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온국민에게 미디어악법을 알리겠다”며 2주간 ‘전국 휠체어 순회 투쟁’을 떠났던 최창현씨(뇌병변 1급)가 이번에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언론악법 날치기 무효’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언론악법 날치기 무효 촉구’ 1인 시위에 나선 최창현씨 ⓒ곽상아

5일 헌재 앞에서 만난 최씨에게 휠체어 순회 투쟁 외에도 ‘KBS장악 규탄 국토대장정’ ‘언론장악 중단 촉구 이명박 대통령 고향마을 1인 시위’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언론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유를 묻자 “몸이 불편해서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고생인데, 현 정부가 나를 집에서 가만히 쉴 수 없게 만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라크 파병 반대 1인 시위 등 참여정부때도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해왔던 최씨는 현 정부와의 차이점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는 ‘소통’이라도 있었지만 이 정부는 아예 국민을 노예 부리듯 마음대로 조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 최씨는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9인의 재판관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고 언론악법 무효 촉구는 “국민의 뜻”이라고 밝혔다. ⓒ곽상아

전국 휠체어 순회 투쟁 당시 최씨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휠체어 작동에 쓰이는 ‘조종기’가 고장났을 때. 하지만 최씨는 “몸은 비록 힘들어도 미디어악법에 대해 한사람에게라도 더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음료수를 가져다주는 등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족들을 먹여 살릴 책임이 없다면 회사 그만두고 나도 전국 순회하면서 ‘미디어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외치고 싶다”고 했던 한 시민.

비장애인도 하기 힘든 ‘전국 순회’ 부터 한여름 뙤약볕 아래의 1인 시위까지. 체력적으로 최씨는 힘들지 않는 걸까? ‘유럽 32개국 휠체어 횡단’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던 최씨는 “별도의 체력관리는 하지 않는다. 체력보다는 ‘깡’”이라며 “장애인이 이런 걸 한다고 (나를) 대단하게 보기 보다 왜 장애인까지 나서게 됐는지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미디어법이 잘못됐다고 인식은 하면서도 ‘나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좀더 실천하는 모습들을 보고싶다”는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최씨는 이명박 정부를 ‘브레이크가 없는 탱크’에 비유했다. “헌재가 국민의 상식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현 정부에 일종의 브레이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던 헌재를 이번에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한 최씨는 “1인시위 등이 헌재 재판관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씨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 9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법의 여신을 배신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배반하지 않는 진실의 판결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 5일 오후 2시경 최씨를 ‘지지방문’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곽상아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씨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자택 앞에서의 1인 시위’를 꼽았다.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 등이 불거진 미디어법의 후속 작업을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최 위원장을 규탄하기 위함이다. 최씨는 “1인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다. 만약 막는다면 법 좋아하는 정부답게 나도 법대로 대응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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