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E1이 또다시 지상파 1위를 했다는 기사를 무심코 클릭했다가 깜짝 놀랐다. 댓글이 무려 천 개가 넘었기 때문이다. 2NE1이 욕을 먹고 있었다. 그에 따라 옹호댓글도 늘어났다.

그동안 2NE1은 내 마음 속에선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객관적으론 그렇지 않았었다.

과거에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한참 ‘뜰’ 당시에, 그 둘을 다룬 기사는 엄청난 댓글들을 양산했었다. 반면에 2NE1은 최근 잇달아 1위를 하긴 했지만, 댓글 세계에선 그만큼 뜨겁지 않았다.

이번에 주요 지상파 차트를 3주째 휩쓸면서 마침내 임계점을 넘은 것 같다. 한국에서 성공한 아이돌의 징표인 ‘댓글전쟁’의 전장에 2NE1이 우뚝 선 것이다. 2NE1이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후의 반열에 안착한 셈이다. 제후도 보통 제후가 아니라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에 패권각축을 벌이는 준패자로서의 제후.

▲ 2NE1 홈페이지 화면 캡처.
소녀시대 팬들 마침내 반응?

2NE1은 포미닛과 데뷔 시기가 거의 같다. 그래서 언론에선 이 두 그룹을 라이벌로 묶으려고 했었다. 이때까지는 2NE1이나 포미닛이나 신진세력으로, 전장의 중심에 있는 건 아니었다. 중심에는 소녀시대가 버티고 있었고, 그 옆에 전선을 치고 있는 건 원더걸스와 카라라고 간주됐었다.

2NE1은 데뷔 전에 ‘제2의 빅뱅’으로 불렸고, 포미닛은 ‘원더걸스 전 멤버인 현아가 속한 그룹’으로 불렸다. 유사품 컨셉이다. 유사품은 전장의 중심에 설 수 없다. 하지만 2NE1은 순식간에 치고 나갔다. 빅뱅의 그림자를 곧 벗어던진 것이다. 2NE1은 그냥 2NE1이 됐다. 이것은 자체발광하는 ‘본좌’가 됐다는 걸 의미한다. 2NE1이 이렇게 치고 나가면서 포미닛과의 라이벌 구도는 와해됐다.

하지만 원더걸스가 없는 지금 절대강자인 소녀시대 팬들의 주의를 끌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컴백을 기다리고 있던 카라의 팬들도 굳이 2NE1을 견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NE1이 몇 주째 연이어 1위를 했고, 그 기간이 마침 절묘하게도 소녀시대의 하락세와 맞물렸으며, 동시에 카라가 컴백한 무대에서조차 2NE1이 맹주 노릇을 한 것이 마침내 기존의 주류 걸그룹 팬들을 자극한 것 같다. 요사이 2NE1 기사에 악플이 많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욕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2NE1 실력으로 차별화에 성공하다

7월 걸그룹 대전에선 <무한도전>이 생각지도 않았던 변수로 작용했다. 제시카의 냉면이 판도를 뒤흔든 것이다. 냉면을 비롯한 <무한도전> 듀엣가요제 출전곡들의 파상공세에 2NE1은 자리를 지켰고 소녀시대는 흔들렸다.

결국 7월엔 2NE1과 제시카가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됐고, 소녀시대의 존재감은 점차 희박해져갔다. 강력해지는 2NE1과 약해지는 소녀시대의 위상이 8월 초에 마침내 만나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두 그룹 사이엔 대립구도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 그러므로 2NE1에 대한 악플도 별로 없었다. 이젠 아니다. 2NE1은 타 세력을 긴장시키는 신흥강자가 됐다. 늘어난 악플이 그것을 증명한다. 2NE1은 소녀시대와 동급이 되어간다. 단기간에 엄청난 성공이다.

물론 소녀시대의 위상은 노래 한 곡 정도로 흔들릴 수준이 아니다. ‘소원을 말해봐’가 그렇게 부족한 노래였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소녀시대는 몰락하지 않았다. 다만 2NE1이 부상했을 뿐이다. 소녀시대 팬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과민반응은 2NE1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뿐이다.

흥미로운 건 악플의 내용이다. 2NE1에 대한 악플은 대체로 외모에 대한 비난이 많다. ‘오크’라는 단어도 많이 등장한다. 그건 거꾸로 실력과 음악은 인정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2NE1의 승인이다. 걸그룹은 귀엽거나 섹시할 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실력파라는 인상을 줌으로서 차별화에 성공한 것.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그것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기존 걸그룹들과는 다른 강렬하고, 야성적이고, 끈끈한 느낌. 이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소녀시대가 여기에 맞서 ‘소원을 말해봐’로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건 무리다. 신흥세력과 신곡이 쏟아지는 가요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의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 2NE1은 현재 확보한 이미지를 확대발전시키면 되고, 소녀시대는 다음 곡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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