박 기자에게 “기사에 없는 내용을 왜 앵커멘트에 집어넣었냐”고 항의했다. 이에 박 기자는 “SBS보도가 더 구체적인데, 왜 그것은 보도하지 않고, 청와대가 해명을 내놓은 <한겨레> 보도만 갖고 기사를 쓴 것이냐”고 맞섰다. 이후 문 부장은 아침 편집회의에서도 관련 사건에 대해 재차 항의했고, 최기화 보도국장은 ‘박 기자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해당부장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끝내 경위서 제출 지시는 담당 기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편집부 PD가 앵커멘트를 수정하는 것은 보도국의 관례였다. 그리고 애초 청와대의 해명만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기사 내용이 더 문제”라며 “그런데 더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앵커멘트를 수정한 피디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앵커멘트 수정 관련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아침 <뉴스투데이>의 앵커멘트가 별다른 이유 없이 수정됐다. 박재훈 <뉴스투데이> 앵커는 아침 6시대 1부 리포트에서 SBS가 제기한 의혹 내용을 일부 포함시켜 앵커멘트를 수정했다. “(박 대통령이) 일부러 부스스한 머리를 연출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보도됐다”는 내용이었다.

<뉴스투데이> 2부가 진행되기 직전 박 앵커에게 앵커멘트를 송고본 그대로 읽으라는 편집부의 지시가 전달되며 결국 박 앵커는 2부에선 본인이 수정했던 것이 아닌 송고본의 앵커멘트를 그대로 읽었다. 같은 뉴스, 같은 리포트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앵커멘트가 보도된 것이다.

▲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캡쳐. 조영익 기자는 해당 리포트에서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을 반박하는 청와대 측의 입장만 두 문장 실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靑 "탄핵 시 조기퇴진 없다", 특검 수사 대비>으로 사실상 '올림머리 손질' 의혹과는 상관 없는 기사였다.

언론노보 MBC본부는 “아침 7시 라디오뉴스 앵커멘트 수정에 대해 취재부서에서 고성까지 지르며 항의한 것과 <뉴스투데이>의 앵커멘트를 1부와 다르게 2부에서 ‘송고본 그대로’ 읽어달라고 요구한 것은 드문 일”이라며 “청와대가 원하는 해명만 담아 보도하는 것이 청와대 보도의 정석인가. 청와대의 해명범위를 넘어서는 보도는 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7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도 SBS의 의혹 제기는 외면한 채 <한겨레> 보도와 관련된 청와대의 해명을 두 문장만 전달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짜놓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뉴스데스크>의 ‘청와대방송’ 역시 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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