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을 거머쥔 채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던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아침방송 연예뉴스 말이다. 그리곤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잉경쟁을 벌이더니 결국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 27일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이하 좋은 아침)은 참으로 ‘꼴불견’이었다. 당일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아침’은 고사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아침을 선사했다.

<좋은 아침>은 '연예특급 - 기자밀담' 코너를 통해 연예기자 50명에게 ‘기자들에게 막말을 던진 스타’ ‘지각하는 스타’ ‘의리파·매너파 스타’ ‘안하무인 꼴불견 스타’ ‘뜨고 나서 확 바뀐 스타’ ‘인기스타로 뜰 줄 몰랐던 스타’ ‘뜰 줄 알았는데 인기가 저조한 스타’ 등의 질문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이에 대한 결과를 방송했다. 그리고 연예기자들은 인터뷰까지 하며 소상하게 연예인들의 시시콜콜을 품평하였다.

▲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아침> ⓒ SBS 홈페이지 캡처

연예인을 둘러싼 각종 설문조사 결과가 연예뉴스를 장식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여름이 되면 함께 바캉스 떠나고 싶은 남녀연예인, 겨울 되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은 남녀연예인 등 계절마다, 날마다 연예인에 관한 설문조사 항목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나마 그런 설문조사들이 의미를 갖는 것은 설문조사 대상이 불특정다수여서 나름은 공정하다는 것이다. 헌데 좋은 아침의 설문조사는 음흉하다 못해 폭력적이었다. 연예인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 설문조사의 항목도 여간 불쾌한 게 아니다.

‘기자’, 그것도 ‘연예’기자와 ‘연예인’의 관계는 단순한 공생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다. 연예인이 없으면 연예기자도 없지만, 연예기자가 없다면 연예인은 자신을 홍보할 창구를 잃는다. 연예인에게 홍보는 생존의 문제이다. 그래서 연예인과 연예기자의 불안정한 동고동락은 시공간을 초월한 권력관계의 문제이다.

연예인에게 기자는 자주 접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기자 역시 연예인을 취재 소스로 때로는 상냥하게, 때로는 거칠게 그때그때 다르게 다룬다. 물론 그 권력관계의 우위를 두고 연예인과 연예기자를 보편적으로 서열화하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의 위상, 상황과 조건에 따라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건 기자와 연예인 사이의 권력화 된 긴장감이나 사적인 인간관계가 기사에 방향을 바꾸어 반영되거나, ‘호불호’로 인해 사실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연예 뉴스가 아무리 ‘황색’이니 ‘찌라시’니 하더라도 ‘기자’와 ‘저널리즘’이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지난 27일 방송된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 의 좋은아침> '연에특급 - 기자밀담' 중 일부 화면 ⓒ SBS NeTV 캡처

'기자밀담'?, 그저 '뒷담화'

그런데 지난 좋은 아침의 ‘연예특급 - 기자밀담’은 보기 흉할 만큼 도를 지나치고 말았다. 개봉영화 기자간담회에서 후배의 열애설에 대해 질문한 기자에게 나서서 “그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영화에만 집중해달라”고 했던 어느 여성 연예인이 ‘막말’을 던지는 스타 3위로 뽑혔다. 기자와의 인터뷰, 그것도 초면에서 배를 긁어댔고, 그런 행동을 지적한 기자에게 “내가 긁고 싶으면 긁는 거 아니냐”며 말한 연예인은 막말 스타 1위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기자에게 카메라를 빌린 이유로 예약되어 있던 비행기 표까지 취소하면서 인터뷰에 응해준 연예인은 의리파·매너파 연예인이 되었다. 기자가 미안할 정도로 90도로 인사를 깍듯이 하고, 성의 있게 인터뷰에 응해주거나 행사 진행 시 제 시간에 나타나 기자들이 기다리는 경우가 없는 연예인도 의리파·매너파 연예인 순위에 여지없이 이름을 올렸다.

‘안하무인 꼴불견 스타’도 있다. 사실이 아닌 기사를 작성했다고 (매니저도 아니고)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너무 화를 심하게 냈다는 이유로, 직선적인 이미지로, 꼴불견 스타가 된 연예인이 있었다. 심지어 한 기자는 ‘꼴불견 스타’ 1위를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당시 그와 드라마에 함께 출연 중이던 다른 배우 인터뷰를 촬영 현장에서 진행하기로 했지만, 까다롭게 ‘꼴불견 스타’ 1위가 촬영 중에는 어떤 카메라나 기자도 현장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며, 차마 옮기기도 낯 뜨거운 뒷담화를 전하였다.

분명 기획부터가 폭력적이다. 연예기자가 연예인의 이미지를 기자의 사적 경험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SBS는 정화과정은 물론 수준 이하의 기획으로 시청자들의 ‘좋은 아침’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 방송은 딱 잘라, 기자들의 연예인 뒷담화였다. 그렇다. 연예뉴스간의 과잉된 경쟁구도에서, 케이블TV 연예정보 프로그램보다 한 발 더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스스로 ‘폭탄’이 된 셈이었다.

'꼴불견' 방송에 잠잠한 연예뉴스

이후 연예뉴스들의 행보 역시 수상쩍었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좋은 아침을 인용하여 기사를 확대하고, 재생산했을 연예뉴스가 이번 일에는 유독 잠잠하였다. 오히려 방송 구성상 곁가지에 불과했던 순위에 랭크된 스타들의 이름을 공개한 것 정도를 트집 잡았을 뿐이었다. 어떤 이는 50명의 연예기자가 설문에 응한 것이 맞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하여간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연예뉴스 밖에 검색되지 않는다.

왜 일까? 평소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좇고, 기사로 생산하는 비즈니스 관계에 충실했던 연예뉴스 아니던가. 두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우선, 자신들조차 자신들의 ‘횡포’가 추악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면 연예기자들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인터뷰까지 자청했던 그들이 자신들에게 떨어질 불똥을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기사를 누락시킨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나마 전자이기를 희망하지만, 현재까지 연예뉴스의 패턴을 봤을 때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까지도 좋은 아침 시청자게시판에는 연예인들의 뒷담화를 해댄 방송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과 ‘기자들이 펜으로 휘두르는 권력과 횡포가 갈수록 안하무인격입니다’라는 똑 부러진 지적이 수두룩하다. SBS 측에서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오는 8월 3일 좋은 아침 ‘연예특급-기자밀담’을 통해 공식 사과를 전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이 코너를 제작하였던 외주제작사에 대해서도 경고 조취를 취했다고 전하였다. SBS 입장에서는 얼마 전 <스타킹>(관련기사 : 표절, 거짓말 그리고 '스타킹')에 이은 연타석 사과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으로 연예인들의 ‘뒷담화’를 지상파에서 허한 SBS의 대책 없는 기획은 분명 ‘사과’와 ‘경고’라는 징계로 이어질 예정이다. SBS의 굴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찝찝함은 가시질 않는다. 연예기자들과 연예뉴스의 태도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개개인의 감정과 경험만으로 연예인을 판단하고, 품평하는 기사를 써내려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이번 일을 얼마나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입과 손이 아프고 닳도록 연예뉴스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한 치의 개선도 없는 모습이 이토록 자주 그리고 더 악화된 모습으로 드러나니 그러하다. 덧붙여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자들과 연예인의 관계, 게다가 연예뉴스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평과 분석이 아니라 연예인 그 자체가 취재의 대상이고 기사거리가 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좋은 아침이 설문조사 당시, 문제의식을 가진 연예기자들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욱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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