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언론관계법)의 본회의 통과에 대한 여야간 입장이 큰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제는 민생에 힘쓴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재투표’, ‘대리투표’ 등 최소한 34건 이상의 대리투표 의혹 사례를 찾았다며 미디어법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22일 본회의를 통과한 ‘신문법’, ‘방송법’, ‘IPTV법’은 법적 효력이 있을까?

오늘 27일 오전 국회에서는 ‘전문가가 본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법적 효력’ 긴급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방송법 재투표에 대해 “국회의원의 독립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투표자체에 대해 ‘무효’를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는 ‘대리투표’에 대해 서경복 교수는 “대리투표가 단 한 건의 사례라도 발견된다면 투표는 ‘무효’”라고 설명했다.

▲ 7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들이 본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법적 효력' 토론회 모습ⓒ나난
국회의원 양심 침해할 소지의 ‘재투표’ 무효

박경신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일사부재의 원리를 도입한 이유는 국회의원의 독립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훼손한 방송법에 대한 ‘재투표’는 무효라는 것이다.

▲ 박경신 교수ⓒ나난
“국회에서 첫 표결을 한 후에 표결결과가 공개되면 국회의원들은 서로 간의 눈치를 보거나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자신의 투표결과를 바꿀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자신은 소신껏 반대투표를 하였는데 이것이 공개된 후에 다시 표결에 부치게 되면 당 지도부로부터 찬성투표를 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자투표를 통해 기명투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박 교수 발언 중>

박 교수는 “실제로 몇몇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담을 느껴서 무의식중에 첫 번째 투표에 소극적이었다가 당지도부로부터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두 번째 투표에서 적극 참여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표결을 두 번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지도부가 소속의원들의 표단속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라며 재투표의 위험성 비판했다. 또한 국회법 제111조 2항에서 “의원은 표결에 있어서 표시한 의사를 변경할 수 없다”는 조항도 비슷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박 교수는 방송법에 대한 재투표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국회법 111조를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재투표는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른 투표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디어법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며 “어떤 의원이 방송법 1차 투표 때에는 재석투표를 안 눌렀는데 재투표 때에는 투표를 하신 것을 보았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투표하지 않겠다는 것도 의사표시인데 강제한 측면도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로 ‘투표했어?’라고 묻는 등 투표를 강제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해 재투표에 대한 국회의원의 독립성 침해를 주장한 박 교수의 말을 뒷받침했다.

대리투표, 단 한 건이라도 확인되면 표결은 ‘무효’

▲ 서복경 교수ⓒ나난
국회 입법조사연구관이었던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단 한 건의 대리투표라도 허용을 하는 방향에서 국회법 해석이 이뤄진다면 향후 여러 가지 예측 가능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리투표가 금지된 국회법의 취지에 따라 1건의 대리투표가 확인되더라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는 일각에서 “대리투표가 있어서 대리투표 수가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만 표결 결과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는 배치된다.

이에 서 교수는 ‘의결 정족수에 영향을 미칠 만큼’, ‘증거효력은 어떻게 인정될 것인지’, ‘누가 이것을 판단할 것인지’ 등 한 건이라도 인정된다면 문제가 꼬리를 물고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서 교수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대리투표를 행한 의원이나 외부인에 대해 중징계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변적 문제를 가지고 대리투표를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서 교수는 “본회의 결정의 효력까지 법정의 판단을 묻는다는 것은 입법부의 자기결정능력이 없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그는 “입법부 내부의 합의에 기초해 국회 리더십 수준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만이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입법부 내에서의 해결을 권했다.

최시중·유인촌, ‘재투표, 대리투표’ 나랑 상관없다?

토론회에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토론회 전체사회를 맡은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법적 정치적 논란이 있고 무효소송이 전개중인 법률에 대해 시행령을 가속해서 만들어 법의 안정을 꾀하고자 한다”며 독재적 정신이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지난번에는 거짓 날조된 KISDI 연구결과를 가지고 과장광고를 하더니 이번에는 날치기 처리된 법률을 가지고 TV 광고를 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밖에도 오늘 토론회 발제를 담당한 김종렬 민주당 의원도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의 방송법 시행령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역시 미디어법에 대한 공표와 관보게재를 늦추고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현재 민주당은 본회의장에서의 34건 이상의 대리투표 의혹 사례를 확보하는 등 논란이 된 ‘대리투표’ 의혹을 밝히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회 사무처에서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CCTV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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