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하루살이도 안다고 봐야 한다. 가수 인순이가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인 미미시스터즈에 ‘뿔’을 냈다가 ‘절친’이 된 사연에는 채 24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미미시스터즈’가 포탈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힘들다면 힘들고, 어렵다면 어려운 포탈 검색어 순위 등극도 모자라, 1위까지 덥석 거머쥔 것이다. 아무리 <장기하와 얼굴들>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다 하더라도,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할 만한 ‘사건’이라면 또 모를까. 설명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Round 1. 무례한 미미시스터즈, 인순이에게 ‘고개만 까닥’

▲ 미미시스터즈 ⓒ 미디어스

그렇다. 미미시스터즈가 때 아닌 구설수에 올랐다. 다름 아니라 무표정한 미미시스터즈의 표정과 컨셉이 화근의 발단이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라디오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에 출연한 미미시스터즈와 인순이 사이에서 ‘인사’를 둘러싼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미미시스터즈는 컨셉대로 인순이에게 인사를 했는데, 미미시스터즈의 컨셉과 활동 방식을 전혀 알지 못했던 인순이가 그녀들의 무례함을 지적하였다.

충분히 해프닝으로 끝날, 끝났으면 됐을 사연이었다. 그런데 24일 있었던 미미시스터즈 ‘인사’ 사건이 3일을 지나고 나서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었다. 각종 연예뉴스들이 해당일 방송 중 미미시스터즈의 태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인순이의 말을 토대로 무수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인순이 “건방진 후배때문에 방송 펑크낼 뻔”> 쿠키뉴스
<미미시스터즈, '인순이에게 끝까지 인사 안 했다'> 맥스무비
<인순이, '미미시스터즈에게 인사했으나 무시' 파문> 맥스무비
<인순이, 미미시스터즈 무례한 행동으로 방송 중단할 뻔> 브레이크뉴스
<인순이, 선글라스 끼고 고개만 까닥하는 ‘미미시스터즈’ 못참아!> SSTV
<인순이 ‘선후배보다 컨셉이 중요해?’ 미미시스터즈에 뿔났다!> 뉴스엔
<인순이, `미미 시스터즈` 건방진 컨셉에 폭발> 매일경제
<인순이, 버릇없는 ‘미미시스터즈’에 뿔났다> 일간스포츠
<미미시스터즈, 대선배 인순이가 인사해도 고개 까딱 안 해> 뉴스한국
<"미미시스터즈는 끝까지 인사 안해"> 매일경제
<“인순이 뿔났다”…후배 가수 무례함에 방송 펑크낼 뻔> 동아일보
<미미시스터즈, 컨셉 지키느라 선배 무시해 ‘인순이 뿔났다’> 조선일보

‘건방진’ ‘무시’ ‘무례’ ‘뿔’ ‘폭발’ 등 연예뉴스들의 제목을 보면, 당시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 사이에 흘렀을 긴장감은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로 오싹하다. 누가 보더라도 인순이는 단단히 화가 났고, 미미시스터즈는 대단히 뻔뻔했다고 여겨진다.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선배’인 인순이에게 “고개만 까딱했다”는 미미시스터즈는 ‘건방’진 게 분명해 보였다. 괜히 미미시스터즈가 단숨에 검색어 순위 1위를 움켜진 것이 아니었다. 연예뉴스들은 일제히 미미시스터즈를 건방지고, 무례한 후배로 둔갑시켰고 인순이는 후배들 때문에 ‘뿔’이 난 권위적인 선배로 만들어 버렸다.

▲ 인순이-미미시스터즈 '인사' 해프닝을 '불화'로 보도한 연예뉴스 ⓒ 네이버 캡처

그런데 정작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의 오해는 당일 방송이 진행되면서 풀렸다고 한다. 인순이도 미미시스터즈의 컨셉을 전해 들었고, 미미시스터즈 역시 장기하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하였다. 그러니까 3일이 지나서 전해진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 사이의 묘한 기운 역시 그 소식이 전해지기 3일 전에 이미 정리된 셈이었다. 그런데 연예뉴스가 3일이나 지나서(그것도 녹음 방송이었다고 하니, 녹음한 날로 따지면 무려 7일이 지나서) 먼지 풀풀 나는 사연을 딱 잘라 반만 인터넷에 공론화시켰다. 전후사정, 맥락 완전히 무시했고 내용은 후배 가수가 선배 가수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않아, 선배 가수가 화가 났다는 것으로 압축됐다.

