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미디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청와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언론 통제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SBS 출신인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SBS 고위 경영진을 접촉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전직 홍보수석인 김성우 전 수석이 SBS 보도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폭로했다.

그동안 공영방송 KBS, MBC의 청와대 보도통제에 대해서는 수많은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민영방송인 SBS의 보도에까지 통제·개입을 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박근혜 정권이 언론장악을 시도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본부장은 "11월 19일 토요일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세월호 7시간 관련 취재 보도했는데, 허원제 정무수석이 SBS 고위 경영진을 접촉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SBS 경영진이 거부해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보도를 무마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갖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허원제 수석은 SBS 출신이지만 현재 정무수석"이라면서 "방송사 경영진에 전화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해당 경영진이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더니, 그 방송이 나간 이후에는 전화도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한다"고 전하면서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도 정신을 못차린다. 여전히 언론을 통제하고 언론에 개입해 입맛대로 끌고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역시 SBS 출신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던 김성우 홍보수석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윤창현 본부장은 "김성우 수석이 SBS 보도국장을 할 때 내세웠던 캐치프라이즈는 '진실의 창'이었다"면서 "그런데 청와대 가시더니 180도 얼굴을 바꾸고 모든 언론을 '정권의 피아노'로 만드셨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김성우 수석이 2015년 2월부터 청와대 홍보수석이 됐는데, 이 시기가 국정농단의 핵심관계자로 얘기가 나오는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홍보수석실에 나와서 근무한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안봉근을 통해서 최순실과 연관이 된 것이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창현 본부장은 "김성우 수석이 홍보수석이 된 이후 매일 아침 청와대에서 회의를 하면 전날 보도에 대해 모든 언론사의 보도를 스크린하고 비판, 옹호, 긍정으로 분류를 했다고 한다"면서 "그리고 비판 보도 가운데 SBS 비판을 맨 윗장에 올려 보고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 내에서 김성우 수석에게 SBS 보도를 통제하라고 압박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윤창현 본부장은 "실제로 그런 통제의 시도가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판단한다"면서 "SBS 내부에서는 사실 김성우 수석이 청와대에 간 이후에 김 수석의 보도 개입에 대해 상당히 많은 내부 구성원들이 의심을 품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SBS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일부로 보여지는 창조경제혁신센터 17개 개소식 때마다 17번 리포트했다"면서 "지난해 연말 위안부 합의보도에 대해서도 조중동도 비판한 사안에 대해 SBS는 앵커멘트로 '미래지향적이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윤창현 "비판보도를 했던 SBS 내부의 몇몇 구성원들은 김성우 수석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특히 사드 보도 관련해 비판기사를 게재한 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선 취재기자에게 직접 압력이 행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윤 본부장은 "이런 식의 SBS 통제는 공영방송의 개입 뿐 아니라 민영방송 SBS에 대해서도 출신을 앞세워 깊숙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본부장의 폭로에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상 공영방송 KBS와 MBC는 청와대가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민영방송인 SBS까지 통제 하에 두기 위해 SBS 출신 인사들을 청와대 전면에 배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청와대가 지상파 3사를 발 아래 두고, 이들의 보도에 통제·개입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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