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KBS 15년차 이상 기자들에 이어 KBS PD들도 ‘고대영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KBS 29기 이상 PD 243명은 28일 오후 ‘고대영 사장, 깨끗이 KBS를 떠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지금 KBS는 문자 그대로 침몰 직전의 난파선”이라며 KBS는 급변하는 미디어 지형과 시장의 압박, KBS 저널리즘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위상의 추락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고대영 KBS 사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1.29 scoop@yna.co.kr(끝)

KBS PD들은 “KBS의 시사프로그램들에서 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대감이 살아 숨쉬던 기억은 얼마나 아득한가. 보도에서 예리함이, 교양에서 통찰이, 예능에서 해학이 실종됐다”며 “조직운영의 투명성이 사라진 자리에 억지와 전횡, 잔꾀가 들어차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자괴감에 몸서리쳐 온 것이 과연 언제부터였던가”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희대의 국정농단으로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을 때 KBS는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물으며 “(KBS는) 국정농단의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감시의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정권의 구린내를 가리는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기에 급급했다”라고 썼다.

이어 “공영방송 KBS를 권력의 충견으로 내모는 최선두에 바로 고대영 사장이 있었다”라며 “일선 기자들이 박근혜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징후를 감지하고 이를 보도하자고 하자 KBS의 담당국장은 ‘최순실이 박근혜의 측근이라는 증거가 있냐’며 윽박지르고 방송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KBS PD들은 “(KBS는) 결국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폭로로 참담한 ‘보도참사’를 당했다. 정상적인 방송사 사장이라면 이정도 대형보도참사를 당했다면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야 했다”면서 “최소한 해당 간부들을 문책이라도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고 사장 및 간부들은)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썼다.

이들은 보도참사의 책임자인 보도본부장 및 통합뉴스 룸 국장에 대한 사퇴 촉구 찬성률이 90% 가까이 나온 것에 대해 “고대영 사장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KBS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KBS PD들은 “KBS 최고 경영자인 고대영 사장이 책임을 지지 않는, 그의 퇴진을 전제하지 않는 어떤 개혁도, 어떤 방송도 국민들로부터 한낱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 사장을 향해 “언제까지 비루하게 사장 자리에 머물며 공영방송 KBS의 몰락과 후배들의 고통을 지켜볼 것인가.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수장의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라고 촉구했다.

KBS PD들은 “KBS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며 “뼈를 깎는 갱생의 험난한 여정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제 우리는 조직수장의 퇴진을 통해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푸는 첫 걸음을 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새누리당 당사로 행진하는 KBS 양대 노조 조합원들 모습.

지난 26일 KBS 15년차 이상 기자 104명은 ‘침몰하는 KBS, 문제는 사장이다. 고대영은 퇴진하라’는 성명을 내고 현재 KBS가 ‘총체적 위기’라고 진단 내렸다. 이들은 ▲뉴스에 대한 노조와 기자협회 비판에 징계와 보복 인사로 답하고 ▲'이정현 녹취록' 사태 당시 보도본부를 비판한 기자를 제주도로 발령 냈으며 ▲한 달 간 '최순실 보도참사'가 계속된 점 등에서 최종 책임자는 고 사장이라고 지적했다.

KBS 고참 기자 및 PD들의 이 같은 상황 진단은 실제 지표로도 나타났다. 지난 16일 한국갤럽 조사결과 '어느 방송사 뉴스를 즐겨보느냐'는 질문에 KBS는 18%의 선호도를 기록했다. 이는 JTBC의 선호도 45%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KBS '뉴스9'의 시청률은 10% 중반대(전국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최근 7일 간 시청률을 살펴보면 17.5%, 16.5%, 17.0%, 15.9%, 15.1%, 9.7%, 10.8%였다. KBS뉴스는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KBS뉴스를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6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고대영 사장 이하 KBS 사측의 상황 인식은 아전인수식격이다. 고 사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JTBC의 시청률 상승에 대해 “특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했으며 KBS 시청률은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22일 열린 'KBS사우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최근 하락했던 시청률이 다시 회복됐다며 "세상의 중심을 잡아주는 KBS의 가치를 시청자들이 인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더 열심히 국민들을 위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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