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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대표를 어떻게 해야 하나[김주완·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김훤주/경남도민일보 기자 | 승인 2009.07.28 18:35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잇달아 거친 말을 쏟아냈다. 27일 박희태는 미디어악법 '날치기 미수 사건'을 두고 "이번에 우리는 매듭을 한 번 잘랐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타협이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 풀리지 않을 때는 그 매듭을 한번씩 잘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모조리 죽이는 법안의 통과를 강행하려 해놓고는 "매듭을 잘랐다"고 했다. 목이 졸려 죽을래? 아니면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려 죽을래? 두 가지를 내놓고는 "양보와 타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잘랐다"고 덧붙였다. 신문·방송 겸영과 대자본의 방송 진입 허용을 통해 매체 독과점을 조장해 놓고는 "이번 돌파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미디어스  
앞선 23일에는 '미수'에 그친 미디어악법 날치기를 두고 "결코 우리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았고 비록 겉으로는 일방 처리같지만 내용을 보면 쌍방 합의가 모두 반영됐다. 야당 제안도 되도록 많이, 되도록 폭넓게 수용했다"고 했고 거리로 나간 민주당을 두고는 "지금 일시적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잘 아는대로, 박희태 대표의 발언은 전혀 터무니 없다. 크게 봐서 미디어악법에서 달라진 구석은 '사후 규제'뿐이다. 그 사후 규제는 '구독률 20% 넘는 신문사의 방송 진입 금지'인데, 가장 부수가 많이 나간다는 조선일보조차 현재 구독률이 10%를 조금 웃돌 뿐이니 진짜 말 그대로 '있으나 마나'다.

이런 사실은 박희태 대표 본인도 잘 알 것이다. 이런 막말이 국민들에게 호감을 주지 않으리라는 점도 잘 안다. 그런데도 박희태 대표가 이리 떠들어대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공천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 보여 10월 28일 치러지는 경남 양산 재선거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나가려는 것이다.

주권자는 무시해도 되지만 공천권자는 무시하면 안 된다는 처세술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박희태는 '이제 그만 둬도 되는 사람'이다. 검사장도 했고 국회의원도 다섯 번씩이나 했고 법무부장관도 거쳤다. 이런 공감대가 한나라당 안에도 있었기 때문에, 박희태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박희태 대표의 주권자 무시는 계속된다. 그이의 양산 출마는 그 자체로서 주권자 무시지만, 이 양산 출마를 자기 나름대로 정당화하려고 갖다 붙이는 말은 박희태의 주권자 무시가 참고 견딜만한 수준을 이미 아예 넘어섰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양산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면 마구잡이로 갖다붙이고 있다.

7월 15일 발언이다. 박희태 대표는 "아직은 양산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라 했다. 그러면서 "부산지방검찰청에 세 차례씩이나 근무했는데 당시는 양산도 부산지검 담당이었고, 부산에 있었지만 양산까지 관장했던 군수사령부에 근무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7월 1일에는 아내까지 끌어들여 양산에 연고가 있다고 우겼다. "1963년 10월 당시 부산 군수사령부 법무관으로 있던 시절 양산 내원사에서 친구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하루 전날인 6월 30일에는 이런 따위 연고를 바탕 삼아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도 했다.

박희태 대표가 입에 올린 그런 것도 연고라 할 수 있다면 양산과 인연이 없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다. 내원사나 통도사, 천성산이나 무제치늪을 비롯한 산지습지랑 관련될 수도 있다. 열차를 타고 양산을 지났을 수도 있고 양산 넥센 등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끼워넣은 자동차를 탈 수도 있고 양산 롯데제과에서 만든 과자를 먹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양산 연고가 되지 않을까.

천성산을 여러 차례 올랐다. 양산천도 제법 거닐었다. 크게 영향을 받은 지율 스님도 내원사에서 2002년 만났다. 저녁 무렵 무제치늪을 찾아 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어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함께 헤매기도 했다. 통도사 묵직하고 따뜻한 느낌이 좋아 자주 찾는다. 게다가, '마산에 있지만 양산까지 관장하는' 경남도민일보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다. 이쯤만 돼도 박희태 연고보다는 훨씬 덜 알량하겠지 싶다.

어쨌거나, 박희태 대표와 한나라당이 저리 시건방을 떠는 데는 다 까닭이 있다. 양산을 두고 말하자면 이렇다. 17대 총선에서 양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양수(김형오 국회의장 직전 비서실장)도 낙하산이었다. 18대 총선에서 당선됐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빼앗겨 이번에 재선거 빌미를 댄 허범도도 낙하산이었다.

주권자들이 이처럼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곧바로 척척 당선시켜 주니까 한나라당과 박희태 대표가 시건방을 떠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싫다면, 한나라당의 미디어악법을 반대한다면, 한나라당의 미디어악법 날치기 '미수'가 꼴사납다면 이번 10월 28일 재·보선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나와 있다. 한나라당에게 무시당하고 핍박받지 않으려면 한나라당을 무시하고 핍박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 9일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했으며 2009년 1월 기자 직분으로 돌아왔습니다.

김훤주/경남도민일보 기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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