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화이트 크리스마스 다음날, 한 학생이 화단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반 친구들에 의해서 발견된 이 아이는 너무도 편리하게 자살로 결론이 난다. 우울증 증세가 있었고, 꽤 오래 동안 학교를 빠지고 있다는 것이 그 자살을 추론하는 결정적 이유로 굳어져 간다.

정국고등학교 2학년 이소우였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던 이소우는 학교를 떠나기 전 사건이 하나 있었다. 같은 반 최우혁과 싸움이 있었다. 상대는 소문난 기피자 최우혁이었다. 말이 싸움이었지 이소우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까지 갔던 싸움은 달려온 교사들로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그런데 이 싸움의 결과는 말도 안 되게 왜곡이 된다.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된 이 사건에서 이소우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돼있다. 심지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은근히 강요받기도 한다. 전에도 그랬다. 최우혁이 기피대상이 된 것은 물론 폭력적인 아이라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최우혁을 감싸는 어른들 때문이다.

전에도 그랬었다. 최우혁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아이가 오히려 강제로 전학을 가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최우혁과 엮이면 좋을 일이 하나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침묵했다. 분명 많은 아이들이 둘의 싸움을 목격했고, 이소우가 가해자는 결코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했어도 모두들 침묵했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이소우는 그런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학교를 스스로 떠났고, 차디찬 죽음으로 친구들에게 다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였다. 분명 뭔가 이상하다. 자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도 간단하고, 일방적이다.

그런 와중에 또 하나의 심각한 일이 하나 벌어진다. 이소우를 처음 발견했던 급우 배준영이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을 안고 살던 준영은 친구의 죽은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면서 충동적으로 죽음의 유혹을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준영이 무의식적으로 남긴 흔적을 놓치지 않고 따라와준 친구 고서연의 만류로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고서연은 준영에게 울면서 말한다. “우리는 고작 열여덟 살인데... 왜 죽어야만 되니?” 세월호라는 깊은 심연의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들의 죄책감을 찌르는 대사였다. 소설이자 영화로 만들어졌던 원작을 드라마화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투영하자면 또한 피할 수 없는 문제제기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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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날아든 익명의 편지. 교장과 고서연에게 배달된 편지에는 이소우가 자살이 아닌 최우혁 패거리에 의한 타살이라는 고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이 고발장의 내용이 이소우의 죽음을 더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것 같다. 마침 자살로 결론을 발표하기 직전의 형사도 최우혁에 대한 소문을 알고 약간의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과연 이소우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직면해서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기만 했던 아이들이 변화한다. 그 점이 이 드라마가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이자 힘일 것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아이들은 그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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