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실생활과 가깝고도 먼 양면적인 대상이다. 평상시에는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니 신경도 쓰지 않는다. 변동이 미미할 때에는 실생활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어서다. 반면, 환율이 마구 오르면 기름값이 뛰고 밀가루 값이 상승하고 과자 값이 오른다. 원재료가 수입되는 상품들의 가격이 예외 없이 오른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때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실생활에 어떤 파괴적인 영향을 주는지 실감했다. 환율이 마구 내리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무릇 한 사회는 역동성을 간직해야 하지만, 환율만큼은 여기서 예외인 게 바람직하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경험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아닌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환율의 역동성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명분을 공유하면서도, 이들의 활동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환율 변동의 방향을 한쪽 방향으로 훨씬 쏠리게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엄청난 자본이 마치 상품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상품은 꿈도 꿀 수도 없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전 세계의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글로벌 금융자본주의 아래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가공할 만하다.

이들에게 환율의 움직임은 자동차 운전만큼이나 익숙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눈에 환율의 움직임은 헷갈린다. 미국의 금리가 오를 것 같은데, 이 영향으로 어떤 때는 우리나라의 원화 환율이 상승했다고도 하고 다른 때는 하락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면 일본 엔화 환율이 상승하기 마련이라는데, 오히려 어떤 때는 하락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접한다. 도대체 종잡을 길이 없다. 언론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실상은 그렇지도 못하다. 오히려 헷갈리게 하는 환율 보도를 심심찮게 목격한다. 다음은 필자의 최근 경험담이다. 지난 12월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 사건의 전후에 각국의 환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살펴보다가 발견한 내용들이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세 가지만 기억해 두자. 두 가지는 환율의 ABC에 해당하고, 마지막은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 학습된 지식의 성격을 지닌다. 첫째, 환율은 서로 다른 통화의 교환비율이란 성격을 갖는데, 지금의 세계자본주의에서 미국의 달러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축통화 구실을 하기 때문에 각 나라의 통화는 달러와 견줘 교환비율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150원이라고 할 때, 이는 1달러의 원화값이 1150원이라는 뜻이다.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110엔이라고 하면 1달러의 엔화값이 110엔이라는 것이다. 둘째, 환율의 움직임과 (달러와 비교되는) 통화의 가치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원화 환율이 1150원에서 1200원으로 상승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그만큼 하락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본 엔화 환율이 상승했다면, 그만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하락했다는 얘기다.

세 번째 전제는, 2016년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현실화한다는 의미는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배경을 간단히 언급하면 이렇다. 2008년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파국 직전으로 몰아갔던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과 유렵연합을 포함해 각 나라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펴면서 돈을 살포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런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사실상 끝났다는 의미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는 점이다.

이런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언론보도들을 보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이전인 11월24일 서울경제는 ‘일본 엔화 환율,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하락 ‘1달러=112엔대’‘(2016-11-24 10:31:18분)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내용은 “일본 엔화 환율은 24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1달러=112엔대 중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 전날 뉴욕 시장에서 미국 장기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미일 금리 차이의 확대를 의식한 엔 매도, 달러 매수가 활발해진 흐름 …”이다. 얼핏 봐서는 무슨 뜻인지 헷갈린다. “엔화 환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이고, 이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미일 금리 차이의 확대를 의식한 엔 매도, 달러 매수가 활발해진 흐름”을 이유로 꼽고 있다. 엔 매도와 달러 매수가 활발해지면 ’엔화 공급 증가+달러 수요 증가‘로 인해 달러 가치는 상승하고 엔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어찌된 일인가?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엔화 환율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을 뒤섞어서 사용했기에 이런 혼동을 낳은 것이다. ’엔화 가치 하락‘이라고 해야 할 것을 ’엔화 환율 하락‘이라고 쓰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1등 신문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연준 금리 인하 뒤인 12월15일 ‘미국 금리 인상, 뉴욕 외환시장 “일본 엔화 환율 1달러 116엔대 중반으로 하락…2월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2016.12.15 11:17분)이라는 제목이 달린 보도를 살펴보자. “미국 금리인상으로 엔화 환율이 하락했다 …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다 지난해 12월 0.25% 금리인상을 결정한 이후 1년만이다 … 미일 금리 차이가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 매도, 달러 매수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엔화 환율은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직전에는 1달러에 115.25~115.35엔으로 거래됐다”고 적고 있다. 금리 인상 직전 115.25~115.35이던 엔화 환율이 116엔대 중반이 된 것에 대해 “엔화 환율이 하락했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엔화 환율 하락을 엔화 가치 하락과 혼동한 결과다.

통신사인 뉴시스도 마찬가지 오류를 저지른다. ‘엔화, 미국 금리인상 관측으로 1달러=112엔대 중반 출발’(2016-11-30 09:14:07분)이란 기사는 “일본 엔화 환율은 30일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내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하다는 관측에 따라 1달러=112엔대 중반으로 속락했다.”고 쓰고 있다. 역시 ‘엔화 가치 속락’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을 ‘엔화 환율 속락’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인상하고 내년에도 3차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자, 달러가치가 출렁이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별 경제전문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글로벌 이코노믹의 ‘환율 긴급진단 - 일본 엔화환율 돌연 급등, 미국 금리인상 빌미 아베노믹스 외환시장 개입 의혹…금시세 달러 원화환율 전망은?’(2016.10.06 11:03분)이란 제목의 보도가 그렇다. 기사는 “엔화가 요동을 치고 있다. 6일 뉴욕과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일본 엔화는 한국시간 오전 10시 59분 현재 1달러당 103.45엔을 지나고 있다. 전일 대비 0.05달러, 비율로는 0.05%떨어진 것이다”로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 뒤부터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최근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 그 영향으로 일본 엔화가 상승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시세의 반대 관계에 놓여있는 일본 엔화 가치는 하락한다. 이는 엔화 환율의 상승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추이를 반영, 6일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팔자 물량이 크게 늘었다. 이와 관련,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아베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엔화를 매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미국 달러 강세를 틈타 일본이 엔화 약세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는데, 갑자기 정반대의 달러화 강세 얘기를 꺼내면서 일본 정부의 엔화 매각설까지 거론하고 있어서다. 문제의 시작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최근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구절이다. 연준의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음에도, 예상이나 통념과 다르게 달러 가치가 하락했다면(=엔화 가치가 상승했다면=엔화 환율이 하락했다면) 여기에는 해석과 설명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11월2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최근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엔화 환율은 미국 금리가 인상될 때 통상적으로 상승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기 때문이다.

보도를 하는 당사자들은 혼동되게 써놓고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 혼동된 표현 자체가 외환시장의 미묘한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는 일관된 맥락에 있을 수도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은 정확한 보도가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적어도 환율 상승과 가치 하락을 뒤섞어 쓰며 혼란을 주는 관행만큼은 서둘러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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