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를 두고 ‘초등학생 반장 투표만도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상식을 벗어난 재투표와 부정투표는 전국민적 희롱거리가 되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불법 날치기를 승리로 여기고 이에 도취해 우스꽝스런 춤을 추고 있다. 정말이지 혀를 찰 노릇이다.

그런데 지금 또 한 편에서 ‘초딩들도 비웃을만한’ 사기극이 진행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논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의 선임을 앞두고 방송계에는 이명박 정권이 대규모 낙하산 이사를 선임하여 MBC를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파다했다. 이를 위해 MBC를 ‘빨갱이 방송’으로 몰아온 극우보수 인사들을 이미 이사로 낙점했다는 괴담이 퍼졌다.

▲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오른쪽)이 28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최시중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유영주

최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진 ‘정치적 논공행상’ 과정에서 그 괴담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났다. 방통위의 통보를 받아 신청서를 낸 한 보수 언론단체 대표가 이사 선임에서 제외되자 밀실내정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무리하게 수로 밀어붙이다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언론악법 날치기에 실패한 데 이어 또 한 번 웃지 못 할 코미디를 연출한 것이다.

이민웅 공발연 대표가 폭로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방문진 이사가 밀실에서 내정되었다는 것, 또 하나는 밀실에서 내정한 인사의 선임을 위해 방통위가 이사추천 과정에서부터 개입했다는 것이다. MBC장악을 위한 밀실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방통위는 밀실내정이 들통 나자 “현재 후보자를 3배수로 압축해 심사 중이어서 사전 내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밀실내정 비판을 피하려다 졸속 선임을 자인한 꼴에 불과하다. 방통위는 16일 공모마감 이후 지금까지 방문진 이사선임과 관련하여 단 한 차례 회의(7/24)를 열었을 뿐이다. 회의 한 번에 전체 119명을 30여명으로 압축하고, 한 번 더 회의를 열어 이사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우리는 졸속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실토한 것이다.

게다가 방통위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심사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제, 어떻게, 무슨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심사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관적 판단(!)’에 근거해 후보자를 압축해 가는 방식으로 이사를 뽑기로 했단다. 공모니 심사니 모두 시늉이었을 뿐, 애초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것이다.

짜고 피는 고스톱도 안 들켜야 따는 거지, 짜고 치다 걸리면 그 판은 파토다. 부정행위를 했으면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게 초등학생도 지키는 상식이다. 그런데 방통위는 진실을 회피하며 어물쩍 이 사태를 넘어가려 한다. 그간의 행태를 볼 때 방통위는 내일(31일) 전체회의를 열어 별일 없었다는 듯이 밀실에서 내정된 인사를 그대로 발표할 것이다.

‘낙장불입’을 어겨가며 재투표를 하고, 짜고 치다 걸려도 문제없다하니, 사기 노름도 이런 야비한 사기 노름이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언론관련법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이처럼 희롱거리로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 내일, 방통위에서 MBC 장악을 위한 밀실 사기극의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다 같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언론관련 법제 개선, 미디어 수용자 운동, 대안매체 운동 등을 전개할 목적으로 1998년 8월 창립된 시민단체입니다. 41개의 단체가 참가하고 있으며, 현재 미디어행동의 사무처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