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과 송지효의 일방적 하차 논란을 일으킨 ‘런닝맨’이 상처를 봉합하고 프로그램을 내년 2월 종영하기로 했다. 일방적 하차 통보로 상처 받았을 김종국과 송지효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어렵지만 마무리까지 함께하기로 한 것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것이기에 시청자의 반응은 조금은 누그러졌다.

시즌2를 계획한 <런닝맨>은 과거 영광을 누린 유재석과 강호동의 조합을 생각하고 강호동을 섭외했지만, 이어 김종국과 송지효 하차 소식이 전해지며 시청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일방적인 하차 통보였기에 더욱 시청자가 분노한 것.

<런닝맨>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대형 팬을 거느린 프로그램이기에 그들 마음대로 뿌리를 바꾸는 것은 힘들었다. 아니 힘들었어야 했다. 시즌2를 생각해도 시청자들의 동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 <런닝맨>이다. <무한도전>도 이루지 못한 국내와 해외의 끈끈한 시청자 네트워크를 버리고 한순간에 무언가를 바꾸려고 했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프로그램 종영도 사실상 방송사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직접 국내 시청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한류 콘텐츠를 사랑하는 세계 시청자 네트워크가 챙겨보는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내리는 것 또한 힘든 일이기에 종영 소식은 또 하나의 상처가 될 것은 뻔하다.

지금으로선 김종국과 송지효에게 사과를 하고 합류를 시켜 2월 종영을 결정했지만, 해외까지 그 뿌리가 뻗어 있는 <런닝맨>을 완전히 종영하는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있을 수 없는 경박한 하차 결정에 시청자들이 분노를 해 ‘이러려면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라고 하지만 그건 분노에 못 이겨 한 이야기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새 단장한 시즌2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이 문제 또한 현 시즌이 종영을 해야 이룰 수 있는 일이기에 합의대로 종영은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국내와 해외 팬들의 바람대로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 새 단장을 할 때 기존 멤버가 어느 정도 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즌2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건 익숙한 <런닝맨> 멤버의 자리 승계 문제다.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인기의 핵심인 멤버를 제외하고 시즌2를 내놓는다면 어차피 비판은 커질 수 있기에 콘셉트를 바꾼 새 시즌이라고 해도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런닝맨> 멤버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아쉬움은 있겠지만, 유재석을 위시한 김종국과 이광수의 명확한 캐릭터는 가져야 할 것이고, 유재석을 가장 잘 도와줄 하하까지도 그 그림에는 있어야 할 것이다. 가능성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새 시즌이 된다면 일단 위 열거한 4인에 새 멤버 3~4인을 합류시켜 새 시즌을 맞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내와 해외 팬 모두가 <런닝맨>이라는 정체성은 알면서도 다음 시즌이라 느낄 수 있는 그림을 만들려는 노력은 쉽지 않겠지만, 완전한 폐지보다는 시즌 종영을 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방송을 제작하는 이가 누구보다 전문가이겠지만, 지금으로선 시청자의 바람을 듣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야 할 때이다. 위기를 기회 삼아 재도약을 할 것이냐? 아니면 주저앉느냐는 제작진에게 달려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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