Round 2. 인순이-미미시스터즈 “깔깔”, 절친 모드

이후 뒤죽박죽이기는 했지만, 결국 이래저래하여 인순이 측과 미미시스터즈 측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오해가 풀렸다고 정리한 기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게 어제(27일) 오전 상황이다. 이어 오후 쯤 되자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가 함께 찍은 사진이 연예뉴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미미시스터즈에 ‘뿔’ 났다던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는 ‘절친’ 모드로 싹 바뀌었다.

<인순이, "미미시스터즈와 깔깔 웃으며 헤어졌어요"> 뉴스한국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 절친으로 발전했어요!> 아츠뉴스
<인순이, 미미시스터즈와 웃으며 함께 찍은 사진 공개돼> 맥스무비
<미미시스터즈에 뿔난 인순이 해프닝 후 일단락> 뉴데일리
<인순이 “미미시스터즈 사과로 오해 풀었다”> 뉴스엔

하여간 미미시스터즈는 거듭 사과 했고, 인순이 역시 오해는 이미 다 풀었다고 여러 매체를 통해 밝혔다.

상황은 이렇게 종료되는 양산이다. 연예뉴스가 주목했던 미미시스터즈와 인순이와의 ‘불화’는 당사자들이 나서 설명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고 있다. 미끼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몇몇 연예뉴스는 미미시스터즈의 거듭 사과에도 네티즌들은 여전히 분하고 있다는 기사를 올려 댔지만 그 파급은 그다지 크지 않다.

Final Round. ‘건방’ 떤 연예뉴스에, ‘뿔’나다

▲ 인순이 ⓒ 인순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충분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미미시스터즈와 인순이와의 ‘인사’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당연히 미미시스터즈와 인순이는 오해를 풀고 매끄럽게 라디오 녹음을 마쳤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순리이고, 조금이나마 방송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상식선에서 그랬다. 그래서 누군가들의 ‘불화설’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연예뉴스를 보며 애초부터 ‘과장’이고, ‘과민 반응’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연예뉴스는 소나기처럼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의 ‘싸움’을 부추기는 기사를 쏟아냈고, 이미 당사자들끼리는 정리된 일을 감추고 뒤늦게 다시 환기시켜 대목 장사에 땡처리까지 톡톡히 했다. 덕분에 범람하는 기사의 흐름을 온전히 쫒아가지 못했을 이들에게 미미시스터즈는 ‘무례’하고 ‘건방’진 후배들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인순이 역시 ‘권위’적인 ‘선배’의 전형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말았다.

결국 장기하가 자신의 공식클럽에서 “인순이 선배님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하면서 일부 언론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일부 매체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과 다소 다른 내용이 보도되어 생긴 오해가 있다” “여러 기사를 읽어보았지만 미미시스터즈가 직접 사과한 사실을 알려주신 기자님은 한 분도 안 계시더군요.” 등 미미시스터즈와 인순이와의 ‘불화설’(?)을 전한 연예뉴스에 문제의식을 전하였다. 장기하와 얼굴들 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거듭 사과를 하며 동시에 연예뉴스에 일침을 가했다. “대학 다닐 때 학생 언론이랍시고 깔짝거렸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중요하게 배웠던 것 중 하나가 사실 확인이라는 것입니다. … 저는 기자라면 당연히 이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라며 “당사자들에게 확인도 제대로 해 보지 않고 서로 베껴 쓰기를 통해 기사를 양산하는 그리고 그걸 어느새 사실로 만드는 인터넷 저널리즘의 힘을 이번에 새삼스레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미미시스터즈를 둘러싼 연예뉴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렇다. 장기하가 자신의 클럽에 올린 것처럼 분명 그날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미미시스터즈와 인순이 사이에는 뜻하지 않게 좋지 않은 기운이 흘렀다. 허나 금세 오해는 풀렸고, 당사자가 사과하고 또 이해한 일이었다. 그렇게 훈훈하고 화기애애하게 방송을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난데없이 연예뉴스가 끼어들어 ‘건방’진 미미시스터즈 때문에 인순이가 ‘뿔’났다며 설레발을 떨었다. 이미 정리되고 끝난 일이었지만, ‘싸움’의 구도만으로 인순이와 미미시스터즈를 배치하였다.

진짜, '건방'지고 '무례'한 것은 누구인가? 연예뉴스 때문에 피로하다. ‘뿔’은 연예뉴스 때문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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