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대선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이 장면을 보는 국민들은 허탈해 하며 민주주의의 근본까지 고민하게 됐다.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날 밤 EBS <다큐 - 10> '아테네 민주주의의 탄생과 배경' 1부가 왔다.

<다큐 - 10>은 민주주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민주주의 대신,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애쓴다.

방송에서 진행자 베터니 휴즈(역사학자)는 "(아테네의) 거대한 백색 기둥들은 우리가 아네테를 보는 시선을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하얗게 표백해 왔죠. 역사와 허구를 뒤섞은 것입니다. 우리는 고대 그리스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방식대로 보고 있죠"라고 말하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런후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결코 '민주적'이지 않게 성장하고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기원전 6세기경 당시 그리스는 군사국가로 강력한 참주들이 이끌고 있었다. 그 때 아테네인들은 참주들의 권력 남용에 지쳐있었다. 참주들은 귀족들에게 쫓겨났고, 귀족들은 내분에 빠졌다. 그 권력투쟁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앞당겼다.

▲ 아테네의 투표도구다. 똑같은 모양처럼 생겼지만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과 뚫리지 않은 두가지 모양이 있어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있으면 '비밀'투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일부 귀족들이 적의 군대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평민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결국 평민들도 권력을 맛을 보게 되고, 귀족이 그 권력을 다시 빼앗으려고 하자 평민들은 아크로폴리스로 몰려가 폭동을 일으켰다. 자신들도 모르게 최초의 '민주주의'를 실현한 셈이다.

그후에도 계속 되는 귀족들의 싸움에 지친 평민들은 뭔가 다른 제도를 갈망했고, 광장에 모여 투표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재의 민주주의 제도와 점차 닮아갔다.

광장에서 회의를 주최하는 의장은 전문 정치인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힌 시민이었고, 임기는 한달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통치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은 당시의 투표함과 투표방식도 보여줬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아테네 주민의 90%는 신분과 성별, 나이, 출신지 등의 이유로 민주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들만의 민주주의였다. 노예들의 노동과 식민지 수탈이 없었다면 아마도 민주주의는 자리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방송은 이처럼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벗기고,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를 희생해야 했던 노예들에 주목했다.

▲ 아테네 주민의 90%는 신분과 성별, 나이, 출신지 등의 이유로 민주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아테네의 여성이 쓰고 있는 화면의 베일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베일, 즉 여성억압의 역사를 상징한다.
다시 현대로 돌아와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처럼 기회의 균등과 참여를 보장하고 있을까?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의 그림자처럼 '그들만의 민주주의'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아닐까?

방송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만약 고대 아테네처럼 대통령을 선출한다면 어떤 세상이 올까? 20세 이상의 국민중 랜덤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다면 정말 '큰일'이 나려나. 적어도 바닥을 드러낸 정치판의 분탕질은 안 봐도 되지 않으려나.

2부는 13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살라미스 해전으로 전성기를 연 고대 아테네 사회가 어떻게 문화의 꽃을 피우고 어떻게 몰락의 길로 들어섰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탄생과 배경'은 영국 Channel 4가 2007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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