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촛불시민들로부터 ‘청와대 비호’ 방송이란 지탄을 받았던 공영방송 KBS와 MBC가 여전히 ‘진실을 호도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내부의 지적이 나왔다.

KBS<뉴스9>은 지난 19일 <“이완영 위증 모의” vs “박영선도 증인 만나”>(3번째, 박민철 기자)에서 ‘최순실 태블릿 PC’을 둘러싸고 벌어진 ‘국조 청문회 위증’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논란에서 핵심은 이완영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위증을 모의했다는 정황이 제3자의 증언을 통해서 나왔단 것이고, 이는 다른 언론들도 관심을 갖고 취재·보도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KBS<뉴스9>은 “이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면서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도 청문회 전에 고영태 증인을 만났다고 맞불을 놨다”며 여·야 공방 국면으로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KBS가 해당 리포트를 뉴스편성에서 제외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KBS<뉴스9> 19일자 보도 화면 캡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0일 성명을 내고 “KBS는 해당 리포트를 뉴스편성에서 제외하려고 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한 꼭지를 편성했다”면서 “정작 방송된 내용은 새누리당 친박과 최순실 일당의 위증 공모의혹에다가 ‘야당도 마찬가지’라는 황당한 ‘물타기’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뉴스가 촛불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신뢰를 잃은 이유는 바로 이 같은 뉴스의 시각 때문”이라며 “(KBS뉴스는) 권력이 부패하고, 국정이 농단을 당해도 모든 사안을 제멋대로 여·야의 정략적인 프레임 안에 가뒀다”고 밝혔다. 이들은 “KBS뉴스 책임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며 “고의이기에 이건 명백한 범죄이자 부역”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이 같은 지적에 KBS보도본부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며 반박했다. KBS보도본부는 20일 “본부노조(언론노조 KBS본부)가 편집 논의 과정에 있는 ‘9시뉴스 큐시트’를 입수한 뒤 ‘특정 아이템을 방송하라, 말라’며 개입하는 것은 노동조합발 ‘사전 검열’이며 ‘신 보도지침’이다. 명백한 ‘편집권 침해’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어 “뉴스아이템은 취재부서가 발제하고, 뉴스 방송 전까지 수차례 편집회의 논의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해당 아이템도 정상적인 논의 과정에 있었다는 점을 밝힌다”며 “보도국 간부들을 압박한 것은 대선정국을 앞두고 뉴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은 21일 한 기자회견에서 KBS보도본부가 낸 입장에 대해 “KBS뉴스를 망쳐 취재기자들이 촛불 현장에서 쫓겨나는 현실에서 사무실에 앉아 뉴스를 망친 이자들이 한다는 게 노동조합한테 성명을 내면서 노동조합이 자기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따위 성명서를 내는 자들이 공영방송 KBS뉴스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MBC<뉴스데스크> 19일(위쪽), 20일자 보도 화면 캡쳐.

공영방송 MBC의 상황도 KBS와 다를 것이 없다. MBC<뉴스데스크>는 19일 <'위증교사 의혹', 청문회 전에 진술 내용 협의?>(5번째, 김세로 기자)란 제목의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역시 청문회 전에 핵심증인 고영태 씨를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여당 의원에 대한 의혹과 야당 박 의원에 대한 내용을 비슷한 층위에서 다뤘다.

또한 20일에도 <논란 커지는 태블릿PC, 관련자 모두 "모른다">(6번째, 김태윤 기자)에서 “태블릿PC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면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며 논란을 증폭시키는 보도를 냈다.

21일 오전 MBC 보도국 게시판에는 이 같은 <뉴스데스크>의 보도를 비판하는 한 MBC 기자의 글이 올라왔다. MBC 보도국 소속 조현용 기자(경제부)는 보도국 게시판에 <우리는 최순실의 편입니까>란 제목의 글을 올려 “뉴스는 팩트를 모아 만드는 것 아닌가. 대개 태블릿은 최순실의 것이라고들 한다. 여러 리포터들이 검찰과 특검 수사 취재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처럼 보도하려면 최씨의 태블릿이 아님을 입증하는 팩트가 필요하다”고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조 기자는 “문제의 태블릿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이 아니었다면 상황이 달랐겠냐”며 “훔쳤는지 아닌지를 거론하는 것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시인한 기밀 유출, 인사개입 의혹, 재벌을 겁박해 돈을 모은 혐의, 미용시술 등으로 인한 국정 공백까지 태블릿으로 이런 문제를 설명할 수 있냐”며 “정권 실패의 원인이 전자기기 한 대에 있는 것이겠냐”고 되물었다.

조 기자는 “그렇지 않다면 우리 뉴스는 최순실 편인가. 최순실에게 곁을 주고 동업했던 대통령 편인가. 그러한 대통령을 지키려는 일부 정치인 편인가. 뉴스가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만 하는 것인가”라면서 “우리 뉴스는 팩트 아닌 신념으로 만들어지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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