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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최고위 일괄사퇴' 언급한 배경중도파 붙잡아 분당 막고, 정우택 당선시켜 당권 유지하고…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12.15 17:24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를 하루 앞두고 친박계들은 ‘이미지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애초 밝혔던 바와는 달리 21일로 예정돼있던 이정현 대표 사퇴 시점에 다른 최고위원들도 일괄 사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친박과 비박이 한껏 고조됐던 갈등 수위를 낮춰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결국 원내대표 선거에 ‘다 걸기’를 위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애초 비박계와 친박계가 각각 요구한 것은 친박 8적, 김무성 유승민 의원에 대한 인적청산이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이를 두고 격렬히 대립하면서 다수 언론이 새누리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석했다. 갈등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탈당 후 신당창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친박계가 신임 윤리위원을 한꺼번에 8명 충원한 후 김무성, 유승민 의원에 대한 제명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런데 이후 친박과 비박이 각각 힘을 빼면서 갈등 수위가 하향됐다. 비박계 인사들은 이른바 친박 8적에 대한 인적청산 요구를 ‘2선 후퇴’ 정도로 낮췄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4일 의원총회에서 서로에 대한 인적청산 요구를 멈추라며 오직 자신에 대해서만 ‘주적’으로 비난하라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김무성, 유승민 의원에 대한 출당 기도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21일 조원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이 이정현 대표와 동반사퇴한다는 계획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정현 대표만 사퇴하고 최고위원들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사무처 당직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계가 이정현 대표를 제외한 현 최고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은 이후 비대위 구성 국면에서 전권을 휘두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도부가 비대위 인선을 확정해서 전국위로 직행시키겠다는 거다. 이러한 상황은 21일에 최고위원회가 일괄 사퇴를 하는 경우 약간 달라질 수 있다. 대표가 궐위 상태일 때는 지난 대표 선거에서 차점자였던 조원진 최고위원이 권한 대행을 맡지만 최고위원이 모두 없을 경우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위원회의 일괄 사퇴 입장은 1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가 미는 정우택 의원이 당선될 경우 그에게 당의 모든 권한을 몰아줄 수 있다는 얘기까지 이어진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의 일괄사퇴를 언급하면서 ‘친박계의 2선 후퇴’ 역시 언급했는데 이는 비박계의 주장에 맞춰 갈등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처럼 친박계와 비박계가 갈등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원내대표 선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이른바 ‘중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격렬한 양측 극단의 입장과는 달리 원내대표 선거의 향방을 사실상 결정할 중도적 입장의 의원들의 경우 친박계가 보여준 패권적 모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도 당을 분열시키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선거 이후의 상황은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일괄 사퇴를 언급하면서 ‘중립적 인사가 원내대표가 될 경우’라는 단서를 붙였는데, 여기서 ‘중립적 인사’란 정우택 의원을 말하는 걸로 해석된다. 정우택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흔히 말하는 ‘강성’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우택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정책위의장 후보로 출마한 이현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박계로서는 정우택 의원조가 당선될 경우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으면서 ‘중립적 지도부’라는 색깔을 덧칠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걸로 해석된다.

반면 비박계가 내세운 나경원 의원과 김세연 의원은 친박계가 ‘중립적 인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경원 의원은 대표적인 구 친이계 정치인이며 김세연 의원은 ‘경제민주화’ 등을 요구하며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대열에 섰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대표를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비박계가 이런 색채의 후보조를 편성해 출마토록 한 것은 이 정도의 인사들이 원내지도부를 구성하겠다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각오를 친박계가 보이라는 요구인 셈이다.

그러나 친박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나경원 의원에 반발해 공언한 지도부 사퇴 의사를 거두고 원래의 계획인 친박계 위주 비대위 구성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비박계는 탈당을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게 된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친박' 정우택 후보(오른쪽)와 '비박' 나경원 후보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영 의원 주도 중도성향 의원모임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대표 선거에서 정우택 의원이 당선되면 결국 김무성 전 대표를 필두로 당을 떠나는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비박계의 또 다른 축인 유승민 의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김무성 전 대표를 따르는 힘에 힘이 실릴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지금까지 오락가락한 사례가 많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란 평가 역시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고 대권주자로서도 활용할 수 있는 유승민 의원이 있어야 신당 창당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며 여전히 비대위원장 인선까지 지켜본 후에 행동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를 따라 당을 떠나 ‘풍찬노숙’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비박계 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만일 김무성 전 대표가 한 자리 수에 불과한 소수의 의원들을 끌고 탈당을 할 경우 ‘김무성 이탈’로 평가할 순 있겠으나 ‘분당’으로 부를 수는 없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미 당을 나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정두언 전 의원은 이런 경우라도 소수 의원들의 이탈이 계속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결국 둑이 터지듯 분당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분당에 이르지 않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것은 현재 ‘명분 쌓기’ 정도로 해석되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 수위 조절이 현실성을 갖춘 타협안으로 재부상하는 안이다. 이 경우 이정현 대표가 14일 의원총회에서 “저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비난해 달라. 한 사람을 보내서 이 당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떤 것도 해달라”, “전라도 놈이 3선 국회의원을 했고, 두번 청와대 수석을 했고, 당 대표도 했으니 이제 원도 한도 없다”고 한 발언이 하나의 힌트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정현 대표의 정계은퇴와 친박계 주요 인사들의 2선후퇴를 고리로 상황을 봉합하는 것이다.

어느 시나리오가 발동할 것인지는 순전히 비박계가 당을 이탈할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렸다. 리얼미터가 지난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에 의하면 새누리당이 친박당과 비박당으로 분화할 경우 정당 지지도는 12.6%로 동률을 이루는 걸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는 비박계의 탈당 의지에 부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집 나가봐야 시베리아’라는 금언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보다는 따뜻하고 안락한 새누리당에서 다시 때를 도모하자는 식의 정서가 확대될 수 있다. 과연 그런 식으로 비박계 인사들이 2020년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는 매우 의문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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