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표창원-장제원 섭외가 ‘열일’했네! <썰전> (12월 15일 방송)

JTBC <썰전>

국회에서 국회의원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일은 사실 흔하다. 고성이 오가는 장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도 그만큼 흔한 일. 그러나 앙숙인 두 국회의원의 관계를 ‘절친노트’로 승화시켜 급기야 자사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시키는 것은 일종의 ‘기획력’이다.

지난 12월 1일 표창원 의원의 탄핵찬반 의원 명단 공개를 둘러싸고 표창원 더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뭐? 장제원”, “왜 표창원!”을 외치며 싸웠다. JTBC <썰전> 제작진은 이를 두고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던” 상황이라고 미화 아닌 미화를 했다. 심지어 아름다운 벚꽃 CG가 두 국회의원 머리 위에 흩날렸다.

<썰전> 제작진은 ‘따발총’처럼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장제원 의원과 시종일관 꽃중년 미소를 날리는 표창원 의원의 투샷을 계속해서 2분할 화면으로 보여줬다. 국정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표창원 의원이 장제원 의원의 청문회 참석 이유에 대해 “워낙 출중하시다”라고 칭찬하자, 장제원 의원은 “왜 이러세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 순간 제작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 머리 위로 벚꽃을 흩날리며 ‘이렇게 절친이 되어가나봐요’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앙숙’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제작진의 자막과 CG가 더해지면서 왠지 모르게 브로맨스 관계로 발전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JTBC <썰전>

‘국정농단’이라는 엄중한 사안 그리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국회의원의 책무. 이 무거운 것들을 너무 ‘예능’스럽게 풀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되던 순간, 제작진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들을 표창원 의원을 통해 표출하기 시작했다. 탄핵 찬반 의원 명단을 공개한 표창원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절박함”을 언급했다. 그것은 곧 광화문의 민심이자 국민의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더 이상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볼 수 없었던 표창원 의원의 수려한 언변을 통해, 제작진은 현재의 시국을 만든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표창원 의원은 전직 프로파일러로서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심리가 집단 성폭행범들 심리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가해의 부정, 피해에 대한 부정, 비난자에 대한 비난, 상위 가치로의 호소가 그것. 실제로 지금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행태를 보면 딱 그러하다. 웃으면서 보다가 어느 순간 진지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건 <썰전>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썰전> 제작진과도 절친이 되고 싶다.

이 주의 Worst: ‘연예가중계 다니엘헤니 편’에 가까웠던 <나 혼자 산다> (12월 16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연예인이 아닌 ‘싱글남’이나 ‘싱글녀’로서 그들은 매일 누구와 무엇을 하며 지낼까. MBC <나 혼자 산다>의 출발점이자 인기요인이다. 물론 연예인 일상이 일반인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 출연자들이 보여준 싱글 라이프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혼자 밥을 먹고, 취미 생활을 하고,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고, 쇼핑을 하고, 이사해 짐정리를 하는 등 누구나 겪는 일상. 이연경 선수가 출연했을 때도, 그가 혼자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거나 어머니가 보낸 반찬을 정리하는 평범한 일상을 비췄다.

반면, 지난 16일 LA 대저택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 다니엘 헤니의 일상은 그의 집만큼이나 비현실적이었다. 풀빌라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넓은 수영장, 웬만한 집보다 더 큰 거실과 서재, 미니 헬스장, 전자동 개인차고, 심지어 정원사까지 있는 대저택. “장충동에 있는 호텔”같다는 전현무의 비유가 딱 맞았다. 과거 이연경 선수는 ‘배구선수’가 아닌 ‘싱글녀’의 생활에 초점을 맞췄는데, 다니엘 헤니 편은 ‘배우’ 다니엘 헤니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그래서 다니엘 헤니의 일상은, 조금 거칠게 얘기하면 전반부는 몸매 감상, 후반부는 미드 촬영장 견학 정도였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그가 운동할 때, 샤워할 때, 촬영장에서 의상을 갈아입을 때 그가 상의를 탈의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전현무는 “이 장면 꼭 필요했나요?”라고 질투하듯이 얘기했지만, 그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보고 싶었던 다니엘 헤니의 모습은 ‘생활’이지 ‘몸매’가 아니다. 몸매는 화보 촬영 영상이나 잡지를 통해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방송 막바지에 다니엘 헤니는 “오디션장과 촬영장을 다니면서 일만 하고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전 평범한 사람이다”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평범한’ 모습은 마트 장을 보면서 맥주를 고르는 순간뿐이었다. 이건 다니엘 헤니의 잘못일까, 제작진의 잘못일까. 확실한 건, ‘평범’하진 않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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