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가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미방위원 14명은 27일 오후, 28일 미방위 회의를 개최하자는 요청을 담은 개의요구서를 신상진 위원장실에 제출했다. 그러나 신상진 미방위원장, 박대출 간사를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은 야당의 개의 요구에도 아무도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상진 위원장은 야당 위원들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 10분 쯤 미방위 회의장에 등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간사는 "어제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 한 109개 법안 법안소위로 회부 건, KBS·EBS 결산 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 건 등 세 가지 안건을 두고 오늘 2시 미방위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면서 "그런데 신상진 위원장은 전화도 받지 않고, 위원장실에도 있지 않고 피한 건지 도망간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홍근 간사는 "109개 법안은 각 의원들과 정부가 어렵게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만든 법이고, 대체토론까지 했기 때문에, 국회법에 의거해서 응당 법안심사소위로 넘기는 것이 국민의 상식이고 국회의 절차를 지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새누리당은 입맛에 맞지 않는 몇 개 법안을 빼고 소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논리로 모든 법안의 심사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28일 미방위 회의장에 새누리당 위원들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미디어스

박홍근 간사는 "신상진 위원장은 여당 소속이기도 하지만 국회 미방위를 책임지는 미방위원장"이라면서 "원활한 의사일정 진행이 제1의 책무인데 분명히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본인이 위원장이면 각 당 간사들과 위원들의 조율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도 안 하는 위원장이 왜 세금을 받아가며 자리를 지키는 거냐"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신상진 미방위원장의 사퇴 촉구 결의안을 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간사는 "내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고, 내일을 경과하면 올해 우리 미방위는 법률안 심의조차 한 차례도 하지 못한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면서 "최소한의 소위 회부 절차라도 이행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일 오후에 다시 상임위 개최를 요구할 것이다. 신상진 위원장이 또 다시 사회를 거부하면 더 이상 상임위를 이끌어 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겠다"고 경고했다.

박홍근 간사는 이날 회의장에 나온 야당 위원들에게 4가지 안을 결의해 야4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할 것을 제안했다. 박 간사가 제안한 내용은 ▲29일 오후 중 미방위 회의 소집 ▲29일 미방위 회의를 거부할 시 신상진 위원장 사퇴 결의안 제출 ▲1, 2월 개혁입법의 최우선 과제로 권력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언론을 돌려주는 '언론장악방지법' 처리 ▲4당 체제에 맞는 새로운 원 구성을 통한 미방위원장 교체 등이다. 야당 위원들은 박 간사의 제안을 만장일치 결의했다.

▲28일 미방위 회의장에 자리한 야당 위원들의 모습. ⓒ미디어스

이 자리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정까지 국민들의 요구를 접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국정농단 헌정유린에 공영방송이 공범이라고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미방위는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한탄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미방위가 이런 지경에 몰린 것에 국회의원으로서 창피함을 느낀다"면서 "신상진 위원장과 박대출 간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 모두에게도 문제가 있다"면서 "이렇게 불합리하게 위원장과 간사가 상임위를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왜 새누리당 위원들이 가만히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발언을 들은 박홍근 간사는 "2월 MBC 사장 선출, 3월 종편 재승인, 늦어도 내년 6월에는 있을 것으로 보이는 조기대선까지 치르고 나서 언론장악방지법을 심사하자는 시간끌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왜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모독하는 행위가 반복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당 위원들은 회의를 마친 후 "신상진 위원장과 박대출 간사 즉각 사퇴", "법안처리 0건, 새누리당은 집권여당 포기했나", "언론장악방지법은 최순실 방지법" 등을 외쳤다.

▲미방위 야당 위원들이 결의안을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는 모습. ⓒ미디어스

미방위 회의실에서 회의를 마친 야당 위원들은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 야당 의원들의 결의안을 전달했다. 야당 위원들은 우 원내대표에 이어 주호영 보수신당(가칭)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순으로 미방위 야당위원들의 결의안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