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스케이터로서 항혼기라고 할 수 있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 선수로서 생애 세 번째 동계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던 아사다 마오(일본)의 꿈은 결국 물거품이 될 것인가.

아사다는 25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85회 전일본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4.10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60.32점)를 합쳐 총점 174.42점으로 24명의 참가선수 가운데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사다의 이번 대회 순위 12위는 자신의 전일본선수권 역대 최하위 성적으로 아사다는 2004년부터 이어온 전일본선수권대회 연속 메달권 진입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아사다는 이번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핀란드 헬싱키) 출전권도 따내지 못해 10시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실패했다. 세계선수권뿐만이 아니라 아사다는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치러지는 내년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도 좌절됐다.

일본 피겨 여자싱글 아사다 마오.[AP=연합뉴스 자료사진]

따라서 내년 2월 삿포로에서 열리는 동계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전일본선수권의 실패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갖는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아사다를 대변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트리플 악셀이 궁극적으로 미완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생애 세 번째 동계올림픽 출전을 향한 아사다의 꿈도 물거품이 되면서 더 이상 아사다를 현역 선수로서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때문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휴식기를 가지면서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했던 아사다는 결국 현역 선수로서 생애 세 번째 올림픽이 될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다시 아이스링크에 섰다.

하지만 아사다는 최근 경기였던 지난달 ISU 피겨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점에 55점이나 뒤진 총전 161점을 받는 데 그치면서 시니어 데뷔 11년 만에 최악의 순위인 9위에 머물렀다.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피겨스케이팅 아사다 마오가 21일 오전(한국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아사다는 경기 결과에 실망한 나머지 현지의 일본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쏟고 나서야 "활주도 점프도 무엇 하나 잘된 것이 없다"며 "나 스스로 분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또 한심스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눈물이 났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번 전일본선수권에서 아사다는 3위 안에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이번 대회 출전선수 명단에는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200점 가까운 점수로 메달을 따낸 10대 유망주가 3명(히구치 와카바, 미야하라 사토코, 미하라 마이)이나 포함되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아사다를 여유 있게 제치고 상위 3위까지의 순위를 차지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했지만 아사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사다가 꺼내 든 필살기는 역시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이었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프로그램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갖춘 어린 후배들과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리가 되더라도 꺼내어 들지 않을 수 없는 카드였다.

전일본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아사다는 연습에서 단 한 번이라도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면 본대회 프로그램에 트리플 악셀을 포함시키겠다고 언급했고, 최근 연습에서 트리플 악셀 시도에 성공하면서 결국 이 기술에 자신의 명운을 걸었다.

아사다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기술, 몸, 마음 모두 올라오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자신감이 있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할 수 있다’는 자기암시와도 같은 언급이었다.

하지만 아사다의 도전은 쇼트 프로그램부터 실패하기 시작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시도한 아사다가 시도한 트리플 악셀은 세 바퀴 반은 고사하고 두 바퀴도 돌지 못하고 실패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실패는 이어졌다.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크게 넘어진 아사다는 이어진 트리플 점프에서도 실수를 연발했다.

일본 여자 피겨의 아사다 마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리플 악셀은 전성기 시절 아사다에게 수많은 우승 타이틀을 안겼지만 한편으로는 회전수 부족, 두 발 랜딩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에게 패한 대목은 궁극적으로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에게 ‘미완’이라는 꼬리표를 붙게 했다. 그와 같은 고난이도의 기술 하나만으로는, 설령 그 기술 시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결코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전일본선수권에서의 완벽한 실패로 말미암아 아사다는 평창으로 향하는 행보에 동력을 잃고 말았다. 현재의 기량으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이상 아사다는 앞으로 현역 선수로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아사다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면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 역시 ‘미완의 필살기’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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