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재투표 대리투표 폭력진압으로 얼룩 진 한나라당의 제3차 입법전쟁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 패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세계사의 교훈이다.

25일 여론조사 기관들이 일제히 ‘언론악법9적’들이 주도한 국회난동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을 물었다. 한데 한나라당이 그렇게 광분해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운운하며 ‘국민들의 뜻을 뭉개고’ 날치기하여 ‘해외토픽감’을 제공하는 추태를 드러낸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판단은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

<25일 조사, 한나라당 싱크탱크 여의도 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7월6일

7월22일

7월25일

비교

이대통령 지지율

41.2%

언론악법강행처리

31.1%

-10.1% p.

한나라당 지지율

35.5%

26.3%

-9.2% p.

민주당 지지율

25.7%

26.1%

비교

9.8%p. 한나라당 우세

0.2%p.

오차범위 내 접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10.1%포인트 급감했다. 불과 20일 전인 지난 7월6일 조사에서 ‘41.2%’의 지지율을 보이자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마의 40%의 벽’을 뚫어냈다며 자축했는데, 그것이 급전직하라는 표현이 실감날 정도의 두 자리 수 하락폭을 보이면서, 서민행보, 떡보기전시행정의 효과는 어디 간 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온 몸으로 혼신의 힘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조중동’을 위해 오로지 ‘정치적 보은’만 고려했지, 조중동방송 재벌TV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깡그리 뭉개버린 이명박 정권이 날치기를 사주함으로써 통과시킨 ‘조중동악법’을 평가하는 국민들의 뜻이다.

하기야 ‘천심이 민심이요 민심이 천심’임을 한 번도 인정하지 않은 정권이기에 사실상 크게 의미 있는 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터. 또 한 번 닥쳐온 ‘시련’쯤으로 간주하며, 이슬람의 탈레반같은 개신교의 맹목적인 교조주의 목사들 불러서 안수기도 한 번 받고 넘어가겠지만, 국민들의 뜻이 이번에는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은 한 번 쯤 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대통령을 ‘모시는’ 측근들의 무능력, 직언하지 못하는 측근들의 비겁함을 한 번쯤 질책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기도 하고.

<25일-26일 조사, 윈지코리아컨설팅/여의도연구소/ 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민주당

윈지코리아컨설팅

26.5%

24%

여의도연구소

26.3%

26.1%

리서치코리아

23.9%

28.1%

▲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한나라당 진성호 신지호 의원등이 안상수 원내대표로부터 오늘중 직권상정 처리 의사를 밝힌 김형오 의장의 메시지를 들으며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청와대는 원래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나라당은 재앙급 여론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의 호흡에 맞춰서 정치를 해야 하고, 유권자들이 버리면 그대로 쓰레통에 쳐박힐 수밖에 없는 ‘선출직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위기충만의 결과이다. 특히 언론악법9적으로 지목된 김형오 이윤성 안상수 이상득 고흥길 나경원 강승규 진성호 신지호와 같은 국회의원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수준 떨어지는, 그래서 국회의원이라고 호칭하고 싶지 않은 이들은 ‘절망의 늪’으로 빨려드는 기분일 터. 비록 직접 이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틀림없이 ‘언론악법9적’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할 터이지만.

그런데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안일한 정세인식은 가히 엽기적인 수준. ‘언론악법9적’축에도 못 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보도에 따르면, “우리의 전통적지지 기반인 수도권 등에는 지지율이 조금도 흔들림 없다”며 자신만만했다는데, 자신이야 국회의원이 아니라서 할 수 있는 말이고, 세부 데이터를 보지도 않은 채 내뱉은 말이니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급락함으로써 전통적 지지기반이 허물어지고 있고, 앞으로 정치인으로 살아가야 할 상대적으로 젊은 한나라당의 ‘꼭두각시’들의 심정을 전혀 읽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기 보궐선거 출마는 접어야 할 것 같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는 대표교체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박희태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풍전등화로소이다.

‘언론악법9적’이 포진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여론조사 결과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꼴은 고소하기까지 한 데, 지난 27일에는 ‘민주당의 정치투쟁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민심수습 민생정치 올인을 선언했다. 그런데 하루만인 28일에는 ‘민주당의 투표방해행위에 법적 대응하겠다‘며 민주당 최규성 의원을 검찰 고발하면서 돌연 역공에 나선다.

투표방해 등 민주당의 물리적 반대가 국민들의 눈에는, 한나라당이 역공을 펼친다고 해도 ‘언론악법 조중동악법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한 한나라당의 폭력적 법안통과 강행’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한 항전이었다고, 민주당의 폭력적 투표방해 행위였다고 평가하지 않을 터. 국민들을 지나치게 ‘卒’로 보는 한나라당의 지도부의 정세인식이 박희태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랍다.

정치를 수 십 년간 한 사람들이 이렇게 정치를 몰랐음에도 아직도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기적적으로만 느껴지는 한나라당의 지도부를 보며 한국정치현실의 지각변동이 가까워졌음을 온 몸으로 느끼는 하루하루임을 솔직히 필자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야고보 1:15). 장기집권 욕심이 잉태한즉 언론악법 날치기를 낳고 언론악법 날치기가 장성한즉 한나라당의 정치적 사망을 낳느니라.(양문석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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