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5개로 압축했다. 13개였던 탄핵 사유를 대폭 줄여 신속한 탄핵심판이 기대된다. 또한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판단의 5개 항목 중 하나로 언론자유침해를 꼽았다.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 (연합뉴스)

22일 오후 헌재는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을 열어 대통령과 국회가 제출한 증거와 증인목록을 기반으로 쟁점을 정리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헌재는 탄핵심판의 신속성을 위해 총 13개 탄핵사유를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최순실 씨 등 비선실세에 의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남용 ▲뇌물수수를 비롯한 형사법 위반 등 5개로 압축했다. 눈에 띠는 것은 헌재가 언론자유침해를 하나의 독립된 항목으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인 언론자유침해 항목은 정윤회 씨 등에 의한 국정농단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청와대의 보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는 최순실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자 최태민의 사위인 정윤회 씨가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안팎 10명의 인사를 통해 각종 인사개입과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세계일보의 보도에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문건을 유출한 것은 국기 문란"이라면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을 문건유출 사건으로 몰아가는 동시에, '정윤회 국정농단'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보복을 시작했다.

청와대는 '세계일보 공격 방안'을 논의하고,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계일보 압수수색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일보 대주주 통일교 재단 계열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됐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통일교 한학자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세계일보 회장과 사장을 교체하게 종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정윤회 국정농단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들을 미행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문건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최경락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조응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위 등이 직을 잃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또 검찰은 세계일보 취재기자들을 소환해 30시간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도 결국 2015년 2월 옷을 벗었다. 조 사장은 지난 15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한학자 총재 비서실장인 김만호 실장이 2015년 1월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청와대에서 그런(해임하라는) 전화가 와서 불가피하게 해임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결국 청와대의 압력행사로 인해 세계일보는 정윤회 국정농단에 대한 추가 보도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보도 통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론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재가 정윤회 국정농단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자유침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22일 헌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어느 곳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시간대별로 남김없이 밝히라고 촉구했다. 증거 정리를 담당한 이진성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은 국민이 자신의 행적에 대해 기억을 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날"이라면서 "피청구인(대통령)도 기억이 남다를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재가) 검찰과 특검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제기한 이의신청은 기각됐다. 헌재는 "재판부가 수사기록을 요청한 것은 헌법재판소법과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에 따른 것으로 피청구인(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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