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로고. (사진=AIRI 홈페이지 캡처)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기업의 출자와 박근혜 대통령 측근 인사 배치 등으로 '제2의 미르재단'이라는 비판이 일었던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 대한 미래부의 꼼수지원이 무위로 돌아갔다.

AIRI는 삼성, LG전자, SKT,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7개 대기업으로부터 각각 30억 원씩 총 210억 원을 출자해 지난 10월 11일 개원한 민간연구소다. 그러나 지난 3월 13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LG 관계자를 만나 AIRI에 출자를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간연구소가 아닌 '관제특혜연구소'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AIRI의 주요 직책에 포진해있다는 점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AIRI의 초대 원장인 김진형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0년 12월 설립한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고, '힘찬경제추진단'에서 추진위원을 지냈다.

김진형 원장은 2013년 6월부터 박근혜 정부 초대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민간위원으로 2년동안 활동했고, '창조경제타운' 멘토, 미래부 산하 정보통신진흥원(NIPA) 부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초대 소장,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김진형 AIRI 원장. (연합뉴스)

AIRI 이사회 의장인 조현정 씨는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비선실세의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진 연구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미래부는 AIRI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래부는 AIRI가 정책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플래그십 프로젝트 과제를 일방적으로 AIRI에 밀어주는 등의 편법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기존 2개 정부과제수행자의 과제를 폐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AIRI가 정책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미래부는 AIRI에 대한 정책지정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 것은 또 다른 편법을 사용한 것에 불과했다.

미래부는 지난 11월 2일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사업 7차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를 내, 2016년 플래그십 프로젝트사업 예산 150억 원에 대한 과제 수행자 선정절차를 공개했는데, 총괄과제명이 AIRI의 첫 번째 추진과제와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했다. 또한 미디어스 취재결과 AIRI가 해당 과제에 단독으로 응모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래부가 정책지정이 여의치 않자 지정공모를 하는 척하며 AIRI에 지원을 몰아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능정보 플래그십 프로젝트 수행기관 선정결과. ⓒ미디어스

미래부의 이러한 AIRI 꼼수지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예결특위는 여야 합의를 통해 부대의견에 "미래부는 지능정보 플래그십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연구수행경험 및 실적이 검증된 기관 중 공정한 평가를 통해 수행기관을 선정하며, 연구비 집행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추진과제의 적시성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이는 사실상 신규 연구소로 제대로 된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AIRI가 미래부로부터 꼼수지원을 받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국회 부대의견에 따라 단독으로 응모한 AIRI는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평가대상에서 제외했다. 미래부의 꼼수가 먹히지 않은 셈이다.

AIRI는 이제 미래부의 꼼수지원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검찰 수사에 대한 걱정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미방위 야당 위원들을 중심으로 AIRI에 대한 대기업 출자 강제성 여부를 검찰에 수사의뢰한다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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