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내부 구성원들이 MBC 뉴스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에도 ‘박근혜·최순실 비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며 이에 책임이 있는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대만 공영방송 기자는 보도 통제에 대해 "대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MBC 기자협회 및 영상기자회 소속 직원 60여명은 28일 11시30분부터 약 30분가량 서울 상암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케팅을 실시했다. 지난 15일 비선실세 정윤회 씨의 아들 배우 정우식의 ‘MBC 캐스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MBC PD들은 16일부터 같은 자리에서 ‘안광한 사장 이하 경영진 규탄 시위’를 진행해왔다.

▲28일 오전 11시 피켓팅을 진행 중인 MBC 기자협회 및 영상기자회 소속 직원들. (사진=미디어스)

이날 피케팅에 참여한 취재 및 영상기자들은 본인의 실명을 내걸고 자사의 뉴스 보도를 비판했다. 연보흠, 박민주, 이정신, 조윤정, 김재용, 조재영, 정규묵, 송요훈, 노재필, 임명헌, 나준영, 이승용, 박진준, 조승원, 이준범, 공윤선, 서혜연 등 총 17명 취재 및 영상 기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MBC는 내부의 자사 보도 비판에 징계나 인사 조치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희웅 기자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가 함께 낸 성명을 낭독했다. 성명은 MBC 뉴스를 보도하는 동료 A, B, C(가칭)에게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김 회장은 동료 A에게 “엠비씨 뉴스가 어느 처절한 나락까지 처박히고 있는지에 대해 한 기자가 ‘우리는 최순실 편입니까?‘ 물어도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입니까?’라고 한 기자가 절망해도, ‘제발 제대로 합시다’라고 한 기자가 갈구해도, 엠비씨 뉴스는 왜 세간의 조롱과 모욕을 자처하는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28일 MBC 기자협회 및 영상기자회 소속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피케팅 중인 모습. (사진=미디어스)

또 동료 B에게 “엠비씨 보도국의 풍경을 아는가? 편집회의는 비겁하고 무능하다. 여기 김장겸이 좋아하지 않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은 내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 김장겸이 챙기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이 내 부서의 일이라고 말한다”면서 “청와대가 나라를 망쳤듯 엠비씨 뉴스는 이렇게 망가져왔다. 엠비씨 보도국 보직부장 자리만 4년이다. 자리를 바꿔가며 또 부장이다. 맹종과 눈치는 오직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향한다. 또한 청와대 꼴”이라고 지적했다.

동료 C에게는 “입사 첫날 MBC 기자에 자랑스럽던 어머니의 미소를 기억하는가? 이제 우리의 딸은, 아들은 애비가 엠비씨 기자라고 어미가 엠비씨 기자라고 말하지 못한다”면서 “촛불 광장에서 애비어미 회사의 뉴스차는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 저기 뒷골목 어딘가 숨어 있을 것이라 말하며 우리는 깊게 한숨 짓는다 누가 엠비씨 뉴스를 보는가? 시청자는 우리를 버렸다. 엠비씨 뉴스를 보라고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김 회장은 “절박함이 우리를 떠민다.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로 자신의 앞자리를 챙기려는 자는 MBC 뉴스를 떠나라. 국민이 버린, 탄핵받은 청와대가 버티는 추악한 꼴마저 따라가려는가. 김장겸은 그만 사악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최기화는 이제 창피한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28일 MBC 내부 구성원들이 MBC 서울 상암동 신사옥 1층 로비에 현수막을 걸고 '청와대 방송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또한 “침묵은 한계를 넘었다. 주저함과 무기력을 벗는다. 당신들의 사퇴는 우리의 끝이 아니다”라며 “MBC 뉴스를 살리고 MBC 기자의 자존을 살리고 공영방송 MBC의 본분을 살리는 시작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BC 기자협회 및 영상기자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1월까지 피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MBC 내부 구성원들의 피케팅에는 대만 공영방송 TBS(Taiwan Broadcasting System) 의 기자도 취재를 위해 참석했다. TBS 한잉(Han ying) 기자는 어떤 이유로 취재에 나오게 됐느냐는 <미디어스> 기자의 질문에 “MBC 기자들이 오늘 피케팅을 한다고 듣고 왔다”며 “왜 이런 일(보도 통제. Report Control)이 벌어지는지 취재하기 위해서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또한) KBS나 MBC와 같은 공영방송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도 정부나 언론사 내부 간부들의 보도 통제가 자행되는 경우가 있냐는 물음에 “대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뉴스에서는 자율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이 자율성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은 뉴스를 리포트 하는 기자들에게는 매우 안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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