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댓글부대의 실체를 밝혀낸 네티즌수사대 자로의 세월호 다큐는 두 가지 내용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기존 정부가 밝힌 침몰원인에 대한 반박이고, 둘째는 그동안 끈질기게 세월호를 추적했던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주장해온 앵커 침몰설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러면서 자로가 주장하는 세월호 침몰원인은 ‘외력’이었고, 부분적으로 그 외력의 정체가 잠수함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로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 다큐의 목적이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의 당위성을 제기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거기까지는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공개되기 전 정말 뜨거웠던 관심에 비해서 반응은 다소 의아할 정도로 뜨겁지 않은 편이다.

자로의 세월호 다큐 <세월X>

워낙 방대한 분량(8시간 49분)인 탓에 자로가 제시한 자료와 주장을 분석하는 데 당연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다큐가 그간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았던 <김어준의 파파이스>의 앵커 침몰설을 반박하는 데 외력의 증명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지점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자로는 스스로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고, 끝까지 이 부분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갈등을 겪었음을 토로했다. 왜 안 그랬겠는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 <김어준의 파파이스>의 반응은 없지만 사실상 타격은 크다. 더군다나 ‘미친 김감독’으로 통하는 김지영 감독은 다큐영화 ‘인텐션’을 제작 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

자로는 모든 편견을 버리고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만 따랐다고 했다. 거기에는 이화여대 김관묵 교수의 지대한 조력이 있었다. 자로가 말한 편견에는 정치적 결론으로부터 시작되는 의혹이 포함되어 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답이다. 세월호에는 분명 사고라는 물리적 현상과 의혹이라는 정치적 작용이 함께 존재한다. 과학과 정치를 분리하고, 과학을 통해서 결국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하자는 자로의 구상은 나쁘지 않다.

자로의 세월호 다큐 <세월X>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 자로의 다큐 세월X는 김어준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우선 자로가 동영상 사이트에 영상을 올리느라 고생을 하는 동안 먼저 방영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도발적이고 논쟁적’이라는 총평을 내놓았다.

무엇에 대해서 도발적이고 논쟁적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결과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말한 것처럼 논쟁을 점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김어준이 이에 대해서 반박할지에 관한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엉뚱하게 진실을 쫓는, 어쩌면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논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자로가 다소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로가 제기한 이론이 김어준의 것과 전혀 다른 것이기에 결과적으로 논쟁은 피할 수 없다. 다만 논쟁이 꼭 부정적일 것이라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자로의 주장이 김어준의 주장을 잘못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어떤 합의된 결론을 낼 수 없기는 하지만 적어도 김어준과 자로가 이 문제로 논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 논쟁적인 것을 피할 수 없는 정도일 것이다.

자로의 세월호 다큐 <세월X>

그렇다면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자로의 주장도, 김어준의 주장도 불확실한 요소들을 모두 안고 있다. 자로 아니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수사권, 기소권까지 가진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가 재구성된다면 그 가려진 증거들을 통해서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 밝히는 것이 오로지 중요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을 야기할 수는 있어도 아주 적절한 시기에 세상에 나온 자로의 세월호 다큐는 논쟁적이라는 부분보다는 세월호 이슈에 추진력을 보탠 유효한 결과에 더 주목해야 한다. 아니 자로와 파파이스를 적대적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이기 때문이고, 진실에 도달하는 방법은 반드시 유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직 진실은 확정되지 않았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많은 동력이 필요하다. 이 논쟁적 상황도 그 동력에 보태지길 바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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