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은 12월 13일 그리고 다음날까지 포털 검색어에 줄곧 자리를 잡았다. 이 다큐영화는 세월호 참사의 어둡고 무거운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아니 몸부림이었다. 박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규명에 집중될 국조특위 3차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방영되어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다.

영화 <다이빙벨>은 참사 당시 정부가 진정으로 구조를 원했는지에 대한 의심을 던진다.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지난 3년 간 힘에 의해 억눌려 있었던 대통령의 7시간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빙벨>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청문회가 열리고 있고, 특검도 세월호 7시간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의혹이 풀릴 것이라는 장담은 하지 못한다. 아무리 대통령이 탄핵되어 권한이 정지된 상태라 할지라도 박근혜 정권의 시스템마저 정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빙벨>의 의미가 큰 것이고, 그 의혹과 진실에 대한 판단은 이 영화를 보는 각자가 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영화가 있다. 최근 상영된 <자백>은 서울시 공무원이 국정원에 의해서 간첩으로 조작된 경위를 쫓아갔다. 강요된 자백 외에는 증거가 없는 혐의. 이어 등장한 증거마저도 조작으로 밝혀진 사건이었다. 이어 밝혀진 70년대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의 전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EBS <다큐프라임-감정시대>

영화 <다이빙벨>이나 <자백>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는 무겁다. 진실규명이라는 대의적 의미 말고도 우리가 재난과 사고에 처해져도 국가는 우리를 구하거나 보호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우리들 중 누구라도 간첩이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두려움이고 분노다.

그 두려움과 분노는 우리를 깨어나게 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엄청나게 불어났던 광장의 촛불들은 미온적인 정치권을 깨우쳤고,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거기에 이 영화들 <다이빙벨>과 <자백>은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수치로 드러낼 수는 없겠지만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이 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다. <다이빙벨> 이상호, <자백> 최승호. MBC를 대표하는 기자이고, PD였다. 두 사람 모두 MBC 해직 언론인들이다. 과거 가장 신뢰받는 언론이었던 그때의 MBC. 이후 MBC의 보도기능이 어떻게 변질되고, 퇴행했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MBC 뉴스데스크는 현재 굴욕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종편인 JTBC가 10%를 넘기며 온 국민의 애정과 신뢰를 쌓는 동안에도 MBC는 2.8%라는 오차범위 근사치로 추락했다. 그리고 그 배경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두 사람이 바로 이상호와 최승호다.

<무한도전>과 <복면가왕> 외에는 볼 일이 없다는 냉소에 접해있는 MBC. 거기서 끝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시국의 끝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원상을 회복해야 할 것이며, 그 안에는 반드시 MBC가 본래의 모습을 찾는 것이 꼭 포함되어야 한다. 이번에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론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위대한지를. <다이빙벨>과 <자백>은 그것을 말없이 강변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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