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2일 오전 열린 청문회에는 우병우 전 수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의무를 담당했던 조여옥 대위가 증인으로, 정동춘 이사장, 조승일 부장, 박헌영 과장 등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2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연합뉴스)

이날 오전 청문회 질의의 대부분은 우병우 전 수석을 향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우 전 수석에게 쏟아지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우 전 수석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2014년 6월 우병우 전 수석이 광주지검에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도 의원은 "광주지검에서는 세월호 구조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와 해경 간의 통신자료 확보가 중요해 해경을 압수수색 하려고 했는데, 우병우 증인이 이를 방해했다"면서 "장소가 거기가 아니다,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끊으라 하면서 지체되게 만들고, 기소하지 못하게 했다. 왜 그랬느냐"고 묻자, 우 전 수석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도 의원이 "변찬우 당시 지검장 기억하시냐"면서 "최근 인터뷰에서 '경비정 정장에 대한 구속이 필요했는데, 청와대와 법무부는 생각이 달랐고, 기소도 꺼려했다. 그 핵심에 우병우 증인이 있다'라고 했다. 이렇게 수사와 기소 의견에 압력을 넣어도 되는 것이냐"고 재차 추궁했지만, 우 전 수석은 "압력 넣은 적 없다"면서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신중하고 철저히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화면에 글귀 하나를 띄우며 우병우 전 수석에게 읽으라고 말했다. 손 의원이 준비한 글은 '노무현 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오'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내용은 2009년 4월 30일 우 전 수석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검찰조사 과정에서 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은 "저는 저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손 의원이 "기록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지만, 우 전 수석은 "입회한 변호인도 있었다. 저는 절대 저런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손혜원 의원이 우병우 전 수석이 당초 청문회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도피했다는 의혹에 대해 "왜 도망다니셨냐"고 묻자, 우 전 수석은 "그런 적 없다. 10월 말에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11월 초부터 저희 집에 기자들 수십 명이 와서 문을 두드리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해서 집을 나가 있었다"면서 "언론 취재를 피한 것이지, 국회 증인 출석을 피한 것이 아니다. 제가 집을 나간 건 국회 증인 채택이 되기도 전"이라고 부인했다.

우병우 전 수석의 답변을 들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똑같은 수준"이라면서 "작정하고 나오신 거냐. 부끄럽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사실대로 말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황 의원이 "정윤회와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사건을 문건유출 사건으로 변질시켰다"고 지적하자, 우 전 수석은 "그건 검찰에서 문건의 진실성과 유출여부를 수사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황영철 의원이 "지난 청문회에서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이 나와서 정윤회 문건 사건을 얘기하면서 김기춘 실장이 최순실 씨를 모른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을 때 기막힌 일이라고 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우병우 증인이 최순실 씨를 모른다고 하는 것들에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면서 "이것을 깊이 수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어떤 인물인지 이런 것을 몰랐다는 것이냐"고 지적하자, 우병우 전 수석은 "검찰에서 수사한 것"이라며 "검찰에서 수사하는데 법과 원칙대로 하라는 것 외에 달리 말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황 의원이 "비선실세라든지 잘못된 것을 막는 것이 민정수석의 역할"이라고 거듭 지적하자, 우 전 수석은 "사전에 미리 알고 예방 조치를 해야 했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답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우병우 전 수석이 지난 2014년 김종 차관의 비리 의혹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우 전 수석에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인이 있는 조지아대학으로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돌리는 과정에서 내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어떻게 했나"라고 물었다. 우 전 수석은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그대로 보고했고, 홍 전 수석이 그대로 보고 받고 제가 알기로는 교문수석에게 김종 차관을 경고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장제원 의원이 "경고한 적 없다. 거짓말 하지말라"고 다그치자, 우병우 전 수석은 "수석이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정 모 씨에 따르면 우병우 비서관은 홍경식 수석을 거치지 않고,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해서 이 사안을 무마시켰다고 들었다"고 지적하자, 우 전 수석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우병우 전 수석에게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우 전 수석은 "김영한 수석이 갑자기 급성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저와 문자를 한 적도 있다"면서 "저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다.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질책하자, 우 전 수석은 "저와 김영한 수석은 아주 가깝게 지냈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이 "알자회 들어보셨냐. 육군사관학교 34~44기까지 모임인 알자회가 세력화되고 있는데, 우병우 증인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봐준다는 얘기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우병우 전 수석은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박 의원이 "2016년 7월 조현천 기무사령관에게 권 모 대령과 신 모 대령을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에게 얘기해서 장성 진급시키라고 오더 내리신 적 있지 않느냐"고 하자 "전혀 없다. 군 인사, 누구 승진 이런 얘기한 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던 우병우 청문회는 새누리당 이완영, 이만희 의원의 위증교사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 사이에 설전이 오가면서, 1시간 여 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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