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엉뚱한 데다 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뭔가 조그마한 트집 잡을 것만 있어도 몰려들어 물고 뜯으려는 이들의 모습은 이제 추하기까지 하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남들이 하는 행위에 묻어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심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목표물만 정해지면, 자제를 모르고 폭격부터 하는 그들에겐 이성이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7일 배우 유아인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 탓에 집중적인 공격을 당했다.

군 입대를 위해 3차 재검을 받았지만 다시 ‘병역 등급 보류’라는 판정을 받자, 네티즌들은 그가 군대를 가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아인이 그런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영화 <베테랑> 스틸 이미지

유아인은 이미 군대를 가기 위해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도 신체검사를 받았다. 1차에서 병역 보류 판정을 받고, 2차에서도 같은 판정을 받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차 판정까지 같은 판정이 났다. 이 판정을 낸 건 대구지방병무청으로, ‘정형외과 전문의의 검사 결과 부상 부위에 대한 경과 관찰이 여전히 필요해 보류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비난을 하려 한다면 최소 이런 판정이 나게끔 유아인이 가고 싶지 않다고 서류를 내는 등의 행위를 해야 하지만, 유아인은 군대를 가기 위해 신검을 재차 받은 것뿐인데 비난을 하는 모양새는 이치에 맞지 않아 더 희한한 광경으로 보인다.

그간 유아인의 군대 문제는 화젯거리였다. 그가 일반병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경찰홍보단에 갈 것인가로 말이 있었고, 2014년 경찰홍보단에서 탈락하자 바로 일반병으로 가고자 신검을 받았다. 하지만 신검에서 보류 판정된 것이다.

배우 유아인이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 CGV여의도에서 열린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저 순리대로 걸어온 것뿐인데, 나이가 찬 상황에서 보류 판정이 났다고 군 기피를 한다는 식으로 그를 몰아 비난하는 모양새는 어떻게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이가 찼다고 몸 상태와 상관없이, 제대로 된 훈련도 못하고 전투 자원으로도 써먹지 못하는데 받으라고 하는 것이니 만큼, 네티즌의 요구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보류 판정을 그가 낸 것도 아니고, 병무청에서 하는 것인데도 불신으로 그를 비난하는 이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들어올 수 없는 몸 상태여서 나라에서 안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못 가는 사람이 잘못한 것인가? 그러나 네티즌은 그래도 실망이라고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잘못된 것을 잡아가고 있는 시기에 이런 일로 누군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모습은 불안하다.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그도 국민이고, 같이 분노하며 사회를 지켜 왔다. 당신만이 이 사회의 정의가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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